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권위원회(AHRC)가 한국사회의 거버넌스(협치)가 최악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주해군기지를 지목했다. 평화·환경의 가치를 지키려는 지역주민들과 전국 시민사회단체, 문화예술·종교계, 평화활동가 등 각계의 반대를 깔아뭉개고 국가안보를 빙자해 일방적으로 강행해온 행태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아시아인권위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법조치와 평화시위자들의 연행은 법의 이름으로 자행된 불법이며 거버넌스의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와함께 해군기지 공사로 인한 환경·생태파괴, 부지 선정과정에서 마을의 민주적 절차와 미덕이 송두리째 짓밟히고 가족간에도 미움과 불신이 자라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주류 미디어들의 외면을 꼬집기도 했다.

강정 해군기지는 한국정부가 법이라는 제도로 시민의 인권을 어떻게 억압하는지 보여주는 많은 사례 중의 하나로, 법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들에게 국책사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법이라는 처벌의 굴레를 이중으로 씌우고 있다는 아시아인권위의 비판은 백번 타당하다. 한국의 법이 시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방부와 해군을 비롯한 특정계층을 위해 작동되는 것을 보여주며, 한국사회의 거버넌스를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아시아인권위가 충고한 정부의 역할은 시민들이 사회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고 적극 참여할수 있도록 보조해야지, 정부의 입장을 강제하거나 이해관계자 입장에 서서 편가르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제주도 역시 ‘불법으로 얼룩진 의사결정의 결과를 철저히 이용하는 일방적인 거버넌스일뿐’이라는 비판이 왜 나왔는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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