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봉수 / 제주대 윤리교육학과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 강봉수

목하 우리 사회의 화두 중의 하나는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과 서울시학생인권조례의 공포를 둘러싼 공방이다. 보수단체들은 연일 학생인권조례의 철회를 부르짖고 있다. 체벌금지 등을 담은 인권조례가 학교폭력을 더욱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권교육에 앞장서야 할 교과부조차 서울시교육청에 태클을 걸고 있다. 대신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번만은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며 전시성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학교폭력 전수조사니 무슨 위원회를 꾸리는 등의 대책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아무래도 현장의 학생부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관련된 잡무로 무척 바빠져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학부모 및 지역사회의 역할과 공동노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고 폭력을 예방하고 갈등을 해결할 주체는 교사들이다. 그들을 대상화시키는 어떠한 대책도 무용지물이다. 그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교권을 돌려줘야 한다. 교권이란 보수단체들이 주장하듯 교사에게 강력한 체벌권을 허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본래의 그들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학교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는 학생인권조례가 권고하는 인권친화적인 교육과정과 학교생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라나는 10대 청소년들은 누구나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뇌과학자들의 진단이다. 얌전하고 도덕적이던 아이도 사춘기에 접어들면 감정과 욕구에 휘둘리는 충동적인 행동과 공격적 본능을 드러낼 수 있다. 급격히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등의 호르몬 때문이고, 아직 성숙하지 않은 뇌구조 때문이다. 10대들의 뇌는 감정을 조절하고 이성적 사유를 이끄는 전전두엽피질이 아직 다 자라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두려움·공포·분노 등을 관장하는 편도체로 세상을 읽는다. 특정사안을 해석할 때 어른들의 뇌는 전전두엽피질이 작동하지만, 10대들은 편도체가 작동한다. 운동을 관장하며 사회적 상호작용과 농담이해능력을 담당하는 소뇌의 발달도 과정 중에 있다. 그래서 10대들은 타인의 정서나 사안을 잘못 해석할 수 있다. 10대들의 뇌는 마치 브레이크는 원활하지 않은데 가속페달만 작동하는 자동차와 다르지 않다.

학교와 교사들은 10대들의 브레이크 역할을 담당해줘야 한다. 그들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정조절 능력을 길러주고, 자율성을 존중하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충동적 행동과 공격적 본능을 합리적으로 분출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과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 를 다시 묻고, 인권친화적인 교육과 학교환경 조성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아이들은 제대로 된 도덕수업을 받지 않으며, 예체능 등 몸을 움직이고 창의성을 요구하는 활동은 몰아서 하거나 입시과목에 밀려있다. 아이들의 자율적 동아리활동·축제 등은 없어지거나 축소됐고, 교사와 학생의 대화는 문제행동이 있을 때 교사가 학생을 불러서 훈계하고 다짐을 받을 때나 가능한 실정이다. 이는 학교의 모든 교육과 행정이 학력과 입시경쟁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행동을 감시하기 위한 CCTV시설 확충, 스쿨폴리스의 확대, 문제 학생에 대한 격리와 강력한 처벌 등의 무관용의 대책 등은 차선책일 뿐이고, 오히려 평범한 학생들조차 자극하고 분노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대책들은 뜻있는 교사들을 더욱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인권친화적인 교육과 학교환경을 조성하는 길만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교사들에게 그들의 권리를 돌려주는 대책만이 인권을 신장하고 폭력을 근절하는 길이 될 것이다. 제발 학교폭력 근절이라는 명분으로 교사들에게 또 하나의 잡무를 주지 말고, 그들이 교실과 학생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자.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교권조례도 제정하자.

나는 경기와 서울 등에서 전개되고 있는 혁신학교 모델에서 그 대안을 본다. 학급당 인원의 감축, 잡무에서 해방된 교사들의 공들인 교재연구와 수업혁신, 소통과 배려가 있는 상담활동, 예체능교육과 학생자치활동의 강화 등이 그것이다. 학생들은 수업과 학교생활이 즐겁고 교사들은 교직의 보람을 맛본다. 이러한 학교에서 폭력이 있을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가 권고하는 인권친화적인 교육과 학교환경이란 이런 것이라 여긴다. 제주에서도 조속히 학생인권과 교권을 보장하는 조례가 제정되고 그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