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풍력발전지구에 대한 경관심의 결과가 구린내를 풀풀 풍기고 있다. 불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1차심의에서 탈락한 지구를 재심의에 붙여 거수로 통과시키는 등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실한 어처구니 없는 행태 때문이다.

지난 24일 제주도 경관심의위원회에선 육상풍력발전지구 공모에 응모한 9곳 가운데 애월읍 신재생에너지지구(20MW·한화건설), 표선면 가시지구(30MW·SKD&D), 구좌읍 김녕지구(30MW·김녕풍력발전), 한림읍 월령지구(30MW·두산중공업) 등 4개지구가 조건부로 통과됐다. 반면 한림읍 한림지구(24MW·한국중부발전)와 상명지구(30MW·한국중부발전), 애월읍 장전지구(20MW·한국남동발전), 구좌읍 상도지구(30MW·한국동부발전), 남원읍 수망지구(45MW·포스코ICT) 등 5곳은 모두 탈락했다.

문제는 무엇보다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없이 조건부 통과 지구와 탈락지구에 다른 잣대가 적용됐다는 것이다. 경관심의 지침상 ‘오름 하부능선 기준 반경 1.2㎞내 시설물은 오름 높이의 10분의 3을 넘지 못한다’는 제한규정을 적용할 경우 탈락대상인 지구를 상부능선 기준을 적용해 통과시킨 것이 한 예다.

주요도로 기준 반경 1.2㎞내 제한규정도 제각각 적용된데다, 오름군락인 가시지구와 만장굴 등 용암동굴계 지역인 김녕지구가 통과된 것도 경관심의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결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1차 거수투표에서 탈락한 구좌읍 김녕·한림읍 월령지구를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2차 거수투표를 통해 통과시켜 ‘로비’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관심의를 조건부 통과한 애월·김녕·가시 지구 주력업체가 모두 대기업이고, 김녕지구도 사실상 한 대기업이 배경에 있는데다, 특정지구는 도내 일간지 ‘오너’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한국전력 자회사들과 포스코 등 ‘로비’가 어려운 공기업적 성격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지구는 모두 탈락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이는 제주도가 업체 신청에 의한 풍력발전지구 지정 방식과 제주에너지공사 설립 전 지정에 따른 공공자원 이익 외부 유출 등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고 지정절차를 강행할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풍력발전지구 경관심의 결과에 대한 납득할만한 조치와 함께 제주에너지공사 설립 이후에 지구지정과 사업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제주도 당국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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