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에 일이 벌어지고 있다] 4. 하가리
타지인만 받은 첫 주택사업, 이번엔 조손가정 대상
마을내 원형질 제주초가 매입해 문화재 지정 추진

▲ 장봉길 하가리장이 지난해 완공한 1호 임대주택 안에서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160여세대 400여명이 모여살고 있는 작은 마을 하가리에 의미있는 변화가 포착됐다.

지난해 첫 주택임대사업으로 식구가 늘면서 3학급이던 더럭분교가 6학급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더럭분교 학생들이 더 이상 복식수업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폐교 위기까지 거론됐던 학교가 제 학년에 맞게 수업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회생하고 있는 것이다.

하가리는 지난해 처음 주택을 지었다. 연초 이 같은 학교살리기 안이 마을총회를 통과했고 같은 해 12월 10세대의 둥지가 완성됐다. 제주에서 가장 큰 연못(9000여㎡)이 있는 마을답게 주택 이름은 ‘연화’로 붙였다. 주민들은 마을 부지에 개인 땅을 매입해 둥지터를 마련했고, 공사비 10억원은 지방비 보조와 마을부지 매각 대금 등으로 충당했다. 현재 5세대가 입주를 마쳤고 나머지 5세대가 곧 이사 올 예정이다.  

주민들은 단순한 이웃 유입에만 시선을 두지 않았다. 새 식구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기존 타 마을의 임대주택보다 크기를 더 넉넉하게 지었다(85㎡ 2세대·100㎡ 8세대). 또, 제주도 전체 인구를 늘리는 데 일조하자는 의미로 임대자격은 타지인으로 한정했다.

장봉길 이장은 “행정에서 택지개발이니 뭐니 해도 도내 인구간 이동일 뿐 전체 인구는 그대로”라며 “우리는 당초 외부인만 받는 것으로 기준을 정했다”고 말했다.

▲ 하가리사무소의 칠판에 올해 계획이 적혀있다. 문정임 기자
▲ 하가리는 올해, 초가 2동의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지난해 입주민 공고가 나가고 리사무소 전화는 불통이 됐다. 지자체에 협조공문으로 발송한 것을 누군가 ‘제살모’(제주도에서 살기위한 모임) 인터넷 카페에 올리며 입소문을 탄 것이다. 주민들은 긴 시간 신청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진짜 마을사람으로 거듭날 이를 가렸고, 경기도와 부산·서울 등지에서 10가족이 제주로 들어왔다.

주민들은 또,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학교에 보내어질 수 있도록 임신중이거나 미취학아동을 가진 다자녀가구를 우대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더럭분교는 내달부터 3학급이 6학급으로, 3명이던 교사가 7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 마을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장봉길 이장 역시 더럭분교 출신이다. 학교가 있어야 마을이 생기를 잃지 않는다는 말은 당연함을 너머 이미 절박함 그 자체다.

장 이장은 “작은 학교는 작은 학교대로 특성화를 통해 더 학생수가 늘어나도록 정책을 짜야하는데, ‘특별도’교육청은 ‘20명 이하 폐교’와 같은 산술적 기준만 내세운다”며 아쉬워했다.

주민들은 올해 또다른 주택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는 조손가정과 한부모가정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 역시 인구유입에 또 하나의 가치를 얹은 것인데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 깨끗한 곳에서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돕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 사업은 현재 지방비를 신청해 둔 상태다.

이와함께 하가리는 초가 2동의 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의 담 안에 안거리와 밖거리가 있고 고팡과 통시·정지가 있는 전형적인 구조다. 문짝이 너덜거리고 흙벽이 떨어지는 낡은 상태지만 제주초가의 원형으로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게 장 이장의 설명이다. 주민들은 마을 자금으로 토지와 건물 매입을 모두 마쳤고, 현재 제주도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해 둔 상태다.

장 이장은 “지정후 정비가 완료되면 연자마(중요민속자료 제32호)와 함께 마을내 또다른 볼거리가 될 것”이라며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속 원형질의 초가는 관광지의 초가와 의미가 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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