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세상은 늘 어지럽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 제주사회도 시끄럽습니다.

신구범 전 지사가 우근민 현 지사를 ‘거짓말쟁이’라고 검찰에 고발하고,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서 부실경영을 문제삼았던 제주도개발공사 전 사장은 ‘나를 죽이기 위한 음해’라며 날을 세웁니다.

8월초 예정된 도 인사를 앞두고 공무원, 특히 김태환 지사 시절 잘나갔던 고위직 공무원들은 애간장이 탑니다. 열 몇개인가하는 유관기관장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지방선거로 ‘정권이 교체되면’ 벌어지는 ‘익숙한‘ 풍경입니다.

마을주민들이 농로를 늘려달라고 내놓은 땅을 해군기지 부지로 팔아먹고, 환경오염 기준치를 초과한 땅을 콘크리트로 덮게 해놓고 거짓말 하고, 집중호우때 침수피해를 입었던 곳에 물빠짐이 좋지 않은 흄관 설계를 해서 제2의 피해를 불러오는 ‘개념없는’ 공무원들도 여전합니다.

교육현장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성희롱 추문이 터져나옵니다. 더욱이 가해자가 교육자일땐 무슨말을 하겠습니까.

‘제로 섬’ 사회의 비극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우 - 신 시대’가 제주사회에 남긴 상처는 너무 깊어서 치유가 쉽지않아 보입니다. 적어도 공무원들만큼은 줄세우기를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선거때마다 공직사회가 요동치는 것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기본을 지키지 못한, 아니 지켜주지 못한 까닭입니다. 오로지 도민만을 바라보며 일과 능력으로 승부하는 진정한 공복(公僕)이 우대받는 풍토가 뿌리내리지 못한 탓입니다.

줄이나 잘서서 승진하고 요직을 차지해보려는 ‘기본이 안된’ 공무원들에게 철퇴를 내렸다면, 선거가 끝날때마다 좌불안석(坐不安席)이 되는 공직사회의 모습은 없었겠지요. 가장 큰 책임이 ‘우-신’ 두분에게 있음은 부인할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도지사 선거에 ‘올 인’해서 승자가 독식하는 ‘제로 섬’ 게임은 제주사회의 비극이자, 갈등과 분열의 씨앗입니다. 공무원에서부터 제주사회의 주류그룹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쏠려다니는 ‘유력인사’며 기업인·학자들, ‘지역유지’들에 이르기까지 ‘아군이 아니면 적군’으로 나뉘어 벌이는 피튀기는 싸움도 결국은 ‘떡고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다름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없는 제주사회의 현실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선’이라는 기본가치의 실종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내려진 국방부의 강정해군기지 실시계획 무효판결은 제주사회의 기본의 수준을 말해줍니다.

명색이 국책사업인 해군기지가 원천무효인 계획에 의해 추진됐다는 얘깁니다. 무슨 말못할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도민들의 ‘표’로 선출된 도지사가 지역주민들을 내팽개치고 오로지 국방부와 해군편에 서서 막무내가로 밀어붙였던 해군기지 계획이 원천 무효라는 판결에도 사과 한마디 없음은 무슨 까닭입니까.

실시계획의 문제를 덮기위해 부랴부랴 이뤄진 변경승인이 적법하다고 해서 그 책임을 면할수는 없습니다.

개인문제를 들춰내서 미안합니다만, 제주시장시절 현대텔콘 비리 의혹에서부터 도지사시절 친인척비리에 이르기까지 비리의혹에 자유롭지 못했고, 지난 2006년 선거에선 공무원 선거개입 문제로 당선무효형을 받았다가 증거수집에 대한 판례 변경으로 운좋게 살아난 분이 ‘석좌교수’라는 이름으로 대학강단에 서는 것도 혼란스럽고, 학생들에겐 무슨 말씀을 하실지 궁금해집니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입니다. 이른바 지역의 ‘수장’인 도지사가 기본을 지키지 않을때 공직사회며 지역사회의 기본이 바로서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요. 이게 비단 제주사회만의 문제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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