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논란에 대한 우근민 도지사의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사기업의 돈벌이 캠페인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탕진한 문제의 본질은 덮고 논쟁을 그만하자며 정당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과 도민·국민들에게 ‘닥치라’는 식의 훈계와 변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우 지사는 이날 정운찬 전 7대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장의 기자회견 내용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주장’만을 내세우며 제주경제영토 해외 확장이니 글로벌브랜드화니 하는 장밋빛 구상을 내놓았다. 국제적인 인지도나 공신력도 없는 7대경관 ‘간판’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해진다.

7대경관 비판이 정당한 이유
7대경관 선정에 쏟아부은 300억원이 넘는 도민들의 혈세를 마케팅비용으로 이해하고 제주를 글로벌브랜드로 키우는데 써먹자는 우 지사의 주장이 정당하려면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7대경관은 제주를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 등으로 인증한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같은 국제적인 공신력을 인정받는 기구가 아닌 영리사기업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의 돈벌이 캠페인에 불과하다.

도와 제주관광공사·범국민추진위 등이 떠받드는 뉴세븐원더스(N7W)재단은 언론들의 취재·보도를 통해 본부가 있다는 스위스 취리히나 어디에도 사무실도 없고, 관광청이나 시민들도 알지 못할 정도로 실체와 공신력이 의심스러움이 밝혀졌다. 게다가 N7W재단 이사장 버나드 웨버 스스로 7대경관 선정은 재단과 관계가 없고, 자신이 만든 사기업 NOWC가 주최·주관했음을 명확히 했음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도 대행사가 수익사업을 한다는 택도 없는 변명만 하고 있다.

설령 7대경관 선정을 N7W재단이 실질적으로 했다 해도 가치가 없음은 매한가지다. 제주발전연구원이 내놓은 연간 6300억~1조3000억원의 경제파급효과는 검증 가능한 객관적 근거도 없이 지난 2007년 NOWC가 벌였던 ‘세계 신 7대불가사의’ 선정지역 관광객이 몇% 늘었다는 식의 주장을 근거로 추산한 것이다. 신7대불가사의 선정 이후에 관광객이 크게 늘기는 커녕 정체되거나 되레 줄었다는 지역이 태반이라고 하니 7대경관 파급효과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엄청난 기밀인양 실제 투표수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7대경관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211억원을 들였다는 행정전화투표다.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 대신 하루에 수천통씩 ‘지문이 닳도록’ 무제한 중복 전화투표를 해서 따낸 7대경관 ‘간판’이 국제적으로 무슨 공신력이 있고 세계인들에게 얼마나 먹혀들겠느냐는 것이다.

우 지사가 내놓은 제주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를 통한 권역별 해외시장 통합마케팅, 신공항 조기건설과 송전선로·송전탑 지중화 등 관광인프라 구축, 제주 아시안 팝송제 유치 등 국제교류 거점화 등도 7대경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이 추진할수 있는 일들이다. 시민사회단체 등이 7대경관 논란을 잠재우고 도민들을 현혹시키려는 ‘꼼수’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도민들에 대한 ‘불통’ 선언
이번 7대경관 기자회견은 전임 ‘김태환 도정’의 극심한 불통에 대한 도민적 반발을 업고 당선된 우 지사의 도민들에 대한 ‘불통’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무조건 문제를 덮자는 억지 주장에 도의회와 협의도 없이 예비비 81억원을 개인 쌈짓돈처럼 행정전화요금으로 멋대로 낸 것을 정당화하는 대목도 그렇다.

본란에서 지적했듯이, 예비비는 천재지변 등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 초과지출에 충당하기 위한 것이며, 지방재정법·지방자치법 등에 ‘지방자치단체에 채무부담의 원인이 될 계약의 체결이나 그 밖의 행위를 할 때에는 미리 예산으로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행정안전부 훈령에 예산편성이나 지방의회의 심의과정에서 삭감된 경비는 예비비를 지출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지난해 추경예산 심의과정에서 20%가 삭감된 행정전화비를 예비비로 지출했다.

2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인 6개 지역신문방송사(제민·제주·한라일보, KBS·MBC·JIBS)의 7대경관 투표기탁 캠페인이 순수하게 이뤄진 것인양 호도하는 행태도 지사의 품격과 어울리지 않는다. 더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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