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교육 <61> ADHD, 편견을 버리자
관심 끌기용 문제행동, 무의식적 불안에 대한 공포 반응, 습관적인 부정·반항적 거절
정해진 규칙·계획적 생활습관 갖기, 실행 가능한 목표행동 정하기, 자존감 상승시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습니다. 제주도민일보DB

[제주도민일보 변상희 기자]  ADHD 성향이 강한 아이는 긍정적인 관심보다는 부정적인 관심을 더 불러일으킨다. 의식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나,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아이들은 관심을 더 끌려고 문제를 일으킨다. 이때 어른은 나무라는 표정으로 행동하고 말을 하는데, 아이의 뇌는 이것을 자신에 대한 거절로 해석한다. 어른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 확대되면서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해진다. 이때는 어른만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깰 수 있다. 그 열쇠는 아이가 원하는 관심을 주는 것이 아닌 아이가 필요한 관심을 주는 것이다.
-부모가 알아야 할 주의산만증 아이다루기 中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진단을 받은 후에도 세상으로부터 이미 각인된 편견으로 고통을 받는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의 행동과 부모의 반응 모두 아이의 책임이며, 아이가 임의로 이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는 약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파악하기 이전에 주위의 지적과 질책에 자존감을 잃게 된다. 무릎이 다친 아이에게 뛰어보라 하지 않듯, 보살피고 아픔을 공유해야 한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그저 ADHD를 가졌을 뿐이다. 남들과는 다른 잠재력을 가진, 좀 더 세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한 ‘특이’하지 않은 ‘특별’함이다.

자신도, 자신의 세 아이도 ADHD를 가진 캐나다의 정신과 전문의 가버 마테는 ADHD성향의 아이들에 대한 심각한 오해 다섯 가지를 다음과 같이 꼽는다.

오해 1. ADHD를 가진 아이는 그저 관심을 끌려고만 한다.

아이는 관심을 무턱대고 ‘그저 바라기만’ 하지는 않는다. 아이는 바람직한 종류의 관심을 가장 필요로 한다. 이런 관심이 없을 경우에 매우 불안해진다. 때문에 관심을 받기 위해 문제 행동을 한다. 관심에 굶주린 상태를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 부모가 나무라면 아이는 이를 자신에 대한 거절로 해석한다. 그러면 아이는 더욱 불안해지고 관심을 끌기 위해 문제행동을 하게 된다. 부모는 당장 아이의 문제행동과, 관심을 끌려는 행동에 질책보다는, 아이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을 때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안돼’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친절함’이다.

오해 2. 아이가 일부러 어른을 괴롭히려 한다.

ADHD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일부러 알면서 그릇된 행동을 하는 것처럼 오해한다. 그러나 이는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 부족에서 오는 행동일 뿐이다. 우리는 상대방이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잘 안다고 믿지만, 실제로 그런 믿음은 자신의 불안을 반영하는 것 그 이상이 아니다(의도적 사고). 이와 같은 심리를 ‘의도적 사고’라 하는데 이는 ADHD를 가진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된다.

오해 3. 아이가 의도적으로 부모를 조정하려 한다.

예민하고 불안한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과도한 속임수나 조정하려는 행동, 버릇없이 남에게 명령하는 태도 등은 단순한 특성이다. 남을 속이거나 조정하려는 것은 무의식적 불안에 대한 공포반응이다. 사람을 조정한다는 것은 솔직하지 않은 방법으로라도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행위다. 아이는 자신이 필요한 것을 말할 경우에 이해를 받지 못하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에 속임수를 쓰려는 것. 이러한 특성은 후천적인 것으로, 주변에서 아이를 이해하고 돌봐주면 충분히 줄어들 수 있다.

오해 4.아이의 행동이 어른의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부모는 분노를 느끼며 자신의 분노가 아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는 부모의 행동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불쾌한 감정을 따라간 것.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는 부모가 호기심을 가지고 아이가 어떤 이유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충분히 생각해 보고 아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부모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반응을 보일 수 있게 된다.

