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학업성취도 1위’, ‘서울 주요 대학 308명 합격, 00고 55명 최다’.

제주교육이 올해 초 거둔 성적표다. 주목할만한 성과다. 하지만 이 성적표 뒤에 숨죽인 아이들을 생각해본다. 얼굴의 생김이 각기 다르듯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 잘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아이들은 한가지만 쫓아야 한다.

지난 1994년 서태지가 ‘교실이데아’란 노래를 통해 ‘붕어빵 식’ 한국의 교육을 풍자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교육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모 방송사 프로그램의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 일등이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아이들은 한글도 깨우치기 전부터 영어를 배워야 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온갖 학원을 전전한다. 중학생이 되면 어느 고등학교를 가야 할까, 고등학생이 되면 유명대학에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매달려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 교육 문제로 늘 불안하다. 옆 집 철수네 엄마가 영어학원에 보내면 내 아이도 당장 학원에 보내야 할 것만 같다.

왜냐고 물으면 다들 그러니까 라고 말한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말을 아이들은, 부모들은 믿고 싶다.

그래서 물었다. ‘교육, 무엇이 문제일까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진짜 교육은 무엇일까요’라고. 11일 참교육제주학부모회 어머니, 아버지를 만났다.

이 이야기를 토대로 제주도민일보는 기획연재 <생생 제주교육> 문을 연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양미연씨(35, 초4·초6, 이하 양): 저는 저만의 교육방침이 있어요. 학원보다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도록 해요. 요즘엔 워낙 엄마들이 아이들 뒷바라지를 잘하기 때문에 남들이 보면 새엄마 같다라는 소리를 하기도 하죠. 처음엔 힘들어하던 아이들도 이젠 스스로 공부하는 데 점점 재미를 붙여가는 것 같아요.

△홍현순씨(나이, 고2·대1, 이하 홍): 촌에서 아이들을 키워서 그런지 학원 보내는 것에 크게 신경을 안썼던 것 같아요. 자랑같지만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잘 따라줬으니까요.

△김선영씨(33, 초1o6살, 이하 김): 저는 뭐든 아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하려고 해요. 5살 때 배우나 8살 때 배우나 같은 것 같아요. 미리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적절한 시기에 학원이든 공부든 하게끔 하려고 마음먹고 있어요.

△강봉수씨(47, 중3·초5, 이하 강): 교육이요? 애 엄마가 다 알아서 하죠. 저야 농담처럼 공부하기 싫으면 대안학교라도 갈까? 라고 아이에게 말하곤 하는데 아이도, 아이 엄마도 그냥 넘겨 듣죠. 사실 진담인데 말이죠. 그래도 학원은 보내본 적이 없어요. 애가 중3이 되니까 수학학원은 다녀보겠다고 하더라고요.

△ 다른 학부모님들에 비해 공부를 강요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주변의 학부모님들은 어떤가요. 다른 학부모님들을 보면서 불안하지 않나요.

△양: 엄청 불안하죠. 솔직히 주로 엄마들 사이에서 정보를 많이 얻어요. 어떤 엄마들은 아이가 상위그룹에서 하위그룹으로 떨어지면 그걸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학원에 보낼 정도예요. 또 어떤 엄마는 저를 만날 때마다 아직도 영어학원에 안 보내냐며 이상한 듯 얘기를 해요. 그럴 때마다 저도 흔들리죠.

△김: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어서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까지는 교육에 대해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입학한 후 어머니 임원회에 가보니 마음이 불안해졌어요. 다들 어학원을 벌써 보내고 있구나, 영어학원 입학설명회에 가봐야 하는 건 아닐까 등 내가 지금 제대로된 교육을 하고 있나 싶더라고요.

△홍: 친정에 갈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아요. 친정 식구들은 남들은 다 시키는데 왜 제 아이는 공부를 제대로 안 시키냐고 해요. 그때마다 서점에 가서 참고서를 사서 제 나름대로 교육을 하는데 마음이 가볍지 않죠.

