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찾는 것은 가격과 편의성, 서비스 등의 이유 때문이다. 다양하고 값싼 상품들이 장보기에 좋게 진열돼 있고, 직원들의 친절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재래시장은 어떤가. 장 한번 보는게 보통일이 아니다. 주차에서부터 필요한 물건을 찾아 계산하고 돌아오는 과정이 짜증 그 자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좁은 주차공간에 안내판도 부실해 필요한 물건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헤매는가하면 카트 끌기가 불편해 물건을 싸들고 다녀야하고, 신용카드 계산이 안되는데다 교환이나 환불을 할라치면 입씨름을 해야하니 다시 오고싶은 생각이 날수가 없다.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말까지 도내 재래시장을 살린다고 쏟다부은 돈이 자그마치 887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장옥 신축이나 아케이트 설치 등 이른바 ‘하드웨어’에만 투자하다보니 정작 소비자들이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못했다.

더욱이 올해부터 2016년까지 투입되는 548억원 가운데도 시설현대화에만 402억원이 책정돼 있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수 없다.

재래시장에서 아직도 카드결제가 안된다는 건 서비스의 부실 정도가 아니라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 접근성에서부터 이용 편의성,상품의 다양성과 친절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대형마트에 비해 한가지도 나을게 없는 재래시장이 과연 무엇으로 손님을 끌겠다는 것인가.

덤이 있는 전통시장에 대한 향수만으로 대형마트와 경쟁하는 것은 도무지 ‘답’이 안나온다.

장보기 편하게 시장 동선을 만들고, 친절로 ‘무장’해 사람 내음을 풍기면서 산 물건을 주차장까지 옮겨준다거나 택배 등의 서비스를 통해 ‘감동’을 주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떠난 발길을 되돌릴 재간이 없다. 재래시장에서만 살수 있는 특화된 상품 개발과 홍보도 절실하다.

올해부터 투입될 재래시장 살리기 예산은 다시 짜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재래시장을 살리는 명분으로 언제까지 혈세를 쏟아부어야 하느냐는 문제도 따져볼때가 됐다. 상인들의 발상의 전환을 통한 의지와 노력이 없는 재래시장 살리기는 ‘터진 독에 물붓기’와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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