[월요일에 만난 사람]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김현석 노조위원장
“편파방송 못 하겠다”
KBS새노조, 지난 6일부터 총파업
‘밀어부치기식 정권’ 아래선 답 없어
“지난 3년 KBS에 권력감시 없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지난 6일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발간한 파업특보 1호의 첫 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가 지난 6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더 이상 “편파방송은 못 참겠다”며 1200여명의 조합원들이 일터를 떠났다. 이들의 대부분은 기자와 PD다. 새노조는 “(김인규 사장이 취임한)지난 3년간 공영방송인 KBS에 권력감시의 기능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새노조 측의 주장이 제주의 현안과 닮아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제주해군기지의 추진 방식과, 공무원을 동원한 제주도정의 세계7대경관 타이틀 획득 과정이 ‘밀어부치기식’ 낙하산 인사와 ‘일방적’ 편파 보도 행태(이들의 표현에 따르면)에 다름 아니다.

오는 22일 새노조가 제주를 찾는다. 방문 목적은 지역총국과의 연대 모색. 그러나 1박 2일의 일정중 강정마을을 방문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에 앞서 김현석 위원장을 통해 ‘공정성 회복’을 내건 이들의 주장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인터넷을 통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 김현석 노조위원장. 사진제공 새노조.

■ 대한민국 공중파와 케이블 3개사가 파업에 들어갔다. 이례적이다. 모두 정부의 ‘낙하산 인사’ 의혹이 있던 곳이다. KBS 새노조의 파업 이유는.

2009년 11월,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낸 사람(김인규 현 KBS 대표이사 사장)이 사장으로 오면서부터 KBS는 망가지기 시작했다. 당시 사장은 “KBS를 장악하러 온 게 아니라 정치권력·자본권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왔다”고 큰소리 쳤지만, 결과적으로 김인규 사장하에서 KBS의 권력감시는 사라졌고 프로그램은 관제화됐다. 사회적 약자도 외면했다. 1대 조합 집행부 13명에 대한 부당징계와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비판받던 인물의 보도본부장 임명도 조합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공정방송이 거세된 지난 3년이었다. 그 모든 책임을 ‘낙하산 사장의 퇴진투쟁’으로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조합원 89%가 파업을 찬성해 KBS새노조는 지난 6일 파업에 돌입했다.

■ 기사가 몇 번 ‘킬’(보도중지) 됐다고 파업에 나서는 기자들은 없다. 더 깊은 골이 있었을 텐데 현 사장 체제에 근무하면서 이전과 다른, 일상 속 회사 분위기가 어땠는 지 궁금하다.

G20, 천안함, MB원전수주, 4대강 등 관제방송은 쉼 없이 쏟아냈고 <추적60분> 4대강 편은 2주 ‘불방’됐다. 청와대 수석의 논문 이중게재도 불방시킨 게 김인규 사장과 경영진이다. 백선엽(만주국 육군군관학교 9기 출신, 군인·교육자)은 미화하고 이승만은 부활시켰다.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다 민주당 도청의혹으로 실패하기도 했다.

상식과 합리가 통하지 않는 회사 분위기였다. 지난 2월 정연주 사장의 해임이 불법이었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2008년 8월 정 사장 해임이후 KBS는 불법체제에 의해 운영돼 온 것이나 다름없다. 불법 위에 세워진 현 사장체제는 스스로의 정통성과 명분을 찾기 위해 정권에 손을 벌렸고 사원들의 패배감과 분노는 더욱 커졌다. 

■ 새노조의 주장대로라면 표면적 문제는 공정성 상실, 핵심은 윗선의 직무망각이라고 본다. ‘공정성 상실’과 ‘책임 망각’의 문제는, 제주지역에서도 현안이다. 7대경관은 공정한 경쟁을 제주도정이 스스로 져버리며 탄생시킨 ‘사생아’이고, 해군기지 역시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절차의 무시는 민주사회에서 ‘공익성(공동선)의 상실’이라고도 표현될 수 있다. 제주 현안과 KBS 파업의 이유에 일견 공통점이 있어보인다.  

새노조 집행부 PD가 만든 <추적60분>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의혹의 실체는’ 편은 스위스·몰디브 등의 현지 탐사취재로 시청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그 전에도 <제주도민일보>와 같은 일부 제주지역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하긴 했지만 <추적 60분>에 보도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된 면도 있다. KBS가 바로 서야 우리사회가 더욱 건강하고 상식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작은 반증이다.

제주도정의 7대경관 선정 방식이나 제주해군기지 추진문제 등 제주의 현안 역시 민주주의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정권’이 낳은 문제라 본다. 그런 관점에서 KBS 새노조의 투쟁 이유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 복수노조 탄생 후 두 번째 파업으로 알고 있다. 노조가 단일체제였을 때와 어떻게 다른가.

=아무래도 단일 노조일때보다 프로그램에 대한 차질이 적어진 것은 사실이다. 회사에 대한 압박도 아무래도 덜할 것이다. 하지만 공정방송에 대한 열의와 순도가 그 어느 언론노조 조합보다 높다. 때문에 좀 더 확실한 투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KBS에는 노조가 2개 있는 것으로 안다. 노조의 구성을 설명해달라.

=2008년 8월 정연주 사장이 이명박 정권에 의해 쫓겨 나면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행동이 중심이 돼 2010년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를 출범시켰다. 새노조는 그 해 단협(단체협약: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그 단체 사이의 협정으로 체결되는 자치적 노동법규) 쟁취를 위한 29일간의 총파업을 통해 노사간 단협을 체결했다. 새노조의 조합원은 1200여명이며, 이중 PD·기자가 다수다. 반면 기존에 있던 ‘KBS노조’(구노조)는 기술직이 다수를 차지한다. 조합원 수는 2800여명이다.  

■ 새 노조는 현재 국토대장정·리셋뉴스 제작·문화제 개최·지역총국 순회 등을 계획하거나 진행하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연대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 노조 파업때에도 이러한 활동을 했었나.

=노조파업은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가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 특히 KBS는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KBS의 현실을 정확히 알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파업투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현재 11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Reset원정대’가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대동지지’에 소개된 동래대로와 해남대로 430㎞를 걷는 대장정에 나섰다. 지역주민들에게 이번 파업의 의미와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가만히 앉아서 우리의 주장을 국민들이 알라달라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알려나가겠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취지다.

‘Reset 9시 뉴스’도 기자들이 그 동안 일이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는걸 보여주는 사례다. 권력 감시에 성역이 없다는 것을 계속 보여줄 것이다. 지난 금요일(16일)에는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3만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문화제를 열었다. 새노조는 계속해서 국민들과 함께하는 파업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 앞으로의 파업 계획은.

=부당징계 철회와 김인규 사장 퇴진이 이뤄질 때까지 파업투쟁은 무기한으로 간다. 공영방송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잘못을 국민들에게 사죄하면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의 수위를 높여나가는 한편 MBC·YTN·연합뉴스 등과의 연대를 통해 현 정권의 언론장악 실태를 고발하고 낙하산 사장을 퇴진시키는 그 날까지 계속 투쟁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KBS 수신료의 절반은 지역에 사는 국민들이 내는 것이다. 그런데 KBS는 지역 시청자에 대해 그만큼 비중있게 서비스를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다른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과 이슈가 있다. 지역KBS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인력과 자원을 보충할 수 있도록 새노조도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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