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시태 / 제주서중학교교사·이학박사·화산지질학전공

▲ 송시태

물이 맑아지기를 백 년 기다린다는 뜻으로, 아무리 기다려도 이루어지기 힘든 일 혹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을 비유 하는 ‘백년하청 (百年河淸)’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기업 경영 방식과 기업 환경은 더 말할 것 없이 깨끗이 청산돼야 마땅한 고질이지만 항상 탁류가 흐르는 황하(黃河)와 같이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니 이를 어찌 해야 하나. 미꾸라지 한 마리가 일으켜 놓은 소동 때문에 기관의 얼굴은 만신창이가 되고 국민들이 마시기에 적합한 청정 수원지가 돼주어야 할 연못의 물이 온통 흙탕물이 돼버린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요즘 뉴스를 접하다 보면 ‘~와의 전쟁’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말로 핵전쟁에라도 대비해야 할 것 같은 시대이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전쟁의 수식어를 살펴보면 선거·경제·물가·무역·통상·성폭력·학교폭력·조폭·범죄·청렴·특허·귀향길·3D TV·에어컨·유가·폭설·맥주·커피·빵집·취업·배터리·자원·라면(하얀전쟁으로 일컫기도 함)·커피믹스·세금·보조금·복지·예산안·환율·숙소·술·담배·비만·부채·물가 등 엄청난 수식어들을 붙이면서 ‘~와의 전쟁 선포식’을 갖다보니 우리는 총성없는 전장터의 전쟁시대를 살아가는 느낌이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전쟁은 ‘청렴(淸廉)과의 전쟁’이다. 청렴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위의 전쟁 앞에 붙여진 수많은 수식어들을 한마디로 줄인다면 청렴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앙정부 및 지자체 등에서 혈안이 되고 있는 것 역시 청렴에 관한 내용이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 등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측정결과 우수기관에 선정된 곳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청렴도를 제고하고 인센티브를 얻기 위한 방안으로 각 기관에서는 공사·용역·물품구매 등 계약업무 전반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검토·조사해 부조리한 사항이나 불합리한 제도 등을 개선하는 제도인 청렴계약 옴부즈만 운영 규정을 제정한 곳도 있으며, 모 경찰청은 청장을 비롯해 총경급 간부 전원과 함께 소속 경찰관들이 청렴동아리 회원으로 가입해 청렴을 생활화하기도 하고 있다.

모 구청은 주민의 공직 부조리 신고와 내부 고발 활성화를 위해 감사관과 직접 연결되는 전용전화를 개설ㆍ운영하기도 하고 있으며, 민원인에게 받은 물품을 경매에 붙여 복지재단에 기탁하고 승진 축하시 들어 온 난(蘭)과 쌀 등의 판매대금을 복지재단에 기부도 하며 축하 난(蘭) 대신에 쌀로 받아 기증하고, 관행적으로 받던 음료수를 아동센터로 기부하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를 높이고 감사 투명성과 신뢰받고 깨끗한 제주교육문화 조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기 위해 학교감사에 학부모가 직접 참여하는 ‘학부모 명예 감사관제’를 확대하여 운영하기로 했다. 이렇듯 각 기관에서는 청렴을 위하여 청렴 옴부즈맨제, 청렴 패러디 포스터 공모전, 청렴교육·홍보사례 경진대회 등을 개최하면서 청렴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영하 80℃나 되는 남극대륙의 극한환경을 살아가기 위해 황제펭귄들은 허들링(Huddling)을 한다. 허들링은 알을 품은 황제펭귄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체온으로 혹한의 겨울 추위를 견디는 방법으로 무리 전체가 돌면서 바깥쪽과 안쪽에 있는 펭귄들이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행동이다.

허들링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 우리 인간들이 배워야 할 것은 공동체를 위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다.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배려를 생활화한다면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에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한 마리의 미꾸라지 때문에 백년하청이 될 수 없지 않은가?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청렴한 자세로 업무에 충실히 임한다면 ‘~와의 전쟁’이라는 총성없는 전장터에서 살지 않아도 될 날이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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