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금종 / 문화활동가

▲ 지금종

환경오염과 복잡한 도시환경에 지친 사람들이 도시를 탈주해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 즉 향촌이도(向村移都)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9년을 기점으로 도시로 가는 사람보다 농촌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귀농귀촌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2001년 880가구에 불과했던 귀농·귀촌인구는 2005년에는 1240가구, 2010년에는 4067가구로 급격히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40~50대 연령대가 전체 귀농·귀촌자의 61%에 달했다. 이런 통계는 적극적인 귀농귀촌 정책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제주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육지부의 농촌지역 지자체에 비해 인구감소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넋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인구 고령화와 과소화가 쉽게 체감되고 있다. 특히 서귀포지역과 농촌지역이 그렇다. 마을에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고, 청년회 회원들의 연령이 높아지는 실정이 아닌가.

제주민은 역사적 격변기에, 또는 교육과 취업을 위해 끊임없이 외지로 인구유출이 지속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인구가 유지되는 요인은 제주로 귀농귀촌한 사람들, 즉 이주민들 덕이 크다. 이주민을 규정하는 기준 시기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이주민의 수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아름답고, 청정한 제주를 찾아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육지부 지자체의 귀농귀촌 정책에 비하면 제주도정에는 귀농귀촌 정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객은 필요해도 살러 오는 건 반기지 않는다고 이해해야 하나? 아니면 이미 인구가 포화상태라고 인식하는 건가? 과연 무엇 때문에 이리 여유를 부리는지 알 수가 없다. 제주도에 투자하면 외국인에게도 영주권을 준다는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말이다.

지금 제주도는 귀농·귀촌 관련 정부정책을 수행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육지부 지자체 약 70여 곳이 귀농·귀촌 관련 지원조례를 제정해 교육훈련 지원, 빈집수리지원, 소득사업지원, 자녀학자금 및 영농정착자금 지원, 의료지원, 농지임차·구입자금 지원, 이사비용 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시행 하고 있다. 그만큼 인구유입이 절실한 실정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경우도 그리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인구가 유출되는 만큼 인구 유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공동화와 쇠락의 길을 면치 못할 것이다. 따라서 귀농귀촌 정책의 시급한 마련이 요구된다.

귀농귀촌을 과정으로 분류하면 준비-이주-정착 단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은 주로 이주 단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소 나아지고는 있으나 상대적으로 준비와 정착 단계의 정책이 취약한 편이다. 내가 만난 귀농귀촌인들이 주로 호소하는 어려움도 정착을 위한 정보와 지원의 부족이었다.

따라서 귀농귀촌을 지원하는 조례 제정, 귀농귀촌지원센터 설립 등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귀농귀촌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는 귀농귀촌인의 집 조성 및 운영과 주거지 및 농업 정보제공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귀농귀촌학교 설립 및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등 다양한 접근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제주의 경우는 문화예술인들의 이주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특징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세부적으로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으나, 특히 제주에 필요한 것은 이주민을 위한 ‘제주 이해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이다. 이주민이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서로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다.

일본의 경우, 인구 고령화와 과소화로 3000개의 농촌마을이 사라졌다고 한다. 우리 농촌지역의 고령화 진행 속도를 살펴볼 때 우리도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귀농귀촌 정책은 사회통합 정책에 맞닿아 있다. 선주민과 이주민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서로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만듦으로써 공동체 활성화와 제주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사회정책으로서의 기능도 있는 것이다.

이주민이 기존의 지역 공동체에 적응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지 못하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으며, 지역발전의 에너지를 모으기 힘들다. 선주민과 이주민이 서로 타자화해 밀어내고, 비난하기 쉽게 되는 것이다. 괸당 만을 좇고, 패거리 짓기에 목숨 거는 정치가 아니라 크고, 넓고, 상생하는 정치, 정책이 새삼 그리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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