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오석준 / 편집국장

흠집내기라 하셨다지요? 우리사회에 이성이 살아 숨쉬는 것이지요.
개탄마저 하셨다지요? 저는 더 슬픕니다.
침소봉대(針小棒大) 하면서 매도한다고요? 민망하시겠지요.
해괴하고 비상식적인 잣대라고요? 지나던 소가 웃습니다.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키자고요? 소통하는 법을 아직 모르시네요.

▲ 오석준 기자
‘혹시나’가 ‘역시나’
지난 3일 정운찬 전 ‘제주-7대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했다기에 그 내용을 세심하게 들여다 보았습니다.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캠페인은 누가 주최·주관했고 공신력이 있는지, 투표는 실제로 얼마나 이뤄졌으며 연간 6300억원~1조3000억원에 이른다는 선정 효과를 과연 믿을만한지 등등 온갖 의혹을 조금이라도 풀수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혹시나’ 했던 결론은 ‘역시나’였습니다. 정 전 위원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그동안의 범국민추진위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지요. ‘7대경관 투표는 뉴세븐원더스(N7W)재단이 한게 맞다’고만 할뿐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했고, 개인적으로 버나드 웨버 이사장을 신뢰한다는 얘기만 되풀이 했습니다.

버나드 웨버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오마이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를 주최·주관한 것은 N7W재단이 아니라 NOWC(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이며, 재단이 주최했다는 것은 오해”라며 “N7W재단이 영업활동을 못하기 때문에 NOWC를 설립한 것은 맞지만, 재단이 출자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개인적으로 만든 사기업(private company)”임을 명확히 밝힌바 있지요. 파장이 커지자 범국민추진위가 보도자료를 통해 N7W재단이 주최·주관한게 맞다고 반박했지만 말 뿐이고 명확한 근거가 없습니다.

설령 그게 맞다해도 KBS ‘추적 60분’팀이 스위스 취리히와 독일 뮌휀 등 현지 취재를 통해 N7W재단은 UN(국제연합)과의 협력관계는 고사하고 사무실도 없는 실체가 불분명한 재단임을 규명한바 있습니다. 이런 재단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과 비교한다는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일부언론의 흠집내기, 지엽적인 문제 침소봉대, 돼지저금통을 내놓은 어린이에서부터 수억원의 자비를 쓰면서 외국 현지 홍보에 주력했던 해외동포의 자발적 헌신마저 매도하는 행위라는 정 전 위원장의 개탄과 “정도를 걷는 언론이라면 비즈니스마케팅 전략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질책해야한다”는 ‘가르침’은 정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7대경관 캠페인의 국제적인 공신력에서부터 공무원 1명이 하루에 최고 2381통까지 두드려댄 맹목적이고 비상식적인 무제한 중복 전화투표의 객관성·공정성 문제, 연간 최고 1조3000억원이라는 파급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자료 등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인도네시아 코말바지역 개발사업이나 지난해 제주도 외국관광객이 34% 늘어난 것을 오로지 7대경관 선정 때문인양 갖다붙이는 건 지나던 소가 웃을 일입니다. 3월 경제장관회의에 올려야 할 제주관광발전을 위한 아젠다는 7대경관이 아니라 유네스코(UNESCO :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가 인증한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이라는 ‘트리플크라운’이 합당하겠지요.
 
제주도가 쓴, 최소 200억원이 넘는 행정전화비를 제주도·대한민국을 위해 쓴 마케팅비용으로 이해하고, 일부언론의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시키려면 말이 아니라 명확한 근거를 내놓고 도민·국민들을 납득시키는게 먼저가 아닌지요. 7대경관 캠페인이 결국은 버나드 웨버의 개인 사기업인 NOWC의 돈벌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대한 민망함을 이해못할바는 아니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언론과 도민·국민들에 ‘닥치라’는 훈계는 오만의 다른 행태일 뿐입니다.

제주도는 어디에 …
7대경관 투표에 그토록 난리법석을 떨었던 제주도는 어디에 있는지요. 상황이 이쯤되면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낱낱이 해명하고 도민·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할텐데 ‘꿀먹을 벙어리’가 됐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닙니까.

7대경관 캠페인을 N7W재단이 한게 맞다면 명확한 근거를, 제주도를 비롯한 28곳의 최종후보지에 실제로 얼마나 투표가 이뤄졌는지, 공무원 투표는 얼마나 했고 최소 200억원이 넘는 행정전화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56억원의 투표기탁금은 어떻게 썼는지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홍보다 뭐다 하며 쓴 30억원이 넘는 경상예산과 투표기탁 캠페인을 벌인 ‘유력언론사’들과의 ‘짬짜미’에는 얼마나 어떻게 썼는지도 밝혀야 합니다.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공무원이라고, 도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예산을 멋대로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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