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문권 / 천주교 제주교구 신부

▲ 현문권

2월 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념연설에서 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에 대해 “국가미래와 경제발전·안보를 위해 올바른 결정이었다”면서 민주통합당의 ‘말 바꾸기’ 행태를 정면 비판했다. 물론 이 연설에 대해 국민들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사건과 청와대 직원들의 비리사건에 대한 사과를 기대한 것과는 달리 국민에 대한 공격적인 연설이었다며 부정적인 시각이었지만, 이 연설로 인해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는 다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2월 29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 결과는 정부에 호의적이었던 제주도정의 최소한의 의견마저 무시하고 국방부가 단독으로 시행한 항만설계 시뮬레이션 결과를 인용, 15만t 크루즈 선박 입출항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공사강행 방침을 밝혔다. 이에 해군과 삼성 대림건설은 먼저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기 위해 40t이 넘는 폭약을 준비했고, 이와 함께 경찰1000여명이 강정마을에 다시 배치됐다. 다행인 것은 우근민 도지사가 제주도정의 최소한의 요구였던 해군기지 설계검증이 끝날때까지 공사중단을 요구한 사실이다.

해군기지 반대는 우파였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대로 참여정부시절 지금은 야당이 된 정치인들은 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성을 이야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한명숙 총리, 대선주자였던 유시민,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물론, 학계에서도 정권의 입에 맞는 논리를 계속해 만들어 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07년 5월 김태환 전 도지사의 해군기지 유치발표 이후 마을 주민들과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5년간 일관된 모습으로 절차적 정당성, 과대 포장된 지역경제 활성화, 절대보전지역에 대한 환경오염, 4·3과 연관된 생명과 평화의 문제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늘 주장한대로 ‘잃어버린 10년’의 한 축이고, 좌파정권이 아닌가? 그렇다면 참여정부가 국책사업으로 내놓은 정책을 반대하던 주민들은 우파인가? 정치인들의 논리라면 좌파를 반대하면 우파가 아닌가?

해군기지 반대는 좌파인가?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면서 참여정부의 정책은 거의 폐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강행됐다. 특히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연안도 지키지 못하는 해군이 대양을 지킬 수 있냐는 여론의 질타로 대양해군 구호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연설을 통해 슬그머니 다시 살아났다.

또한 정부는 공안정국을 형성하면서 범죄없는 시골마을의 해군기지 반대 주민 모두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특히 마음아픈 것은 그들을 종북좌파라 부른다는 것이다. 금기시되는 안보문제에 대한 반대이기에, 정부정책에 반대하기에 북한을 이롭게 한다나! 전 한나라당, 지금은 새누리당 의원인 김무성 의원은 마을주민들에게 종북좌파라 해 벌금형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에 주둔하는 해군과 경찰, 삼성과 대림건설 업자들까지도 종북좌파라 부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니 우파에서 좌파가 된 것인가?

4·3의 딜레마는 강정이다
강정에서 제주의 비극인 4·3을 다시금 보게 된다. 예전 참여정부시절에도, 현재 이명박 정권에서도 죄 없는 주민들은 철저하게 정부로부터 버려졌다. 대통령들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 현격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에서도 위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긴 4·3의 비극이 바로 우파에게는 좌파라는 딱지를, 좌파에게는 우파라는 딱지를 받고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제주도민은 좌·우파의 사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살았을 뿐이다. 지금 강정에서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은 어떠한가? 정부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국가 공권력의 무기력한 피해자이며, 가당치 않은 이데올로기의 낙인까지 받은 신세이다. 도대체 생존을 위한 해군기지 반대의 외침이 얼마나 큰 죄이기에 정치인들의 대립에서 죽임을 당해야 하는가?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