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오석준 / 편집국장

▲ 오석준

그야말로 ‘어이 상실’이라고 할 밖에요. 제주도가 그토록 난리법석을 떨었던 세계 7대경관 선정 투표가 한낱 사기업의 돈벌이 캠페인에 불과했다니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 상승이니, 불멸의 기록이니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하며 ‘닥치고 투표’해서 세계 7대자연경관에 선정된 결과가 고작 사기업 돈벌이에 들러리나 서서 세계적인 망신을 샀으니 헛웃음밖에 안나오지요. 제주도가 떠받들었던 뉴세븐원더스(N7W)재단은 7대경관 선정 투표와는 아무 관계가 없고, 재단 이사장이라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설립한 NOWC(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라는 사기업의 주최·주관으로 이뤄졌다는 기막힌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런지요.

버나드 웨버 N7W재단 이사장은 지난 26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를 주최·주관한 것은N7W재단이 아니라 NOWC이며, 재단이 주최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본보를 포함해 모든 언론과 도민·국민들, 제주도지방정부와 대한민국 정부가 멍청하게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지요.

이는 인터뷰에 배석했던 7대자연경관 범국민추진위원회 양원찬 사무총장의 말대로 “대한민국이 뒤집어지고 세계가 뒤집어지는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입니다. 양 사무총장의 7대자연경관 선정투표 주관에 대한 확인요청에 버나드 웨버는 “모든 계약의 주체, 당사자는 NOWC이기 때문에 재단이 주관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것”이라고 거듭 밝혔지요. 더불어 “N7W재단이 영업활동을 못하기 때문에 NOWC를 설립한 것은 맞지만, 재단이 출자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개인적으로 만든 사기업(private company)”임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는 N7W재단과는 상관이 없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 NOWC에 의해 이뤄졌고, NOWC의 수익금 50%가 N7W재단으로 간다고 합니다.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가 세계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비영리재단 N7W가 주관하는 캠페인이라는, 제주도가 그렇게 강조했던 근간이 완전히 무너진 것입니다. 그러니 N7W재단의 공신력이니 뭐니 더이상 따져볼 필요가 없어진 것이지요.

저희들은 N7W재단과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의 국제적인 공신력에서부터 공무원 1명이 하루에 최고 2381통까지 두드려댄 비상식적인 무제한 중복 전화투표의 과학성·객관성 문제 등 맹목적이고 비상식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기우(杞憂)이기를 바랐습니다. 제주도와 범국민추진위 등이 장담한대로 7대경관에 선정되면 관광객이 80%이상 늘고 연간 6300억~1조3000억원에 이르는 경제파급효과가 발생해서 도민들의 삶이 나아진다면 좋은 일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고 국회가 만장일치로 제주 선정 지지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국가적 아젠다로 밀어붙인 7대경관 선정이 고작 사기업의 돈벌이 캠페인에 불과했으니, 제주도 지방정부와 대한민국 정부의 수준이 고작 이정도인지 막막해집니다.

7대경관 선정이 N7W재단이 아닌 사기업 NOWC에 의해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자 범국민추진위가 보도자료를 통해 N7W재단이 주최·주관한게 맞다고 반박했다고 합니다. 버나드 웨버 이사장이 7대자연경관 주최·주관이 N7W재단이 아닌 NOWC라고 한 것은 ‘법률적’이라는 전제를 달았고, 실질적으로는 자신과 재단이 일했다고 말했다는 것이지요. 법률적으로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했다니, 이건 또 무슨 황당무계한 소립니까. NOWC는 N7W재단이 아닌 이사장 버나드 웨버 개인이 만들어서 대표로 있는 사기업일뿐인데 ‘짝사랑’도 이 정도면 중병입니다. 더욱이 KBS 시사다큐 ‘추적 60분’팀은 N7W재단이 본부가 있다는 스위스 취리히에도, 독일 뮌휀에도 사무실도, 직원도 없는 실체가 불분명한 재단임을 현지 취재·보도를 통해 규명한바 있습니다.

제주도와 범국민추진위가 해야 할 일은 변명이 아니라, 사기업의 돈벌이 캠페인에 도민·국민들과 해외동포들까지 동원하며 놀아난데 대해 사죄하고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최소 200억원이 넘는 전화요금은 어떻게 감당하며, 투표 기탁성금이라는 명목으로 도민들로부터 준조세나 다름없이 거둬들인 60억여원과 도·제주관광공사와 범국민·범도민추진위원회 등의 홍보비·추진사업비를 비롯한 30억원이 넘는 경상예산은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도 세세하게 밝혀야 하겠지요. NOWC와 7대경관 공식후원기관인 제주관광공사가 맺은 계약서도 공개하고, KT 투표전화는 국제전화가 맞는지, 실제로 몇통의 전화투표가 이뤄졌고 수익은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되는지 등등을 숨김없이 공개하는게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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