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태일 /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김태일

서울시가 기존의 뉴타운 사업방식을 전면중단하고 새로운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투기와 상업자본의 개발논리로 추진돼 왔던 뉴타운개발 40년사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른바 싹쓸어버리고 대규모 개발로 추진돼 왔던 뉴타운 개발방식은 주택 물량확보와 경제활성의 가치에 중심을 둔 것이었다. 그리고 농어촌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고착화돼 왔다. 도시와 농어촌 마을이 동시에 피폐화돼 왔다.

과거의 도시개발사업은 지역의 가치 있는 것, 즉 지형·옛길·문화재·오랜된 건축물·오랜 나무와 숲·의미있는 추억의 공간·주민 삶의 지속성 등 유형적 무형적 가치들을 꼼꼼히 검토하고 유지해 나가려는 의지와 노력의 부재에서 시작됐기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안고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인구유출과 1차산업의 붕괴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농어촌 마을을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중앙정부의 핵심사업으로 마을만들기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약 46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주형 마을 만들기와 농림수산부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베스트 특화마을,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사업등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들 사업은 마을의 중요성과 마을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반성을 하는 계기가 제공됐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하드웨어 중심으로 소도읍 정비계획등 지역발전계획의 큰 틀 속에서 마을의 새로운 발전모습을 그리지 못한 채 개별적인 사업으로 추진됐다는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마을만들기사업을 오래전에 추진해 왔던 일본 역시 많은 시행착오 거치며 현재와 같이 주민중심의 사업으로 정착하게 되었듯이 초기단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는 것이며 이런 시행착오의 경험들이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갖고 있는 제주의 마을 활성화에 작은 기초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마을만들기사업의 목적은 인구감소로 인해 과소화되고 있는 농촌지역의 다양한 세대의 정주를 통한 활성화, 그리고 소득창출을 통한 농촌마을의 경쟁력 확보에 있는 만큼 사업내용과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자체의 준비와 노력을 통한 각 마을별 특성을 살리는 사업 발굴을 기초로 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추진,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전문가의 참여, 컨설팅지원제도의 도입, 행정부서별 유사마을만들기사업의 통합과 조정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도시만들기는 농어촌의 산업구조와 생활기반과는 다르기 때문에 삶의 공간을 의미있게 만들어 가려는 개념과 철학을 공유하되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건전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주거환경의 개선과 문화생활, 집적화된 생활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창출 등이 도시만들기의 기본목표가 돼야 하는 것이다. 도시화되고 있는 제주도시에는 중복적이거나 혹은 분산적인 개발사업이 적지 않다. 적어도 이런 사업을 통합해 전략적인 도시만들기에 집중한다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제주의 도시와 마을만들기는 제주발전의 원천이며 제주 미래를 견인할 중요한 자원일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도시와 마을 특성에 맞는 아이디어 발굴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 생활여건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맞춤형 전략과 추진방식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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