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교육 62>인터넷중독자의 뇌=약물중독자의 뇌

뇌 회복능력 빠른 시기 이용해야…'진단'부터 '치료'까지

어른들의 적극적 의지가 '최선'

[제주도민일보 변상희 기자] 사례 A>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동현이는 컴퓨터 앞으로 달려간다. 게임 캐릭터의 레벨이 곧 1단계 올라갈 참이라 ‘밥 먹고 숙제하고’ 엄마의 잔소리는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다 게임이 잘 되지 않기라도 하면 곧 죽상이다. 하루 온종일 동현이의 머릿속엔 ‘게임’뿐이다.

사례 B> 수빈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부터 찾는다. 어플로 다운받은 게임을 잠깐 하고서, 곧 친구와 메시지 채팅을 시작한다. 아침밥상에 휴대폰을 들고 있다고 꾸중하는 아빠가 밉다. 숙제와 준비물은 잊어도 휴대폰은 절대 손에서 떨어뜨리지 않는다. 채팅하느라 가끔 엄지 손가락이 아리고 눈이 따끔거려도 대수롭지 않다. 휴대폰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으니 말이다.

▲ 아이들의 인터넷·휴대폰 중독 탈출구로 부모의 적극적인 의지가 관건이다. 박민호 기자 mino@
요즘 아이들은 여러 ‘중독’에 노출돼 있다.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는 온갖 재미난 것들이 손이 닿는 어느 곳에나 널렸기 때문이다. 공부의 압박도, 뻔한 어른들의 얘기들도 인터넷과 휴대폰만 쥐고 있으면 쉽게 차단된다. 그 매력은 아이들을 아주 쉽게 중독으로 이끈다.

요즘 부모들은 그래서 걱정이 많다. 아이들의 ‘컴퓨터, 휴대폰 삼매경’이 새학년이 되면 좀 나아질까 싶어 지켜보지만 해를 넘길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뾰족한 답은 없고, 매번 꾸중하자니 그것도 지치다. 가끔 뉴스에 아이들의 인터넷, 휴대폰 ‘중독’ 얘기가 나오지만 내 아이는 아닐 거라 애써 믿어본다. ‘중독’이란 마약중독, 도박중독, 알콜중독에서만 통할 얘기 같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아이들이 '중독'에 노출돼 있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특히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크다. 아직 자아형성이 덜 된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절제력'만으로 알아서 헤어나오길 기대하는 건 어른들의 이기심이다.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컴퓨터를 사주는 것도, 휴대폰을 사주는 것도, 시끄럽게 떠든다고 '게임, 동영상'을 틀어 순간을 외면하는 것도 어른들이다. '공부만 강요하는 재미없는 현실'을 만든 것도 어른들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허락한, 어른들이 유혹한, '재미난 세계'에서 재미없는 현실로부터 숨는 방법을 터득한 것 뿐이다. '중독'의 치료를 어른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아이들의 '중독'을 치료하기란 쉽지 않다. 인터넷중독·휴대폰중독은 다른 '중독 질환'과 달리 적극적 치료방법이나 약이 없다. 그 위험성만 계속해서 발표될 뿐이다. 그러나 모든 '중독'이 그러하듯, 정확한 진단이 최우선이다. 얼마만큼 위험한 수준인지, 판단과 자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치료' 같은 적극적 치료방법은 없지만, 적극적 의지만 있다면 치료도 어렵지만은 않다. 관심과 인내가 큰 약이다.

*휴대폰 중독 자가측정표(가톨릭대학 성바오로 병원 정신과 윤수정 교수)
1.휴대폰이 없으면 안절부절 못한다.
①전혀 아니다 ②약간 그렇다 ③어느정도 그렇다 ④상당히 그렇다 ⑤매우 그렇다
2.배터리가 한 눈금만 남으면 불안하다.
①전혀 아니다 ②약간 그렇다 ③어느정도 그렇다 ④상당히 그렇다 ⑤매우 그렇다
3.요금이 많이 나와 사용을 줄이려고 한 적이 있다.
①전혀 아니다 ②약간 그렇다 ③어느정도 그렇다 ④상당히 그렇다 ⑤매우 그렇다
4.회의나 수업 중에도 전원을 끄지 못한다.
①전혀 아니다 ②약간 그렇다 ③어느정도 그렇다 ④상당히 그렇다 ⑤매우 그렇다
5.휴대폰을 남과 다르게 꾸미고 싶다.
①전혀 아니다 ②약간 그렇다 ③어느정도 그렇다 ④상당히 그렇다 ⑤매우 그렇다
6.외워서 걸 수 있는 전화번호가 거의 없다.
①전혀 아니다 ②약간 그렇다 ③어느정도 그렇다 ④상당히 그렇다 ⑤매우 그렇다
7.별다른 용무 없이 심심하면 전화를 건다.
①전혀 아니다 ②약간 그렇다 ③어느정도 그렇다 ④상당히 그렇다 ⑤매우 그렇다
8.휴대폰을 자주 꺼내 전화가 왔는지 확인한다.
①전혀 아니다 ②약간 그렇다 ③어느정도 그렇다 ④상당히 그렇다 ⑤매우 그렇다
9.집 전화기가 있는데도 휴대폰을 쓴다.
①전혀 아니다 ②약간 그렇다 ③어느정도 그렇다 ④상당히 그렇다 ⑤매우 그렇다
10.수업?업무 중에 문자가 오면 바로 답장한다.
①전혀 아니다 ②약간 그렇다 ③어느정도 그렇다 ④상당히 그렇다 ⑤매우 그렇다

