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는 제주도 행정이 얼마나 생각이 없고 무기력한지를 보여준다. 절대보전지역 해제 등 절차·과정상의 잘못은 뒤로 하고 국방부와 해군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질질 끌려다니는 행태가 전임 ‘김태환도정’에서 ‘우근민 도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의회의 요구로 이뤄진 직무감사에서 드러난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상 강정 절대보전지역은 국방·군사시설을 위한 공유수면매립을 할수 없음에도 실시계획 승인 협의과정에서 국방부에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2009년 1월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 승인이 이뤄진지 11개월이 지난 12월에야 절대보전지역이 해제되고, 2010년 3월 실시계획 변경승인이 이뤄지는 등 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실질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음도 이번 감사결과 드러났다. 항만법 시행령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크루즈항이 이용하는 항만구역을 무역항으로 지정하고 민군 항만 공동사용 협약을 맺어야 함에도 손을 놓았다는 것이다.

도감사위는 지난 2009년 4월 제주도와 국방부·국토해양부간 기본협약서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과 해군기지 이중으로 체결된 사실이 지난해 9월에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해군기지 소위 현장조사에서 드러나 도민 갈등을 증폭시킨 점도 지적했다. 가배수로·침사지·오탁방지막 설치,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동·식물 정밀조사·보전대책 등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미이행에 대한 관리감독과 문화재 발굴조사 소홀도 확인됐다.

강정항 설계오류가 확인되면 기본협약서대로 15만t급 크루즈선박 2척이 동시접안할수 설계 변경을 요청하거나 국회차원에서 바로잡을수 있게 할것을 권고했지만, 제주도정은 선박 시뮬레이션을 다시 실시한다는 국무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의 의견을 따르고 있다. 설계오류가 명백히 드러나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전국 각계, 정치권 등의 공사중단 및 전면 재검토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귀를 닫고 정부와 해군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강정마을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평화활동가 등에 대한 강제연행과 사법처리가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우근민 도정’이 말하는 ‘윈 윈’ 해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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