오해 5. 주의산만증 아이는 게으르다.

ADHD 성향을 가진 아이의 게으름에는 아이의 정서적 고통이 수반돼 있다. 게으름처럼 보이는 아이의 행동은 자동적인 반항이기도 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기대와 제안을 하는 것에 관계없이 습관적으로 부모에 대해 부정적이고 반항적으로 거절하는 것이다. 이는 아이가 부모에게 건네는 ‘암호’와도 같다. 동정 어린 호기심을 갖고 아이의 행동을 살피면 ‘게으름’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게으르다’는 것은 단지 ‘해야 할 일을 흔쾌히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일 뿐이다. 게으르다고 묘사된 사람도 흥미와 재미가 있는 일에는 바로 에너지를 갖고 행동한다.

ADHD를 가진 아이의 특징은 연령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대부분 12살에서 20살 사이에 완치가 되지만 성인이 되서도 증상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각 연령대별 나타나는 ADHD의 특징을 살피면 아이의 마음을 더욱 어루만질 수 있다. 치유도 그만큼 빨라진다.

시기별 특징과 증상

·유아기

ADHD 성향이 강한 아이는 깊은 잠을 못 자고 자주 깨는 편이다. 깨어 있을 때에도 떼를 쓰며 젖을 잘 빨지 못하거나 소량씩 먹고 자주 칭얼거린다. 심해지면 공공장소에서 머리를 박고 우는 등 일종의 분노 발작이 많이 나타난다.

·유치원 시기

만 5세가 지나면서 ADHD 성향이 강한 아이는 여느 아동과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때로는 매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화 낼 이유가 없는데 친구 머리나 몸을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기도 한다.

·초등학교 시기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는 남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반면 ADHD 성향이 강할수록 그러한 경향이 약하다.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교사의 지시나 규칙을 잘 따르지 않는다. 운동 능력이 떨어져 체육 시간에 곤란을 겪는 수가 많다. 친구들과 의견충돌이 잦아지면서 또래 관계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사춘기

ADHD 성향이 있는 아이는 사춘기가 되면서 과잉행동 증세가 감소하는 변화를 겪는다. 그러나 여전히 충동적이고 부주의한 모습을 보인다. 사춘기에는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나 ADHD 성향이 강할수록 정체성을 세우는 고민의 시간보다 놀며 보내는 시간이 많다.

·청소년기

ADHD성향이 강한 청소년에게서는 부모 말을 듣지 않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때문에 ADHD성향이 강한 아이를 둔 부모는 이 시기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이 시기엔 ADHD 증상 자체의 문제보다는 ADHD로 인한 2차 문제와 사춘기에 얻지 못한 합리적인 사고의 부재, 미성숙한 행동 때문에 어려움이 생긴다

집에서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

1. 단순하게 집안 환경을 바꾼다.

집안이나 아이의 주변을 차분하게 바꿔준다. 아이에게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 ADHD 성향이 강한 아이일수록 자신만의 공간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ADHD 성향이 강할수록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생활 습관을 길러준다.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들은 생각나는 대로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해 의례적인 일상도 빠뜨리거나 잊는 수가 많다. 종종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뒤로 미루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정해진 시간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제 시간에 잠이 들도록 지도를 해야 한다. 가능한 매일 정해진 규칙이 있어야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일을 챙길 수 있다.

3.목표 행동을 정해 한 가지씩 고쳐나간다.

산만한 아이들은 말썽을 자주 일으킨다. 그런 이유로 지적이나 야단을 맞게 되면 의기소침해지기 쉽다. 이런 때 잘못된 행동을 당장 야단치기보다, 아이에게 행동의 동기 부여를 주는 목표를 정해 고쳐나가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완벽한 것보다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해준다. 필요에 따라서는 아이가 원하는 상을 주기도 한다. 또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지혜도 필요하다.

4.아이의 입장에서 공감하자.

