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예상했던 수준에서 한치도 벗어남이 없다. 정부가 지난 29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고 방해하면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15만t급 크루즈선 접안이 가능하도록 강정항 설계라도 제대로 하자는 최소한의 요구마저 묵살한 정부의 행태는 국민에 대한 ‘불통’선언이자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임기 막판까지 소통의 문을 닫은채 민주주의의 가치와 국가간 교류협력을 통한 상생의 흐름을 거스르고 대규모 해군기지를 만들어 세계 평화의 섬 제주를 동아시아 패권경쟁의 중심에 밀어넣겠다는 것이다.

촌스럽고 오만하고 …
정부가 내세우는 해군기지 공사 강행 명분은 상식을 벗어난 촌스러움과 오만으로 가득하다. 국방부가 단독으로 재시행한 강정항 크루즈선박 입출항 시뮬레이션 결과 부분적으로 보완만 하면 ‘문제가 없다’는 이유가 그 첫째다.

국방부의 크루즈선박 입출항 재시뮬레이션은 지난 14일 검증결과를 발표한 총리실 크루스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의 건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지난해 12월부터 한국해양대학교에 맡겨 소리소문없이 이뤄진 것이다. 이 결과의 신뢰성·객관성·공정성을 믿을수 없다는 것은 정부의 입장에 기운 행보를 보여온 제주도지방정부 마저 즉각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데서도 알수 있다.

더욱의 국방부의 단독 시뮬레이션은 고마력 예인선 배치와 일부 항만구조물 재배치 조건을 상정하고 설계풍속을 기존 7.7m에서 14m, 횡풍압면적을 기존 8584.8㎡에서 1만3223.8㎡로 변경해 적용했다. 귀신도 아니고, 어떻게 최종검토결과를 사전에 알아서 기술검증위가 제시한 조건대로 재시뮬레이션을 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수 없다.

결국 기술검증위의 보고서는 국방부의 단독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짜맞추기 했다는 것 밖에 안된다. 삼척동자도 금방 알수 있는 이런 저급한 수준의 논리를 내세우는건 국민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오만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된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개발 약속을 뒤집고 국방부·해군의 ‘몸집 불리기’로 오히려 국가안보를 위협할 위험이 큰 해군기지를 강행하겠다는 선언이다.

해군기지 입지 결정에서부터 추진 절차와 과정, 공사현장에서 벌어진 온갖 불·탈법적인 행태를 정당화하는 정부의 논리도 매한가지다. 강정마을 1000여명의 투표권자 가운데 고작 87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박수로 통과시킨 해군기지 유치 건의와 제주도의회에서 신뢰성·공정성 문제가 확인된 여론조사결과 등을 가지고 마치 주민들의 동의를 정당하게 받은 것인양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절대보전지역 해제와 환경영향평가 이전에 이뤄진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 승인, 밥먹듯 이뤄진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미이행, 편·탈법적인 문화재 발굴조사 등 숱한 문제들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다. 그러면서 공사방해·현장 침입 등에 대해 엄단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 MB정부의 수준이자 한계다.

‘불통’ 정부의 책임
강정마을주민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계 종교계·학계 등 전국 각계,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공사중단 및 전면 재검토 요구는 물론이고 공정하고 객관성있는 크루즈선 입출항 재시뮬레이션을 요구하는 제주도지방정부마저 무시하는 정부의 행태는 국민적 저항을 자초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음은 물론이다.

계엄령이나 위수령을 방불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체포·연행과 사법처리 등 공권력을 동원한 인권 유린 행태도 MB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다. 오는 4월 11일 국회의원 총선과 12월 대통령 선거는 ‘불통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장이 될수 밖에 없다.

정부가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심을 갖고 있다면, 강정항 설계 재검증을 비롯해 실질적인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위한 조치에 나서야 할것이다. 더불어 국민들과 진정성있는 소통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와 후세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토대로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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