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크루즈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가 지난 26일 첫 회의부터 파행을 빚었다고 한다. 국무총리실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해군기지 소위원회의 결정을 어기고 멋대로 1명의 검증위원을 선임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다.

국회 해군기지 소위는 강정항 설계가 15만t급 크루즈선 2척 동시접안은 고사하고 대형 군함마저 입·출항이 어려운 엉터리 설계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제주도와 해군, 국회가 각각 2인씩 추천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6인의 검증위원회를 꾸려 기술적인 규명을 하도록 한바 있다. 그런데 국무총리실이 제주도와 사전협의도 없이 경영학 전공 교수를 추가로 선임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기술검증위 의사결정 기본방향이 과반수 이상 출석에 과반수 이상 동의라는 점을 감안할때 국무총리실이 선임한 위원 1명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욱이 강정항 항만설계를 검증하는데 엉뚱하게 경영학 교수를 선임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국회가 올해 국방부가 제출한 해군기지 예산 1327억원 가운데 1278억원을 전면 삭감한 것은 국방부·해군이 국회 예산승인 부대조건인 민군복합형 기항지가 아닌 대규모 해군기지를 강행해온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임을 감안할때 국무총리실의 이런 행태는 문제만 키울 뿐이다.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가 지적했듯이, 국방부가 크루즈선 입항과 관련해 항만설계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음을 감안하면 검증위원회를 꾸릴 필요도 없이 공사중단과 함께 전면 재설계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굳이 기술검증을 한다해도 국회 결정대로 위원들을 선임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이뤄질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해군은 침사지 조성을 명목으로 바지선을 투입해 강정항 동방파제에 있는 테트라포트를 옮기는 공사를 벌여 공사저지에 나섰던 주민·평화활동가 등 5명이 연행되는 사태를 빚었다.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건설한 강정항 구조를 변경하려면 제주도와 사전협의를 거쳐 영향저감대책을 수립한후 공사를 해야 함에도, 동방파제 월파 저감장치로 완공된 테트라포트를 옮기는 공사를 경미한 사항이라며 우기며 주민들과 협의도 없이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꼼수’들을 부리면 부릴수록 정부와 해군은 명분만 잃을 뿐이다. 당장 해군기지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항만설계 검증을 위한 설득력있는 조치를 국무총리실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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