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창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전략연구본부장>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채 많은 여진을 남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위험의 근원에서 한발 벗어나 있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인 것 같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요인은 외환위기 이후 높아진 금융시스템 전반의 투명성과 각고의 노력을 통한 재무건전성 제고, 이에 기반한 기업체질 개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술 진화에서 늘 존재해온, 융합
 

그러나, 우리의 경제구조가 여전히 외부의존적인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기의 요소들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적 요소임에는 틀림없으나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상기의 요소들과 함께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찾아 내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지난 몇 년간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융합’이다. 융합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른 두개 이상의 것이 모여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즉, 융합은 ‘서로 다른 기술이나 산업분야간에 효율과 성능 개선 등을 목적으로 결합됨으로써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기술 및 산업 차원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융합이란 현재뿐만 아니라 기술의 진화와 혁신이 발생하는 곳에서는 늘 존재하였다. 단지, 최근 들어 ‘융합’이라는 용어가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산업사회에서 발생하였던 동력기술 중심의 융합은 점진적이었던데 반해 최근의 융합은 IT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발생속도가 급격하고 그 영역이 대단히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혁신적·광역적’ 성격을 띄기 때문이다.


IT 기반한 다양항 융합 발굴해야


이미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교육과 금융, 방범방재, 복지 등의 분야에서 융합을 목도하고 있으며, Facebook과 트위터를 통해서는 새로운 사회생활의 일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울러, 우리의 성장동력으로 회자되고 있는 조선과 자동차의 제조원가 중에서 IT의 점유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IT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IT기반의 융합이 크게 진전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동력기반의 융합이 경제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산업사회에서의 경험과 같이 IT기반 융합도 당분간은 현재의 지식기반사회의 성장을 견인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IT기반 융합이 경제와 국가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벽들이 존재한다.

첫째는 창의적 아이디어의 발현이다. 최근의 경쟁우위 확보는 점진적 효율이나 성능 개선보다도 독창적, 와해성 혁신에 의존하는 경향이므로, 1등 IT와 1등 주력산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아야 한다.

둘째, 삶의 질 향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의료복지서비스 수요에 대응하여 IT-BT 융합촉진을 위한 정책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IT기반 융합으로 창출되는 제품과 서비스는 대단히 혁신적인 것들이어서 기존의 제도로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사회적 수용도 제고와 이를 통한 경제 및 국가발전을 위해 제도개선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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