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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바탕한 공존의 의미 가르쳐야”월요일에 만난 사람 <8>박용한 센터장 (서귀포정신보건센터) 학교폭력 객관화 할 전문가 그룹 필요 가해자 '낙인'해서는 역효과 날 수도
▲ 박용한 센터장은 서귀포정신보건센터, 제주도의사회 정보이사, 가톨릭의대·제주의대 교수, 박정신과의원 원장 김동은 기자 dongsan@

[제주도민일보 변상희 기자]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적어도 매일같이 뉴스를 장식하는 학교폭력 사례를 보면 그렇다. 정부와 지자체·경찰·사법부까지 한 나라의 온 기관이 ‘학교폭력 근절’에 사활을 건다니, 보통 심각하지 않다.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그때마다 ‘땜질처방’으로 지적받는다. 안심이 되지를 않는다. 넘치는 ‘학교폭력 대책’이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흩트릴까 더 불안해진다.

우리 아이들이 위험한 건, 이제 ‘학교폭력’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의 정의가 바탕이 된, 인성교육.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는 어른들의 의식. 적어도 이 두 가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학교폭력의 초점이 ‘정신건강’으로 움직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기 이전에, 그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로 몰아서는 ‘낙인효과’로 사회부적응자만 양산해낼 뿐이라는 설명이다.

박용한 센터장(서귀포정신보건센터)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학교폭력 대책 중,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낙인’ 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역효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신과 선생님들도 한결같이 얘기하는 게 ‘가해자와 피해자로 우선은 가르지 말자’. 상황별·사항별 문제로 봐야 한다. 가해자도 가해자의 문제가 따로 있다. 반사회적 성격, 품행장애에 따른 경우와, 정서적 장애·ADHD 등이 원인이 된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 가해자라고 모두 하나로 보는 게 아닌,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강하게 조일수록, 목적에 위반되는 쪽으로 갈 수 있다. 사항별로 잘 보면서 해야 한다.

사회 총체적 관점에서, 가해자도 또 하나의 피해자라는 견해도 있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을 보면, 부모에게 폭력을 당한 경우가 많다. 알콜중독 같은 경우도 그렇다. 그러니 ‘가해자’를 정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가해자라고 다 같은 가해자가 아니다. 그런데 이를 살필 수 있는 전문가의 수요가 한정돼 있다. 이 부분의 교육예산을 늘려야 한다. 이를테면 학교폭력관련 판정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 전문가 그룹이 학교폭력을 두고, 객관화 해 판정할 수 있어야 한다. 도와줘야 할 가해자인지, 격리해야 할 가해자인지 판단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의 치료시스템도 부족하다.

도내에 소아청소년전문의 등 관련 전문가가가 공식적으로 2명뿐이다. 전문가가 개입하기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없다. 여러 다른 심리학자도 적고, 교육학관련 놀이치료(아동심리) 전문가들이 직접 학교와 관련되서 어떻게 할 것인지의 시스템도 없다. 겨우 시작한게 WEE 센터. 그전에는 그 역할을 정신보건센터가 해왔다.
최근에는 도에서 교육예산 1억 정도가 나와 제주시에 소아청소년보건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활동은 올해부터 시작될 것.

학교폭력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넓게는 현재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모습으로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본다. 문제가 되는 아이들이 결국, 가정에서의 문제가 학교로 이어지는 그런 면이 있다. 이혼률도 높고, 알콜에 의한 폭력 등 붕괴된 가정이 많다는 것. 이것은 가정에 대한 의식의 부재를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만의 교육이 아니라 부모교육도 필요하다. 부모가 가정을 이루었을 때, 아이를 키워야 하는 그런 책임감. 그런 게 없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가정이 망가지게 되면, 굉장한 스트레스가 된다. 마음에 병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와 같은 마음상태는 학교에 가서도 정서적·행동장애 문제를 낳게 된다.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풀이한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방법은 부모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부모간, 부모 자식간 서로의 공존관계가 없어서는, 학교에서의 가르침이 무의미해진다. 공존한다는 것을 배우지 못하면, 자기 욕구를 다른 방법으로 풀게 된다. 청소년들은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내제화된 방법, 외연화된 방법. 내제화의 경우, 자신감이 없는 아이로 큰다던가, 우울에 빠진다던가 등의 내면적인 것들이다. 외연화된다는 것은 폭력적·비행청소년이 된다던가, 학교등교를 거부한다던가 하는 등의 외적인 방법으로 나타난다.

