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체육,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6-3. 전지훈련

제주시·서귀포시 중복 통계에
응원온 학부모까지 포함하는 등
훈련팀·인원부풀리기
제발연 ‘스포츠산업 경제효과’
엉터리 통계로 공신력 의문


[제주도민일보 박민호 기자]“전지훈련 유치 전담반을 구성해 3000개 팀·3만6000명을 유치, 374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얻어 낼 계획이다”

지난해 말 제주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한 올해 동계 전지훈련팀 유치 목표다. 이는 지난해 제주시를 찾은 전지훈련팀(2755팀·3만4651명)과 비슷한 수치로 제주시는 이 같은 자료를 토대로 ‘전지훈련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올해(1·2월 기준) 제주시를 찾은 전지훈련팀은 836팀·1만1725명 수준, 내달 31일까지 전지훈련팀 집중 유치기간이 한 달여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지난해 말 제주시가 목표한 3만6000여명에는 크게 부족한 상황. 구제역 발생 등의 이유로 전지훈련팀 수가 크게 감소했던 지난해(2715팀·3만5526명)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치다.

매년 증가하던 전지훈련팀 수가 올해 갑자기 줄었다. 그 이유를 알아봤다.

지난해까지의 전지훈련팀 통계는 제주·서귀포시 양시간 과도한 유치경쟁 속에 빚어진 ‘허수’가 포함돼 있었다.
이전까지의 자료에선 제주시 지역에 숙소를 잡은 전지훈련팀들은 제주시의 통계에 포함시킨다. 하지만 이들 팀들이 서귀포지역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참가 할 경우 서귀포시에서도 이들을 서귀포시 전지훈련팀 통계로 잡는 것이다. 이렇게 중복된 팀(선수)들이 양 행정시 전지훈련팀 통계에 녹아들면서 전체 전지훈련팀 수가 늘어난 것이다.

전지훈련 통계의 ‘허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지훈련팀은 제주로 전지훈련 온 선수와 감독 등만을 기준으로 삼아야함에도 겨울철 치러지는 전국대회에 응원 온 학부모들까지 전지훈련팀 수에 포함시켜 그 수를 부풀렸기 때문이다. 정확한 근거도 없이 과대 포장된 인원수 때문에 그동안 제주시를 찾는 전지훈련팀이 3만명을 훌쩍 넘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전지훈련 수치가) 과대 포장됐던 건 맞다”며 “올해부터는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숙소기준’으로 전지훈련팀 수를 산정하다보니 예년보다 팀 수가 줄어들었다”고 해명했다.

제주도에서 밝힌 지난해 전지훈련팀 현황(1월말기준)에 따르면 제주시인 경우 817팀·1만3784명의 선수단이 제주시를 방문했으며 서귀포시 역시 442팀·1만5673명의 선수단이 찾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1/3 이상 줄어든 수치며 지난해 말 제주시가 발표한 올해 목표인 3만6000여명의 선수단과 374억의 지역경제 효과 역시 ‘허수’였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올 연말 제주 방문예정인 전지훈련팀수가 포함되지 않아 전지훈련팀 수는 더 늘어날 여지는 있지만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제주시의 입장이다.

그나마 축구 등 인원수가 많이 포함된 전지훈련팀을 유치한 서귀포시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방문자 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올해(2월 기준)2만7000여명 정도가 시를 찾아 훈련을 마쳤다”며 “동계훈련 집중유치기간인 내달과 오는 11·12월 방문예정팀을 합친다면 지나해 보다 소폭(약 10%)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도의 이 같은 ‘허수’ 놀음에 제주지역 경제 동향 등의 연구를 맡은 제주발전연구원(이하 제발연)의 공신력마저 잃을 처지에 놓였다.

전지훈련팀 제주 방문이 최고조(수치상)에 달했던 지난  2010년. 제발연은 “제주도의 스포츠관광 소득이 6000억원, 스포츠관광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8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제발연이 제주도에 제출한 ‘2009년 스포츠대회 개최에 따른 지역경제파급효과 분석’ 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른 것으로 보고서에는 2009년 97만9000여 명의 스포츠 관광객이 제주를 찾아 5935억여원의 직접소비 지출액이 발생했으며 2008년의 5308억원보다 11.8%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이는 121개 국내·외 스포츠대회(1716억원)를 비롯해 전지훈련(786억원), 골프관광 3432억원 등이 지출액을 합한 수치로 스포츠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파급효과 역시 전년(2008년)도 7494억원보다 11.9% 늘어난 8388억원에 달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제발연은 이를 토대로 스포츠산업이 제주에 막대한 소득을 창출하고 있고, 그 규모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제주의 지주 산업인 ‘관광’과 ‘감귤’에 이은 ‘제3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9년 당시 제주도가 밝힌 제주방문 전지훈련팀 수는 4502팀에 7만5646명. 앞서 언급했듯 이 수치에 상당수의 ‘허수’가 포함돼 있는 만큼 제발연의 보고서에서 밝힌 786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 역시 상당수 ‘허수’가 포함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당시 제발연은 제주를 찾은 전지훈련 선수들(약 7만5000명)이 1인당 약 105만원(104만8000원)씩을 지출한 것으로 가정, 786억의 경제효과를 추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실적 쌓기에 급급한 제주도의 ‘허수’ 놀음에 제발연의 발표한 보고서는 그 공신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올 겨울에도 각종 전국대회와 전지훈련 등을 이유로 방문한 선수들로 제주가 북적였다. 이들과 함께 내려와 선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제주의 아름다운 겨울정취에 취해 훈련의 고단함을 씻어낸 이들은 제주가 훈련과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전지훈련의 ‘최적지’라고 평가한다. 

물론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정확한 통계를 잡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칭 ‘전지훈련의 메카’로 불리는 제주.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보다 정확하고 정직한 자료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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