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체육,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6-2. 전지훈련
충청북도 보은군 ‘전천후 육상장’마련
웨이트전용훈련장·군청 체육관 무료개방
전지훈련 선수단 지정병원 운영



▲ 제주로 전지훈련 온 타 지역 선수들이 눈을 맞으며 훈련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mino@

[제주도민일보 박민호 기자] 2월 한파가 제주를 강타, 온 섬이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 8일. 제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함박눈이 내려 제주가 하얗게 변했다. 연인들에겐 낭만의 대상인 눈이지만 제주로 전지훈련 온 선수들에겐 돌덩이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겨울철 제주로 전지훈련 온 선수들은 제주의 칼바람과 맞서야 한다. ‘전지훈련의 메카’라고 자부하는 제주에는 실내 훈련장이 없기 때문이다. 매년 수만명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전지훈련을 내려오고 있지만 제주의 훈련 여건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충청북도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보은군. 새로운 전지훈련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인구 3만4000의 이 작은 도시는 최근 입소문을 타고 전지훈련 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 문화관광에 ‘전지훈련계’를 설치, 본격적인 전지훈련팀 유치에 나선 보은군은 2011-2012년 100개팀 3000여명의 전지훈련 선수단 유치를 목표로 보은공설운동장에 조명시설과 날씨에 상관없이 운동할 수 있는 전천후 육상훈련장(길이 145m·6레인)을 마련, 전지훈련팀 유치 전쟁에 뛰어들었다.
보은군이 새로운 ‘전지훈련의 메카’로 명성을 얻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천후 육상훈련장’이다.

▲ 충북 보은군 전천후 육상경기장에서 훈련중인 육상꿈나무 선수단. <보은군 제공>
지난해 6월 보은군은 기존 시설물(육상보조경기장)에 지붕을 씌워 날씨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전천후 훈련장’으로 개조했다. 당시 개조비용은 16억. 사실상 방치된 육상 보조경기장에 지붕하나 씌웠을 뿐인데 그 효과는 대단했다.

 

여름철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었고, 길고 긴 장마에도 선수들은 훈련을 계속할 수 있었다. 추운 겨울에는 눈과 바람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는 등 ‘전천후 훈련장’은 지금 ‘전지훈련의 메카’ 보은군의 상징이 되고 있다.

보은군 관계자는 “동계훈련 온 선수들을 위해 웨이트 전용 훈련장과 군청 체육관(각 60명 동시 이용가능)을 설치,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며 “앞으로 300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웨이트장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은군은 휴양림(산외면 장갑리)에 길이 5.6㎞의 레포츠용 임도와 구병산관광지(속리산면 구병리)에도 천연잔디축구장을 조성해 전지훈련팀 종목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더불어 국민체육센터에 전지훈련 온 선수들 기초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헬스장(60명 사용규모)을 마련, 무료로 개방하고 있었으며 훈련에 지친 선수들을 위해 심층수를 이용한 수영장을 개방, 언제든지 편리한 시간에 이용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시설 역시 무료다.

보은군은 이와 함께 훈련 중 다친 선수들이 무료로 치료 할 수 있는 전지훈련 선수단 지정병원을 운영, 보은군을 찾은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보은군을 찾는 전지훈련 팀들을 위해 군청 소속 버스 2대를 전지훈련팀 전용으로 전환, 이들이 원할 경우 언제라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전지훈련팀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전지훈련팀을 유치하기 위한 보은군청 공무원들의 노력도 계속됐다. 지난해와 올해로 이어지는 유치 기간 동안 공무원들은 휴가를 자진 반납, 전국을 돌며 전지훈련팀 유치에 팔을 걷어 붙였다.

또한 올해 초 보은군 홈페이지에 ‘전지훈련’ 코너를 마련, 보은군을 처음 접하는 전지훈련 팀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전지훈련을 안내하는 군청 홈페이지에는 보은군 내 전지훈련 시설물 현황과 전지훈련 및 대회 유치현황 등의 정보를 지도 등과 엮어 방문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하고 있었다.
보은군은 이밖에도 인조잔디구장·풋살구장·족구장·인라인구장·농구장·전지훈련 산악코스 등을 갖추고 다양한 종목의 전지훈련팀을 기다리고 있다.

보은군의 이 같은 노력에 이번 동계훈련기간 보은군을 다녀간 전지훈련팀은 육상꿈나무·익산시교육청육상부·부산시(도성초·대신중) 육상부·경북의성군 육상부·대전동명중 육상부·대전 체육중·고육상부·충북양궁대표선수단·축구교육원·충남 온양여고 수영팀·대전시설관리공단(육상·탁구·정구 등)·천안체육회 육상부·서울체고 육상부 등 12개 팀 10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2010∼2011) 동계훈련팀 유치실적이 ‘0’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성과다.

재방문율도 높다. 지난해 여름 보은군을 찾은 전지훈련팀들 가운데 육상 꿈나무와 익산시교육청육상부·부산시육상부·경북의성군 육상부 등 8개 팀 700여명이 이번 겨울 다시 찾은 것이다. 전지훈련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은군은 해석했다.

▲ 충북 보은군 전천후 육상경기장에서 훈련중인 육상꿈나무 선수단. <보은군 제공>
보은군 전지훈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방태석 전지훈련계장은 “제주·해남·완주 등을 방문했더니 겨울철 눈도 많이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 전지훈련팀들이 훈련은 제대로 못하고 관광만 하다 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 군이 이 같은 문제를 보완, 시설물(전천후 경기장)을 설치한 후 선수들이 많이 찾는 것같다”고 밝혔다.

보은군측은 지난해 여름 308개팀 3860명의 전지훈련팀을 유치했고 씨름·육상·풋살 등 16개 전국대회 등을 통해 지난해에만 40여억원의 스포츠 경제수입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2011∼2012 동계훈련팀은 제외) 전지훈련팀 유치를 위한 보은군의 노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주경기장 옆 육상보조경기장(100m·7레인)이 수년째 방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박민호 기자
자칭 ‘전지훈련의 메카’라고 떠드는 제주는 어떤가. 주경기장 옆 육상보조경기장(100m·7레인)은 이미 수년째 방치돼 있고, 제주를 찾은 선수들은 눈이나 비가 내리는 날이면 주경기장 2층으로 향해야 한다. 때로는 온몸으로 눈을 맞으며 도로나 경기장을 달려야 하는 일은 전지훈련팀들의 일상이 되고 있다.

‘전지훈련’과 ‘극기훈련’은 분명 다르다. 제주가 진정 ‘전지훈련의 메카’로 나아가기 위해선 전지훈련팀들을 대하는 담당공무원들의 자세와 시설 보완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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