학교의 경우는 어떤가.

학교는,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하나의 과정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사회생활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은 혼자 살 수 있는 게 아니다’의 공존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곳. 그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공존하기 위해서는 윤리·도덕·철학과 같은 의식적인 부분의 교육과,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 요즘은 지식에 치우쳐 있다.
공존이란, 서로 더불어 도와주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겪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공존의 교육’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교육은 ‘공존’보다는 남을 ‘이기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있다.

그래서 학교내 중간그룹이 없다. 이것은 우리사회의 정의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정의가 없는 건 지지 시스템의 부재를 뜻한다. 이를테면, 곤경에 처해있는 아이를 도와주고 싶은데, 도와주면 왕따 당한다. 여기서 우리는 ‘도와주는 아이들’을 지지해 줘야 한다. 아이들 내에서 ‘학교폭력’ ‘왕따’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해결되도록 하는 ‘버퍼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중간그룹이 흔들리지 않아야, 정의가 흔들리지 않는다. 교육은, 그런 의식을 갖는 아이들을 지지할 때 ‘힘이 세다고 무조건 이기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게 된다. 합리적 합의의 시스템이 교육에 정착돼야 한다.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의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학교폭력이 그 시기의 심리 변화와 관련 있나.

강력한 호르몬의 변화를 겪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이성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시기이다. 또 청소년기는 주체성, 독립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시기이다. 독립과 자기 주체성(나는 무엇인가?) 이 두 과제를 청소년기에 해결해야 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독립적인 게 잘 안된다.
독립적이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체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군중을 못 따라가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중학교 이상 아이들은 군중심리, 영웅심리를 갖게 된다. 여기서 따돌림이 발생하기 쉽다.

청소년기의 독립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아이들이 독립하고자 하는 의식에서 나오는 행동들을 어른들은 반항으로 본다.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을 단순히 판단해서는 안 된다. 숨은 뜻에는 ‘독립하고 싶다’는 의식이 있는 것이다. 자기 표현을 잘 하는 아이들은 잘만 잡아주면 ‘독립된 아이’로 키울 수 있다. 오히려 얌전하고 말만 잘 듣는 아이들은 나중에 의존적인 아이로 큰다던가, 다른 쪽으로 욕구를 푼다던가 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이들의 ‘독립 의식’을 억압해서는 역효과가 난다.

자기주체성을 어떤 방향으로 가르쳐야 하나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식이 자신의 태도와 다른이의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한다. 또 ‘모든 것은 다 변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하나의 고정관념은 그와 관련한 고통을 낳는다. 편견도 그렇다. ‘정신적 행복’을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의식을 심어주는 나라에서는 이와 관련한 ‘교육’이 따로 중요하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아이들의 ‘정신적 행복’, 나는 누구인가를 살피게 하는 교육이 부족하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있는 그대로를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명상같은 것인데, 시범적으로 한 초등학교에 가서 명상을 시켜봤다. 의식이 현재 지금에 오도록 숨쉬기만 시켜도, 애들이 우선 마음이 편안해진다. 원래 마음을 편안히 집중할 수 있는데, 그럴 기회가 없던 것이다. 아이들은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한번을 해도 그런 효과가 있다. 마음을 스스로 살피는 교육은 어린시절부터 시키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서서히 문제의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현상만 살피고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다. 문제를 양산해내고 있는 전체 시스템의 문제임을 알고 지금부터라도 변화시켜야 한다. 땜질처방은 언제든 계획이야 세울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원인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씨를 심으면 시간은 걸리더라도 분명 열매는 열리게 된다. 여기엔 인내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바탕이 돼야 한다.

당장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관계를 열 수 있는 방법은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건, 아이를 독립된 객체로 보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모니터링 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보게끔 해주는 거울 효과의 대화를 해야 한다. 정신과에서 상담의 핵심은, 거울이 되는 것이다. 상대방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화를 하면, 특별한 답을 내놓지 않아도 스스로의 얘기 속에서 자신을 거울처럼 바라보게 된다. 우리 사회·가정·학교에 그런 대화가 필요하다. 스스로 볼 수 있게 하는 대화.
하지만 아직, 우리는 지배적이고 아이의 대화를 들으면 알아서 해석해 버리는 경향이 크다. 있는 그대로를 살피는 의식을 어른들이 우선 배워야 하는 이유다.

변상희  yellow003@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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