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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단 궂은 기상이 보물 잉태”[이 마을에 일이 벌어지고 있다] 6. 신도2리
강풍·파도가 만들어 낸
‘도구리알’·하멜 표착으로 명소화 박차

▲ 이용훈 제주시신도2리향민회장이 하멜 일행의 신도2리 표착설을 설명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하멜 일행의 배는 제주 어느 해안에서 난파됐을까. 359년전의 일이니 오래된 논란거리이고, 일부 의견이 모아졌지만 아직 정정되지 않고 있는 우리의 숙제다.

여러 추정이 있던 중 1980년께, 하멜기념비(한국국제문화협회·주한네덜란드대사관)가 산방산 일대에 세워졌다. 2003년에는 옛 남제주군이 비슷한 위치에 전시관을 지으며 어느새 하멜하면 산방산 일대가 떠오르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논란속에 대정읍 신도2리가 있다. 서귀포시의 행정구역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마을로, 90여호가 모여사는 소담한 해안촌이다. 하멜 표착지 논란은 현재 차귀도와 가까운 신도2리라는 데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진 상태다.

앞서 1999년 발견된 제주목사 이익태의 「지영록」에 ‘대정현 지방 차귀진 아래 대야수 연변’이라는 기록이 있어, 예부터 ‘대야수’로 불려 온 한경면 고산리 한장동 일대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여기에 하멜이 본국으로 돌아가 집필한 하멜 표류기에서 ‘인근 모래밭에 선장을 묻었다’는 표현이 나와, 이들의 표착점은 한장동과 가까운 신도2리일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표류기 집필 당시 하멜의 증언을 듣고 표착지 풍경을 스케치 한 삽화가 신도2리 해변에서 바라본 한라산·녹남봉 풍경과 매우 흡사한 점도 근거가 됐다.

같은 글에 실린 ‘표착지에서 대정현까지 4메일(22.2㎞)을 걸었다’는 내용도 대정현과의 거리가 불과 4.5㎞에 불과한 산방산 일대는 적어도 아니라는 데 힘을 보탰다.

이러한 여러 정황을 근거로 제주국립박물관은 「해양문화의 역사」라는 발간물에서 대정읍 신도리 해안을 하멜 표착지로 봤다. 김익수 제주도문화재위원과 김동전 제주대 사학과 교수 등도 여러 형태의 글에서 같은 주장을 폈고, 하멜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는 전라남도 강진군 역시 같은 관점으로 하멜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시신도2리향민회(회장 이용훈)가 지난 8일 서귀포시 문화재계를 찾아 하멜 표착지를 현재의 산방산 용머리해안에서 신도2리로 정정해달라는 공식 의견을 전달했다. 표착지 논란과 향민회의 이 같은 노력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반드시 가시적인 결과물을 얻겠다는 각오다.

지난 9일 만난 이용훈 회장은 “단지 신도2리 해안에 하멜 일행 표착지라는 팻말 하나를 원할 뿐”이라며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하멜 표착점은 △대정현까지 걸어서 한 나절 △모래사장이 넓고 △바위가 발달한 곳 △최초로 배를 좌초시킨 수중 암초가 해안과 200여m 떨어진 곳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곳은 신도2리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는 이달중 향민회 측에 답변을 건넬 것으로 보인다.

▲ 신도2리 해안변의 바위가 독특하다. 가운데 연못처럼 물이 고인 부분은 일명 ‘도구리알’로 불린다. 문정임 기자
<문정임 기자>
<문정임 기자>

이와함께 신도2리는 올해 하멜표착점 안내 기념비 설치와 함께, 해안경관 알리기에도 팔을 걸어부칠 계획이다. 신도2리가 내놓을 보석은 바로 기이한 바위군과 ‘도구리알’.

이 마을은 제주도 최서단에 위치한 탓에 예로부터 바람이 세고 태풍의 피해가 컸다. 강한 파도는 심지어 해안에 들어선 전경 초소마저 무력화시킬 정도.

궂은 날씨는 주민들에게 걱정과 우려를 안겼지만 그 덕에 어느 해안보다 기이하고 독특한 모양새의 바위를 만들어냈다. 그중 도구리알은 거대한 바위들이 마치 도구리(가운데가 파인 나무 그릇)처럼 생겨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주도 최서단 마을이 거센 바닷환경이 만들어 낸 해안비경과 그 탓에 좌초됐을 지 모를 359년전 하멜 표류를 자원으로 마을 알리기에 나선다. 신도2리가 그간 한 번도 맛 보지 못한 제주사회의 ‘주목’을 끌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문정임  mu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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