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오석준 / 편집국장

▲ 오석준

이젠 무슨 말을 할까요.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이 한낱 사기업의 돈벌이 캠페인에 불과했던 사실이 명백해졌고, 예비비까지 제멋대로 전화투표요금으로 바쳤지만 선정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마당에 ‘우근민 도정’이 무슨 말로 포장해서 “끝내주는 일을 했다”고 우길런지 궁금해서 하는 얘깁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까지 앞세워 ‘올 인’했던 7대경관 투표 결과에 대한 민망함이야 오죽 하겠습니까만, 이쯤에서라도 멈춰야 할텐데 그럴 기미가 안보이니 참으로 걱정입니다. 가짜를 진짜라고 우기려면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하고, 그것은 고스란히 만만한 백성들이 부담해야 할테니 말입니다.

지난 9일 제주도가 제주도의회에 공개한 ‘7대경관 참여 표준계약서’ 계약당사자는 뉴세븐원더스(N7W) 재단이 아니라, 재단이사장 버나드 웨버가 개인적으로 설립한 영리 사기업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과 공식지원단인 제주관광공사로 돼있습니다.

제주도가 입만 열면 국제적인 공신력 운운하며 그토록 떠받들어온 N7W재단은 7대경관 캠페인과 하등 상관이 없고, 버나드 웨버가 대표인 NOWC와 계약을 한 것이지요. 버나드 웨버 스스로 “7대경관 캠페인의 주최·주관이 재단이 아닌 NOWC”라고 명확하게 밝혔음에도 통역상의 오류다 뭐다 하며 N7W재단 주최·주관이라고 우겨 온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범국민추진위원회의 주장이 거짓임이 명백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이는 계약서의 내용을 보면 더 명확해 집니다. 7대경관 사업은 NOWC가 유일한 법적 대표이며, 전세계에 걸친 독점적 권리소유자라는 것이지요. 제주도가 7대경관 최종후보지가 될 경우 NOWC의 순방여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수 있도록 전담팀을 구성해 전반적인 지원을 하고, 7대경관 선정이 되면 다큐멘터리 제작과 공식 박물관 영구 임대 또는 순환 임대 전시물 제공, 기타 NOWC가 수시로 연락하는 활동들을 지원한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더욱이 ‘NOWC는 언제라도 지명 후보지, 후보지, 선정지의 지위를 중지시키거나 철회하거나 변경할 권리를 갖는 바, 본 계약서의 조항 불이행도 그 사유가 될수 있다’는 조항에 이르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말그대로 ‘노예계약’ 이지요.

이날 공개된 행정전화요금에 대한 의혹도 여전한데다, 뭐가 그렇게 다급했는지 도의회와 협의도 하지 않고 예비비 81억원을 개인 쌈짓돈 마냥 멋대로 전화투표 요금으로 낸 오만한 행태는 그냥 넘어가선 안될 대목입니다. 도는 7대경관 투표 행정전화비가 211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 4600만원에 추경예산에서 확보한 21억8100만원과 예비비 81억원으로 104억원을 납부했고, 남은 107억원 가운데 41억원은 KT가 감면하고 66억원은 5년에 걸쳐 분납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9월8일까지 도가 집계한 7대경관 투표 행정전화비가 210억원이었고, 10·11월에 더 난리법석을 피웠음을 감안하면 납득이 안되지요. 도는 이제와서 각 부서와 행정시가 전화투표 실적을 부풀려 보고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예비비 81억원을 멋대로 전화투표비로 낸 대목입니다.

예비비는 천재지변 등 예측할수 없는 예산외의 지출 또는 예산 초과지출에 충당하기 위한 예산이고, 지난해 도의회 추경 심의과정에서 행정전화비를 20% 삭감했는데, 도의회에 일언반구 협의도 없이 예비비로 충당하는게 말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이러니 시민사회단체들이 우근민 지사에게 “7대경관 사기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도의회에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지요.

도의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는다해도 7대경관에 쏟아부은 비용은 장난이 아닙니다. 행정전화비 211억원에 기관·단체·도민들에게 거둬들인 투표기탁금 56억7000만원, 사업비·홍보비 등 경상예산 45억5900만원 등 드러난 것만 313억2900만원에 부서별로 여기저기서 끌어다 쓴 예산이며 도민·국민·해외동포 등의 개별 전화투표비에 이런 저런 비용과 노력을 감안하면 셈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를 ‘우근민 도정’의 주장처럼 마케팅비용으로 이해하려면, 제주발전연구원이 내놓은 연간 6300억~1조2000억원에 이른다는 7대경관 선정효과라도 믿을만 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그마저도 명확한 근거가 없는 ‘그들의’ 주장을 근거로 추산한 것에 불과해 객관성·신뢰성이 없으니, 세계 시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7대경관 타이틀을 돈 주고 샀다는 것이 ‘답’입니다.

우근민 도정 ! 7대경관 놀음 이제 그만하시지요. 지금은 도민·국민들에게 ‘쿨하게’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 입니다. 남은 2년 내내 소통을 모르는 오만한 도정과 함께 하는 건 도민들로선 끔찍한 일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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