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신촌불닭발 김향정씨

▲ 김향정씨
포장마차에서 먹던 시민음식 느낌 살리고 싶어
나만의 맛, 간직할 것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열린 문틈 사이로 매운향이 풍기기 시작한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장갑을 끼고 닭발과 닭날개를 먹고 있다. 매콤한 닭발 한 번 뜯은 뒤 마시는 시원한 동치미 국물,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제주시 노형동 이마트 뒷편 인근 모퉁이에서 '신촌불닭발'을 운영하고 있는 김향정씨(36).

김씨가 이 곳에서 가게를 시작한 지도 3년이 넘었다. 김씨는 지금의 닭발집을 운영하기 전까지 여러 사업을 했었다고 한다.

"안해본 장사가 없어요. 처음에는 호프집을 했었고 그 다음에는 갈비집을 했었는데 생각처럼 잘 안됐고 결국 1년만에 장사를 접었어요"

그렇게 해서 김씨가 선택한 것은 도너츠 가게였다. 하지만 한동안 잘 되는가 싶더니 인근에 메이커 도너츠 가게가 들어서면서 매출이 떨어졌고 결국 문을 닫았다. 계속되는 사업 실패로 좌절감을 맛본 그녀가 어떻게 해서 닭발집을 시작하게 됐을까?

"제가 매운 음식을 굉장히 좋아해요. 매운 음식은 먹으면 먹을수록 또 먹고 싶어지잖아요.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매운 음식을 파는 곳이 거의 없었어요. 여기서 실패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죠"

그렇게 시작한 가게에는 파리만 날리기 일쑤였다. 테이블 5개로 시작한 가게의 하루 매상은 5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서 매일 같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를 버틸 수 있게 해준 힘은 가족이었어요"

김씨는 그때부터 맛있는 닭발을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레시피 개발에 힘을 쏟았고 그러한 김씨의 노력은 손님들의 반응으로 이어졌다.

"한 식구라도 가르쳐주지 않는 게 레시피거든요. 그래서 혼자 수백번을 만들어봤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맛있는 닭발이 완성되더라고요"

김씨의 가게에는 특이하게도 다른 닭발집에서는 볼 수 없는 메뉴가 하나 있다.

"닭고기를 먹으면 열이 나거나 못드시는 분들을 위해 탕수육을 팔고 있어요. 어떤 날은 닭발보다 오히려 탕수육이 더 많이 나가는 날도 있을 정도로 인기메뉴가 돼 버렸네요"

문득 '신촌불닭발'이라는 가게 이름의 의미가 궁금해 김씨에게 물었다.

"보통 제주에 있는 신촌을 많이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서울에 있는 신촌을 뜻하는거였어요. 닭발이 서민음식이잖아요. 서울에서는 포장마차에 앉아서 많이 먹는데 그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소박하면서도 외우기 쉬울뿐만 아니라 매울 신이라는 의미도 들어가 있으니까 딱이라고 생각했죠" 

김씨는 음식 장사에 있어서 맛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음식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손님의 마음을 알아야 해요. 문을 열고 가게에 왔는데 아무도 기뻐해주지 않고 반겨주지 않으면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어요. 때문에 항상 손님을 기억하고 환영해드려야 해요"

김씨의 이러한 장사 철학은 지금의 가게를 제주에서 으뜸 가는 닭발집으로 만들게 된 원동력이었다. 지금도 끊임없이 체인점을 내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필요하면 체인점을 낼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지금의 맛을 저만 가지고 싶거든요. 신촌하면 거기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멀리서 찾아와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체인점을 낼 생각은 더더욱 없어요.

김씨는 지금도 매일 같이 닭발을 먹는다. 남들은 물릴 대로 물리지 않느냐고 얘기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저는 제 음식이 정말 맛있어요. 손님이 먹으면 더 먹고 싶어져요. 간혹 손님이 남기고 간 적이 있을 때는 그 자리에서 남긴 음식을 먹어보고 다음에 오실 때 어떤 맛이 부족했는지 물어봐요"

7전 8기 신화의 홍수환처럼 우뚝 일어선 김씨에게는 한 가지 바람이 있다.

김씨는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에 빚이 많았어요.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졌지만 앞으로 지금보다 더 노력해서 상가를 구입하고 싶어요. 그래서 1층에서는 장사를 하고 위층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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