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시태 / 제주서중학교교사·이학박사·화산지질학전공〉

▲ 송시태

알콘(D.W. Alcorn)에 의해 교육과정(敎育課程)이라는 말이 교육용어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20년대 이후부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8·15해방 이후에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변천은 정치·사회적 요인, 교육사조의 변천, 학문적 연구의 진보에 따라 바뀐다. 중학교의 경우, 2011학년도 입학생부터 2009개정교육과정이 적용돼 수업에 임하고 있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학기당 8개 과목 이내로 편성’해 운영하는 집중이수제가 주요 골자로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교육과정이다.

2009개정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올해부터는 주5일수업제가 전면 자율시행되면 평일에 1~2일은 7교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작년말 학교폭력문제가 대한민국의 이슈였다. 이러한 학교폭력 문제를 잠재우기 위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하나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중학교 체육 대폭 확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중학교 학생들이 건전한 체육활동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발산하고 올바른 인성을 함양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월부터 모든 중학생이 1개 이상 학교스포츠클럽에 가입해 현재 중학교 주당 체육수업을 2~3시간에서 주당 1~2시간을 더 이수하게 해 중학교 학생들이 주당 체육수업을 4시간으로 확대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을 적용하기 위해선 첫째, 다른 과목의 수업시수를 20%범위내에서 감축해 체육수업을 증가해야하는 방법과 둘째, 총 수업시수(체육수업)를 1~2시간 더 늘려 창의적 체험활동을 증가해야 하는 방법 그리고 셋째, 창의적체험활동(동아리활동, 진로교육, 봉사활동, 자율활동으로 구성됨)을 1시간 줄이고 체육수업 1시간을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인 수업시수 20% 탄력적 운영은 각 학교에서 작년말에 교육과정을 교육청에 보고해 승인받고 각 학교에 교사의 정원이 배치되어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항이며, 두 번째 방법인 총수업시수를 늘리는 방법은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개정교육과정의 본질을 흔들면서 일선학교에 편법을 적용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라는 이야기가 된다. 세 번째 방법은 창의적체험활동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예방이라는 미명하에 학생들의 진로교육 및 인성교육에 중요한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을 없애면서 체육수업(스포츠클럽) 1시간 증가하는 것이다. 일선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선생님들이 창의적 체험활동을 담당하는 것도 버거운데 체육을 전공하지 않은 선생님이 체육을 1주일에 1시간씩 가리켜야 하는 커다란 문제점이 노출돼 있다. 참으로 큰 문제이다. 체육을 전공하지 않은 선생님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인성을 키우기 위한 체육활동을 담당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내려온 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두 번째 방법인 총수업시수를 늘리는 경우 스포츠클럽 강사를 지원해 준다고 한다. 일선 학교에서 일탈없이 교육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검증된 스포츠클럽 강사를 배치해야 한다. 스포츠클럽 강사의 경우, 수업권한이 없어 폭력예방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고 이들에게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스포츠클럽 강사들이 언제 그만둘지도 모른다. 일선학교의 체육선생님들이 자신의 고유업무도 벅찬데 비정규직 강사를 관리하는 업무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은 매우 신중하게 변경돼야 하지만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하루빨리 교육과정을 개편해 정규 체육시수를 확보하고 교사 정원을 늘려 정규교사를 임용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 체육시간에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학교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주5일수업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평일 7교시 수업이 3~4일까지 늘어나 학생들이 학교에서 환한 웃음을 띄고 수업을 받아 학교폭력 예방이 되는 것이 아니라 녹초가 돼 버리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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