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오석준/ 편집국장

▲ 오석준

상식의 승리입니다. 지난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상시적으로 전면허용한 것을 두고 하는 얘깁니다.
해서 국민 누구나, 언제든 포털사이트·미니홈피·블로그·이메일 등 인터넷과 트위터·페이스북·모바일메신저 등 SNS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등 위법행위가 아닌 한 특정후보나 정당을 지지 혹은 반대하는 글이나 동영상을 올릴수 있게 됐습니다. 선거 출마예정자도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상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됐고요. 선관위는 선거 당일에도 투표 인증샷을 올리거나 정당·후보자 찬·반운동을 할수 있게 했습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과 투표 독려글을 올렸다가 고발당한 김제동씨를 수사한다며 기세등등했던 검찰이 무안하게 된 것이지요.
이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무죄판결과 더불어 온라인 공간에서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눌러온 검찰·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비상식적인 행태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 해도 무리가 없으리라 봅니다. 당장 4·11 국회의원 총선을 눈앞에 둔 여·야 정당과 예비후보들은 온라인 선거운동 전면허용이 가져올 파장을 셈하고 대응책을 세우느라 바삐 움직이는 모습들입니다.

온라인 공간의 선거운동 전면허용은 소통을 통한 참여민주주의 활성화와 ‘돈은 묶고 말은 푼다’는 선거법 취지 측면에서도 지극히 상식적인 것입니다. 후보자와 유권자, 유권자들간 활발한 소통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확대를 통한 자발적 정치·투표 참여는 권장해야 할 일이지 억누를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선관위의 이번 조치는 자발적이라기 보다는 지난해말 헌법재판소가 ‘선거일 180일 이전부터 선거일까지 온라인을 통한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93조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데 따른 것입니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이미 인신공격적 비난이나 허위사실 적시 등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 규정이 존재하는 만큼 93조1항은 과잉규제’라고 지적한바 있지요. 선관위는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 온라인 선거운동을 금지’한 254조2항이 아직 개정되진 않았지만, 온라인 공간의 선거운동을 보장한 헌재의 판결 취지를 감안해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고 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의 선거 참여보다 규제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선관위도 온라인을 통한 소통과 선거운동이 거스를수 없는 시대적 대세이고, 이를 허용하는 것이 상식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지요.

아쉬운 것은, 온라인상의 선거운동은 완전히 풀면서 오프라인은 왜 계속 규제를 해서 편법·탈법을 조장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예비후보 등록전에 선거사무소 개설을 금지해서 유권자들과의 소통을 막고 ‘0 0 연구소’ 같은 사실상의 선거사무소를 편법적으로 운영하게 만들고 있지요. 명함도 예비후보 등록전엔 이름과 직책만 허용하고 경력·학력 등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규제입니다. 후보자에 대한 후원회를 온라인으로 한정하면서, 출판기념회는 아무런 규제를 하지않아 사실상 선거운동이자 편법적인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활용되는 현실도 그러합니다. 선거법과 정당법 등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하는데 정부와 국회가 여전히 시대의 변화와 국민들의 눈높이에 둔감한 탓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지요.

이제 돈과 조직, 혈연·지연·학연 등 ‘괸당’ 중심의 ‘오프라인’ 선거문화는 소통을 매개로 한 ‘온라인’ 중심의 선거문화로 변화해 갈것입니다. 정당과 후보자 중심의 일방향적인 선거운동도 유권자들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선거양상도 종전과는 달라지겠지요. 자연히 소통에 둔감한 후보자는 도태되고, 소통 역량이 뛰어난 참신한 정치신인들이 등장할 여지가 많아집니다. 유권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공감을 나누는 ‘생활정치’로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간다는 얘깁니다.

온라인 선거운동 전면 허용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일방적인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 부작용도 없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형법과 전기통신법 등 관련법률에 처벌조항이 있고, 무엇보다 온라인 공론의 장이 활성화되면 될수록,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으로 허위나 잘못을 충분히 걸러낼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유권자들도 정치적 의사표현과 선거운동의 자유를 누리는만큼 정치의 수준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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