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과 해군기지 찬성단체들이 벌이는 공사강행 여론몰이 ‘짬짜미’가 가관이다. 지난 12·13일 찬성단체들이 지역일간지에 ‘흔들림없고 지속적인 공사추진’을 요구하는 광고를 낸데 이어 해군기지사업단이 16·17일 ‘해군기지 공사는 차질없이 진행된다’는 광고를 내고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어 하는 얘기다.

도민들이 공사 격려 ?
해군기지 사업단의 광고내용을 보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제주해군기지 예산삭감과 관련해서 제주도민들께서 ‘국가안보사업인 제주해군기지는 정상추진돼야 한다’는 격려의 말씀과 더불어 공사진행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했다. 또 “국방부에서 ‘공사방해 등으로 집행되지 못해 이월된 2011년 예산 1084억원과 2012년 예산에 반영된 49억원을 활용해 정상적인 항만공사 추진에 지장이 없다’고 밝혔듯이 공사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더욱이 해군기지건설 범도민추진협의회와 강정추진위원회는 광고를 통해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벌이는 활동가들을 향해 ‘종북좌파 전문시위꾼’, ‘제주도의 공공의 적’이라는 표현을 동원해가며 매도했다. 더불어 ‘공사지연은 해군기지사업단의 직무유기’이며, 제주도를 향해서도 ‘순수한 강정주민과 제주도민의 갈등 해소를 명분으로 발목 잡기식 정치적 행보를 계속한다면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해군기지사업단과 찬성단체의 이런 행보는 국회의 해군기지 예산 전면삭감의 의미를 무시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 행태와 다를바 없다. 국회가 여·야합의로 정부가 제출한 해군기지 예산 1327억원 가운데 육상설계비 등 49억원만 반영하고 1278억원을 전면 삭감한 것은 무엇보다 국방부·해군이 국회 예산승인 부대조건인 민군복합형 기항지가 아닌 대규모 해군기지를 강행해온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 여당조차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정항이 15만t급 크루즈선은 고사하고 대형군함도 접안이 어려울 정도로 엉터리로 설계됐고, 제주도와 국방부·국토해양부간 기본협약서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과 해군기지 이중으로 작성한 사실도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해군기지 소위 등을 통해 확인된바 있다. 입지선정 과정에서부터 절대보전지역 해제 등 절차적 정당성,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와 협의내용 불이행, 편·탈법적인 문화재 발굴조사 등 총체적인 문제들도 그러하다.

게다가 해군기지건설 범도민추진협에 참여하고 있는 제주지역 보수단체 대표들은 지난해 10월 제주도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엉터리 항만설계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도정을 타박하며 해군기지가 아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바 있다. 그런데 항만 재설계 등 최소한의 보완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군기지사업단과 함께 공사 강행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불통’의 이유
해군기지 찬성단체들과의 ‘짬짜미’ 광고는 해군의 수준과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제주도민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해군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와 제주도민들을 무시하는게 아니라면, 엉터리 항만설계를 비롯해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고 동의를 얻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다. 다가오는 4·11총선을 통해 새로운 국회가 구성될때까지 기다려야 함은 물론이다.

보수언론 등을 업은 해군기지 건설 필요성에 대한 여론몰이를 통해 해군의 몸집을 불리려는 시도도 멈춰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외교적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안정에 협력하고 어업 문제 등을 해결하기로 했음에도 ‘이어도·독도함대’ 창설이라는 ‘카드’를 해군기지 강행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대통령마저 안중에 없다는 뜻인가.

국방부·해군의 의도대로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이를 모항으로 하는 이어도·독도함대가 창설돼 실제 운용에 들어가 수중암초인 이어도 수호를 이유로 함대를 파견하거나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동원될 경우 파국으로 치달을 한·중관계 등 국가안보상의 위협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이자 세계 평화의 섬 제주를 이런 수렁에 밀어넣는 해군기지 건설이 과연 온당한지 제주도와 도민만이 아니라 국방부·해군도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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