20점 미만=건전(휴대폰을 통신 수단으로 적절히 사용하는 상태)<BOLD>
20~29점=주의(휴대폰에 대한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상태)<BOLD>
30점 이상=중독(휴대폰 의존도가 아주 높아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불안?초조감을 느낄 정도로 지나치게 집착하는 상태)<BOLD>

*청소년용 인터넷 게임중도 척도와 해석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1.게임을 하는 것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좋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2.게임 공간에서의 생활이 실제 생활보다 더 좋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3.게임 속의 내가 실제의 나보다 더 좋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4.게임에서 사귄 친구들이 실제 친구들보다 나를 더 알아 준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5.게임에서 사람을 사귀는 것이 더 편하고 자신있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6.밤 늦게까지 게임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7.게임을 하느라 해야 할 일을 못한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8.갈수록 게임을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9.점점 더 오랜 시간 게임을 해야 만족하게 된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10.게임을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에도 그만두는 것이 어렵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11.게임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한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12.게임을 안 하겠다고 마음 먹고도 다시 게임을 하게 된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13.게임 생각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14.게임을 못한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15.게임을 하지 않을 때에도 게임 생각을 하게 된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16.게임으로 인해 생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게임을 해야 한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17.게임을 하지 못하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18.다른 일 때문에 게임을 못하게 될까봐 걱정된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19.누가 게임을 못하게 하면 신경질이 난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20.게임을 못하면 화가 난다.
①전혀 아니다 ②때때로 그렇다 ③자주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일반 사용자(37점 이하)-지속적 자기 점검 요망
게임 습관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하루 1시간 30분 이하, 주1~2회 이하 게임을 하는 등 인터넷 사용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다.
잠재적위험 사용자(38~48점)-게임중독 행동 주의, 예방 프로그램 요망
고위험사용자에 비해 낮은 수준이나 가상 세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하루 2시간 이상, 주 5~6회 정도 게임을 한다.
공격적 성향을 보이고, 자기통제력이 낮고 충동적이며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위험 사용자(49점 이상)-전문적 치료 지원, 상담 요망
현실 세계보다는 가상의 게임 세계에 몰입해 게임공간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게임으로 인해 대인관계나 일상생활에 부적응 문제를 보이며, 부정적 정서를 나타낸다.
하루 2시간 30분 이상 매일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게임을 하느라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는 등 게임 행동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없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자기 통제력이 낮아 일시적인 충동이나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며, 인내력과 효율적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한 경향을 보인다. 공격적 성향이 높으며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녀 휴대폰 사용 교육 10계명(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中, 고재학 지음)
1.절제력이 생길 때까지 구입을 최대한 늦춰라!
2.휴대폰 사용 규칙을 함께 만들어라!
3.자녀 명의로 가입해라!
부모 명의로 가입하는 것은 자녀를 성인 콘텐츠에 그대로 노출시킬 위험이 크다.
4.공부할 때는 반드시 휴대폰을 꺼라!
휴대폰을 진동이나 무음 상태로 해놓더라도 공부 흐름이 끊어지기는 마찬가지.
5.문자 사용량을 통제하라!
6.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원천 봉쇄하라!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음란콘텐츠의 접속통로가 된다.
7.휴대폰을 절대로 학교에 가져가지 말라!
8.딸에게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라!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휴대폰에 더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9.일주일에 한번 휴대폰도 쉬게 하라!
10.부모와 교사가 모범을 보여라!
부모와 교사가 휴대폰 에티켓을 지키고 성인물을 이용하지 않는 등 모범을 보여야 한다.

*가정에서 활용하는 자녀 지도지침(인터넷 게임중독에서 내 아이를 지키는 59가지 방법 中, 김미화·장우민 지음)
1.인터넷 사용시간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기보다 자녀와 합의해서 정한다.
2.부모도 컴퓨터에 대해 알고,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3.컴퓨터는 가족이 공유하는 장소에 둔다.
4.학습을 돕는 긍정적인 인터넷 사용을 격려한다.
5.자녀가 여가 시간에 인터넷 사용 이외에 다른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6.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식사나 군것질을 하지 않도록 한다.
7.인터넷 사용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다.
8.자녀 스스로 인터넷 사용시간을 조절하기 어려울 경우, 시간관리 소프트웨어를 설치한다.
9.자녀의 평소 생각이나 고민에 관심을 보인다.
10.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생활부적응이나 갈등이 지속되면 전문상담기관의 도움을 받는다.

+인터넷 중독 상담 받을 수 있는 곳.
한국정보화진흥원(인터넷 중독센터) http://www.iapc.or.kr , 전화 1599-0075
제주인터넷중독대응센터(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에 위치)

지난 1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정신센터가 '인터넷 중독 장애' 진단을 받은 성인 17명의 뇌를 MRI 촬영한 결과, 뇌의 '백질(white matter)' 신경섬유에 손상이 관찰됐다. 즉,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의 뇌는 약물중독자와 비슷하다는 것이 실험 결과다.
백질은 감정처리·주의집중·의사결정·인식조절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 외부로부터 풍부한 자극을 받아야 발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백질이 발달하지 못할 경우 복합적인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지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한다. 특히 뇌가 한창 발달하는 단계의 아이들의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뇌의 회복능력을 갖고 있는 청소년 시기전에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하고 손을 놓기보다 '진단'부터 '치료'까지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참고:휴대폰에 빠진 내 아이 구하기 (고재학 지음)
인터넷 게임중독에서 내 아이를 지키는 59가지 방법(김미화·장우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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