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익기자

구럼비 바위를 찾았을 때가 아마 8년전이다. 서귀포 문섬으로 다이빙을 가려고 했지만 파도가 거세 대체 다이빙 포인트로 찾아갔다.

물론 구럼비 해안 역시 파도가 거세지만, 구럼비 바위와 바로 연결된 해안에는 바위로 둘러쌓여 있는 곳이 있어 가능했다.

무거운 장비와 한 여름의 햇살 아래서 울퉁불퉁한 구럼비를 걷는 것은 힘들었지만, 바다로 뛰어드는 순간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수중생태계는 좋았다.

특히 지형이 참 희안했다. 마치 목욕탕처럼 둘러 싼 바위에는 다양한 해조류들이 서식하고 거친 파도를 피해서 들어온 듯 한 물고기들도 여러마리 보였다.

바다와 맞닿은 부분을 지나칠 때 였다. 그곳은 V자형으로 홈이 파여 있었고, 넓은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곳이었다. 몰아치는 파도로 와류가 형성돼 밖으로 나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옆으로 눈길을 돌려보니 세줄얼개무늬라는 작은 물고기가 그 홈을 향해 선 채 마치 망설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힘차게 지느러미를 저어 밖으로 나가려면 거센 파도가 밀려와 다시 제자리로 돌려 보내도 그 작은 물고기는 결코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29일 발표된 국무총리실의 해군기지 강행 방침을 보면서 이에 맞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이 8년전 그 작은물고기에 오버랩 된다.

5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강정주민들은 어릴적 추억과 영혼이 묻어있는 구럼비를 지키려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수백명의 육지 경찰의 위세에도, 390명이 넘는 연행자가 속출하는 거센 파도 속에서도 주민들은 결코 그 자리를 뜨지 않고 굳굳하게 지키고 있다.

아마, 그 작은 물고기는 그 홈을 통해 넓은 바다로 나갔을 것이다. 아무리 거센 바다도 바람이 잦아들고, 시간이 지나면 잔잔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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