아이에게 지시하고 질책하기 보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부모로부터 참을성과 자제하는 모습을 배운다. 부모 스스로가 아이의 롤 모델이 된다면 바람직한 자녀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5.자기 몸을 스스로 조절하도록 유도한다.

산만한 아이에게는 근육 운동을 통해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태권도나 검도· 무용 등이 도움이 된다. 이들 운동은 구령이나 음악에 맞춰 자기 몸을 조절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운동하면서 자기 자신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6.학업 성취를 도와준다.

집에서 공부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한꺼번에 너무 긴 시간을 집중하기보다는 30~40분 정도로 시간을 쪼개 활용한다. 목록을 만들고 계획을 짜서 진행하는 습관을 기르고, 중요한 것을 눈에 잘 띄게 요약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게 하는 방법 등도 활용할만 하다.

7.상을 주고 칭찬을 많이 한다.

ADHD 성향의 아이들은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로 자존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아이에게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관심을 두고 좋은 면을 찾아서 격려하고 칭찬을 해주면, 아이는 부모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줄이게 된다. 칭찬은 우선 말로 전한다. 이와 함께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등 신체접촉도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후에는 아이가 스스로 기쁜 마음에 올바른 행동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8.아이가 아닌 잘못된 행동을 꾸짖어라.

부모와 자식의 대화에서 부모가 자식을 자식의 행동과 결부시켜 이해할 경우 자식의 ‘자기존재’에 대한 인식을 내면에서부터 사라지게 된다. 부모가 네 행동이 곧 너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아이들은 참으로 귀한 존재인 자아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시작한다. ‘너 왜그래?’ ‘얘가 왜 못된 짓이야’ 보다는 ‘그런 짓을 하면 쇼핑을 그만두는 수 밖에 없다’ 등 좋다 나쁘다는 식으로 아이에게 딱지를 붙이는 대신 행동의 잘못만을 꾸짖는 것이 중요하다.

ADHD를 소개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인물 에디슨, 그는 어릴 때부터 자기 멋대로 행동하기 일쑤였고 성격도 차분한 편이 아니었다. 실제로 7살때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3개월만에 퇴학을 당했다. 이후에도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자신이 흥미롭게 느낀 작업에는 하루 18시간 일을 할 정도로 대단한 열정을 가졌다.

천재 물리학자 아이슈타인도 유년시절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10살이 지나서야 모국어인 독일어를 구사했고 대학생이 되서도 졸업 시험을 간신히 합격하는 등 과학에서도 별다른 재능을 보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위대한 과학적 연구를 남긴 것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지적 호기심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에디슨과 아이슈타인의 이런 성향은 ADHD를 가진 아이들의 특징과 겹친다. ADHD의 증상을 거꾸로 보면, 무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왕성한 활동
ADHD 성향이 강한 아이일수록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에너지가 왕성하기 때문이다. 넘치는 에너지는 적당한 운동으로 소비하도록 유도하면 건강한 체력을 소유하는 데 장점이 된다. 육체적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길 뿐만 아니라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 일에 매진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

·왕성한 호기심
ADHD 성향이 강한 아이는 호기심이 무척 많아 당장 알고싶어 한다. 호기심이 강하다는 것은 더 새로운 것을 얻고자 하는 원동력이 된다. 발전적인 장점으로 키운다면 지적 호기심이 발전학 p된다. ADHD 아동들은 가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엉뚱한 생각을 한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기존의 질서 또는 체계와 다른 독창적 사고를 한다는 의미다.

·끊임없는 도전
ADHD 성향이 강할수록 남에게 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이길때까지 무모하게 승부에 매달리기도 한다. 이를 긍정적으로 본다면, 옳다고 판단된 일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 성취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부모가 알아야 할 주의산만증 아이다루기 <가버 마테 지음>
산만한 우리아이 혹시 ADHD? <김태훈 지음>
에디슨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 <Thom Hartmann 지음>
대학교수가 된 ADHD 소년 '리틀 몬스터' <Robert Jergen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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