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과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해군기지 이념 공세에 나섰다. 이는 국가안보를 내세워 제주 해군기지를 합리화하면서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등 해군기지 강행을 반대하는 야권에 색깔을 씌우고 극우보수세력을 결집시켜 4·11 국회의원 총선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겠다는 얄팍한 ‘꼼수’임이 훤히 드러난다.

이어도를 제물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보수언론들은 이어도를 중심으로 한 ‘중국위협론’을 들고 나와 해군기지 공사 강행의 명분을 삼고 있다. ‘이어도가 중국의 관할 해역’이라고 했다는 한 중국관리의 말을 빌미로 ‘항공모함을 가진 중국이 이어도 분쟁을 유도해 제주 앞바다까지 노린다’는 비약적인 논리를 들이대며 ‘의도적으로’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도 밝혔듯이, 이어도는 대한민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의 영토도, 영해도 아닌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중첩되는 지역에 있는 수중암초다. 배타적 경제수역 조정이나 자원 개발 등 이어도 관련 문제는 외교적 협상을 통해 양국의 공동이익을 도모할수 있게 순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중국 외교부도 이어도와 관련한 영토분쟁은 존재하지 않으며 양국간 담판, 즉 외교적 협상으로 풀어야 할 문제임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마치 이어도 영토분쟁으로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해군기지 건설이 시급하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주장으로 국민들을 호도하며 이념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해군이 제주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풍자적으로 표현한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 김지윤씨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고, 보수언론들이 ‘마녀사냥’식 부풀리기 보도에 나선 것도 치졸하기 짝이 없다. 본인도 밝혔지만, ‘해적기지’라는 표현은 공권력을 투입해 강정마을 주민들을 짓밟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며 해군기지를 강행하는 정부와 해군을 빗댄 것일 뿐임에도 명예 운운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후안무치한 색깔론
정부·여당과 보수언론들은 해군기지 강행을 반대하는 야권과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제주도민들에 대한 색깔 씌우기 공세에 급급할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문제의 책임을 전임정부에 떠넘기고 ‘철지난’ 색깔공세로 권력을 연장하는데 눈이 멀었을 뿐이다.

본란에서 거듭 지적했듯이, 노무현 정부시절 국회가 예산승인 조건으로 의결한 것은 대규모 해군기지가 아니라 15만t급 크루즈선이 드나들수 있는 민항을 기본으로 유사시 해군과 해경이 기항해 물자보급 등을 받을수 있는 민군복합형기항지다.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하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된 것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다.

그럼에도 국회 해군기지 소위원회와 제주도의회, 제주도 등의 문제 제기를 통해 강정항 설계가 15만t급 크루즈선은 고사하고 대형군함도 입출항이 어려운 엉터리임이 드러났는데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설계 재검증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마저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함을 드러내고 있다.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제주도지사의 공유수면매립공사 정지 사전예고 및 공사중지 요구도 무시하고 경찰 공권력을 동원해 해군기지 공사강행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인권을 짓밟고 있는지, 그 책임은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묻지 않을수 없다.

정부·여당과 해군은 강정마을 유권자 1050명 가운데 고작 87명의 박수로 이뤄진 입지선정에서부터 법원 판결을 통해 잘못이 확인된 절대보전지역 해제와 환경영향평가 이전에 이뤄진 국방·군사시설 계획 승인 문제 등 절차와 과정상의 숱한 문제에는 눈을 감고 문제가 없다고만 박박 우기고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들이 누락되는 등 부실덩어리임이 드러난 환경영향평가와 밥먹듯 이뤄진 협의내용 미이행, 불·탈법적인 문화재 발굴조사, 구럼비 발파로 오염된 강정바다 등 숱한 문제들을 무조건 덮어두고 공사를 강행하면서 이 나라가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지를 의심스럽게 한다.

‘철지난’ 색깔론은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마저 내동댕이치고 국가를 넘나드는 군산토복합체(military-industrial-constructive complex)의 이익에 충성하며 국민들을 억압하는데 대한 심판이 있을 뿐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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