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영배 /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교수

▲ 조영배

구럼비가 운다. 강정 사람이 운다. 모두가 운다. 강정 땅이 슬퍼서 울고, 구럼비가 아파서 울고, 강정 사람이 괴로워서 울고, 강정의 아픔과 함께 하는 이들이 안타까워하며 운다.
누가 강정을 울리는가? 모두가 강정을 울리고 있다. 강정 사람이 강정을 울리고, 강정을 무심코 바라보는 이들이 강정을 울리고, 구럼비 바위를 사람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대하는 사람들이 강정을 울리고, 강정 마을을 일정한 색깔로 칠하고 싶어 안달거리는 자들이 강정을 울리고, 강정을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자들이 강정을 울리고 있다.

그래서 지금 강정은 온통 울음바다다. 구럼비 바다가 바로 울음바다다. 강정은 지금 ‘억억’거리는 울음이 목을 메이게 해 눈물이 마를 지경이 됐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스쳐 지나가도 강정사람들의 눈동자 속에는 두려움과 고통이 너무나 서툴게 감춰져 있다. 강정 사람들의 그 희미한 웃음 속에는 아픔과 공포의 울음이 그득하다.

구럼비의 커다란 멍석바위가 운다. 붉은발말똥게가 운다. 울다 지쳐 걸음을 멈췄다. 아니 ‘펑펑’ 구럼비 바위가 터지는 소리에 그만 다리 기운이 다 빠져서 멍하니 서 있을 뿐이다. 바다 연산호는 어떤가? 그들도 흙탕물을 뒤집어쓴 다음부터, 너울너울 추던 춤을 멈췄다. 구럼비 바위의 ‘할망물’은 그 생명성의 위협 앞에 ‘덜덜’ 거리며 마지막 남은 눈물샘을 쏟고 있다. ‘펑’ 소리에 반쯤 마르고, 다시 ‘펑’ 소리에 영원히 말라버릴지 모르는 불안감이 ‘할망물’을 떨게 하고 있다.

그래도 울음을 참아가며, 다시 소리를 외친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무지하게 생명을 파괴해서는 안 됩니다!’ 땅을 갈던 이들도, 바다를 벗 삼던 이들도, 감귤과 백합꽃을 따던 손들도, 신을 찾고 깨우침을 얻고자 하던 이들도, 모두 외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구럼비는 생명입니다. 구럼비는 평화입니다. 제발 강요된 힘으로 저 생명과 평화를 깨지 마십시오.’ 그들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외친다. 그들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외친다. 그들은 불의가 아니라 정의를 외친다. 그들은 억압이 아니라 자유를 외친다. 그들은 자기만의 살기가 아니라 ‘함께 살기’를 외친다. 그들은 성안에 갇혀 포로의 행복을 누리기보다는 성 밖으로 나가 자유인의 고통을 누리려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정으로 인간이 갈 길이기 때문이다.

구럼비는 울고 있다. 아니 발파 때문에 피를 흘리고 있다. 구럼비 바위가 문화재적 가치가 있느니 없느니 떠드는 소리가 더욱 슬픔을 부추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구럼비는 적어도 강정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생명과 연결돼 있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을. 그러니 구럼비는 문화재적 가치 이전에 이미 생명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슬피 울고 있다.

구럼비는 울고 있다.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했다 해서, 국가기관이 개인을 고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이 나라의 꼴이 하도 슬퍼서 구럼비는 울고 있다. ‘군’를 ‘적’자로 바꾸어내는 촌철살인의 위트와 유머를 받아들일 줄 모르는 콱 막힌 이 사회가 괴로워 구럼비는 울고 있다.

구럼비는 울고 있다.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통로가 막혀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던 구럼비에, 신을 찾던 사람들이 그 숨의 소통을 부여하려고 벽을 뚫고 들어갔다가 구럼비의 슬픔만 확인하고, 그들도 또한 벽에 갇혔으니, 구럼비는 그 자괴심에 ‘억억’ 울고 있다.
구럼비는 울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말 바꾸기가 원죄라느니, 새누리당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이 해군기지와 관련해 말 바꾸기를 했다느니 하며 다투는 꼴들이 하도 더러워, 그러한 세상 속에 구럼비 이름이 더럽혀지는 것 같아서 구럼비는 ‘왜? 왜?’하며 울고 있다.

구럼비는 울고 있다. 도대체, 국회의원도, 도의회의원도 강정만 가면 바보들이 된다. 해군 앞에서 그들은 ‘쪽’도 못 쓰는 바보들이 된다. 그래서 구럼비는 국민과 도민의 대표라는 이들도 바보로 만드는 해군과 이 정부의 독선과 아집이라는 악(惡)의 실체 앞에 ‘끓어오르는 분노’로 억억 울고 있다.

성서 이사야서(42장)는 외치고 있다. ‘그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며, 그는 쇠하지 아니하며 낙담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정의를 세우리니 섬들이 그 교훈을 앙망하리라’ 그렇다. 강정 구럼비가 비록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등불과 같은 처지라 할지라도, 그 분은 끝내 강정 구럼비를 지키는 정의를 시행할 것이다. 가진 자들의 힘자랑이 넘치는 이 정부의 교만과 불의를 도리어 꺾고, 이 강정 땅에 정의를 세울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이 제주 섬은 그 교훈을 앙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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