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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같은 연습장에서 썩어들어가는 기초체육기획-제주체육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5-기계체조
전용 연습장이 초등학교 체육관…학생-선수들 불편한 동거
추위·먼지 쌓인 비품창고 같은 연습장 어린새싹 육성길 막혀

[제주도민일보 박민호 기자]수업이 끝남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아이들이 운동장 한켠에있는 철봉, 구름다리, 평균대 등의 기구로 몰려든다. 아이들은 구름다리를 기어오르고, 철봉에 올라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거꾸로 메달려 뒤집어진 세상을 바라보며 즐거워 한다.
기계체조. 언듯 생소해 보이는 종목이지만 육상·수영 등과 함께 3대 스포츠 기초 종목이라 불리는 체조는 그렇게 늘 우리 가까이 있었다.

▲ 비품창고와 같은 연습실에서 아이들이 훈련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체전용 경기장...벌써 15년째

제주시 도리초등학교 내 체조 연습장을 찾았다. 학교체육관인 이곳은 지난 1998년 전국체전 당시 체조 연습장으로 지정, 현재까지 체조 연습전용 체육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학교 체육관을 체조전용 연습실로 사용하다보니 정작 이 학교 학생들은 이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가 없다. 가끔 체육 등 수업시간에 들러 수업을 받곤 하지만 설치된 체조 장비들로 인해 여느 학교체육관 처럼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체육관 한켠엔 각종 체육도구와 북과 같은 수업도구들이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었다. 체조 연습장이 아닌 학교 비품 창고 같은 모습이다.

이곳 에서 훈련 받는 체조선수들 역시 학교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 이곳은 선수들과 학생들 사이 미안함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교육당국과 제주도가 뚜렸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이 불편한 동거는 지난 15년째 계속되고 있었다.

1998년 당시 제주에는 여자체조 (당시는 초등부 선수들 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연습 공간 마련 등을 위해 설치된 체조장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이미 낡고 오래된 기구들과 좁은 훈련장 덕에 최근에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에는 현재 서초등학교(남자6명)·도리초(여자 4명)·한라중(남자1·여자3)·남녕고(여자4명) 등의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의 선수들이 이곳에서 훈련하고 있지만 시설은 15년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마루운동을 하는 매트는 원래의 규격보다 작아 선수들의 동작을 표현하는데 불편함을 겪고 있었고 평균대·이단평행봉 등 각각의 운동 기구들간 간격이 좁아 안전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 기구들 간 간격이 좁아 선수들은 항상 부상위험에 노출돼 있다. 박민호 기자

나란히 3대가 설치된 평균대 간 거리는 불과 1.5m. 최소 3m이상의 안전거리가 필요하지만 좁은 연습실 탓에 서로를 피해 가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얇은 운동복을 입고 경기를 치르는 체조의 특성상 연습실 난방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곳에는 난방시설을 찾은 수가 없었다. 영하권을 오르내리는 날씨에도 어린선수들은 추위와 맞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십수년째 사용하고 있는 각종 기구들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장비가 낡아 선수들이 기구를 잡을 때 마다 수많은 비산 먼지가 발생, 선수들의 호흡기를 위협하고 있었다. 추워진 날씨 덕에 창문도 마음대로 열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이들의 지도를 맡은 박선영 코치는 “체조의 특성상 나이 어린선수들을 확보해 조기 교육이 필요해요. 하지만 어린 선수들과 학부모들이 체조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비품창고와 같은 시설을 보고 발길을 돌리는 학부모들도 많아요” 부끄럽지만 이것이 제주엘리트 체육의 현실이다.

기계체조는 힘과 부드러움을 조화롭게 유지, 신체의 아름다움을 기구 위에서 표현하는 운동으로 머리부터 바끝까지 모든 근육을 자유롭게 사용해야하는 운동이다. 또 다양한 기구 위를 자유롭게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유연성과 담력은 기본이다. 때문에 어린선수들의 체력과 몸매교정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종목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남자인 경우 철봉·평행봉·안마·도마·링·마루운동 등 6개 종목을 여자는 평균대·이단평행봉·도마·마루운동 등 4개종목 모두를 습득해야 한다.
때문에 각 종목에 맞는 몸을 만들기 위해선 기초체력이 중요하다. 더불어 공중회전 등을 위한 트램플린과 트위스팅 벨트, 부상 방지용한 비트 등의 훈련보조(안전) 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곳엔 선수들의 안전을 도와주는 단 하나의 보조기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들을 위한 훈련 보조장비가 없다보니 코치들은 선수들과 1:1 교육을 하고 있다. 모든 동작을 손으로 잡아주고 기구에서 떨어져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선수들과 긴장속에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을 받는 선수들이나 지도하는 코치들 모두에게 힘든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훈련(공중회전)용 벨트 하나만 마련돼 있어도 이같은 수고는 덜어낼 수 있는데 말이다.

훈련장 한켠에 아이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연습용 비트가 마련돼 있지만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다. 좁은 훈련장을 나눠 사용하다 보니 뜀틀의 착지지점(보통 5m이상 필요하다.)에 위치한 비트에서 훈련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비트에 깔려있는 (부상방지용)스폰지들이 낡아 이를 건들일 때마다 많은 양의 먼지가 날아올라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박 코치는 ”매년 훈련예산은 지원되지만 장비 구입비용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장비가 낡아도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한다.

▲ 아이들이 옷을 걸어놓는 공간에도 다양한 용품들이 쌓여 있다. 박민호 기자

어린선수들에게 이같은 보조장치는 상당히 중요하다. 체조는 강인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반복훈련을 통한 기구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야 좋은 동작이 나오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이같은 문제를 전지훈련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제주보다 월등히 좋은 훈련시설이 있는 지역에서의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지도자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훈련이 끝나고 제주로 돌아오면 향상됐던 실력이 다시 떨어지는 문제점들이 반복되고 있다.

실업팀 창단된다는데, 훈련장은?

제주체조는 오는 2014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실업팀 창단이 바로 그것. 체조 실업팀이 부활된다면 제주은행 실업팀 해체(2000년) 후 13년만의 경사다.

체조계 관계자는 “2014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내년 1월경 제주에도 실업팀을 창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진 않았지만 침체된 제주체조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실업팀이 창단되더라도 당분간은 이 좁고 낡은 훈련장에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마땅한 훈련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낡은 안마에서 훈련하고 있는 선수. 박민호 기자

심광식 도체조협회 상임부회장은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선수들이 맘놓고 훈련할 수 있는 전용체육관이다. 내년 실업팀이 창단된 후에도 전용 연습시설이 없어 선수들이 훈련을 못하게 되면 그것 이야말로 큰 일”이라며 “제주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은 물론이고 많은 수의 전지훈련팀을 유치를 위해서라도 체조전용 연습장은 반듯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조계에선 전국체전을 앞두고 현 도체육회 다목적 체육관을 개조, 체조 연습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도체육회는 “체육계의 의견일 뿐 아직 구체화된 것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제주의 훈련 여건이 전국 최하위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최근 동계훈련 기간을 맞아 충북과 인천·서울 등의 기계체조 선수들이 전지훈련 차 제주를 방문, 훈련장 사정을 보고 “제주가 전국에서 제일 좋은(?) 훈련장”이라고 비아냥 섞이 농담을 제주지역 코치들에게 던지고 떠났다.
매년 제주도정이 전지훈련의 ‘메카’, 스포츠 ‘파라다이스’란 허울 좋은 포장으로 제주를 전국에 알리고 있는 사이 제주체육의 뿌리는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박민호  mino@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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