△현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홍: 저는 나름대로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부모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도 아이들의 생각은 다르더라고요. 초등학교 때 아이가 쓴 일기를 본 적이 있어요. 아이가 ‘중학교 가서 죽었다. 힘들다’라고 썼더라고요. 저 역시 제 생각만 한 건 아닌가 싶었어요.

△양: 제 아이도 비슷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때 쓴 글을 보니 1학년 때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썼더라고요. 공부가 너무 어렵게 느껴졌던 거죠. 요즘 교과서를 한번 보세요. 중학교 때 배울법한 내용들이 벌써 나와요. 잘 하는 아이들 중심으로만 가는 거죠. 그러다 보니 이해를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선생님들은 이해를 시키는데 한계가 있으니 대충 넘어가게 되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요. 아이들에 대한 배려 없이 어른들 생각만 주입시키니까요.

△김여선씨(43, 고2·중1), 이하 김2): 초등학생 아이를 둔 어머니 애기를 들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저는 첫째가 고등학교 2학년이어서 아무래도 대학 진학문제가 고민이에요. 수능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굉장히 힘들어해요. 잠도 부족하고 스트레스도 많고. 어느 날 아이가 공부를 하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바꾸기로 했죠. 네가 꼴지가 돼도 좋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요. 어쩌겠어요. 학교를, 사회를 바꿀 수 없으니 제 마음을 먼저 바꿔야죠.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요.

△강: 제주도의 중3들은 인문계 고등학교 갈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해요. 무서운 얘기죠.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를 갈거냐 말거냐를 고민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양: 더 큰 문제는 사교육을 안 부르는 정책이 없다는 거에요. 하루가 멀다하고 교육제도가 바뀌는데 그걸 다 따라가려면 학원 안 다니고 배기겠어요.

△김2: 그러다 보니 엄마들도 어쩔 수 없는 거에요. 내 아이가 뒤처지는 걸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러다 보니 맞벌이를 하는 부부인 경우 한 사람의 월급이 고스란히 아이 교육비로 들어가곤 해요.

△김1: 사실 제주도도 강남엄마 못지 않아요. 이미 일부 학교에서는 상중하 계급이 나뉘어 있다니까요. 저는 학원을 안 보내는 편인데도 가끔은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한다니까요. 뭐라도 시켜야 안심이 되니까요. 돈이 없어서 못하지만요.

△어쩔 수 없는 교육현실을 탓하기 전에 부모님들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홍: 공감해요. 제가 아는 어머니는 제게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시키지만 말고 너부터 공부하라고 하더라고요. 뜨끔했어요. 어떤 글에서 읽었는데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존재하는데 엄마들이 아는 직업은 고작 20개라더군요. 그러니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 남들이 다 아는 직업을 좇고, 똑같이 공부에 매달리는 거죠.

△김2: 학부모들도 자기학습, 자기성찰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아이가 대학진학문제로 힘들어할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자식 잘되라고 교육을 시키는 건데 잘 되는 게 어떤 걸까 하고요. 돈 많고 잘 사는 게 행복한 건가. 그래서 나중을 위해 지금 100%를 희생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고요. 그래서 이젠 엄마들도 많은 생각을 해보고 주변 사람들의 ‘-하더라’식 교육방식에 휘둘리지 말고 내 아이에게 맞는, 필요로 하는 교육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위해 진짜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요.

△양: 진로교육.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인식하게끔 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 같아요. 요즘의 아이들은 자신이 뭘 잘하고, 하고 싶은 게 뭔지를 몰라요. 부모들 역시 마찬가지에요. 적성에 맞춰서 대학가는 사람이 있나요. 대충 점수에 맞춰서, 사람들이 적당히 알아주는 직업을 택하며 살죠. 초등학교 때부터 직업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해요. 아 이런 직업이 있구나 하고요. 이런 게 보편화됐으면 좋겠어요.

△김2: 어딘선가 들었는데 외국의 어느 나라는 중3때부터 자신이 커서 일하고 싶은 기업, 가게에 가서 직접 체험한다고 해요. 제주도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기업이 많지 않지만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홍: 사실 아이들이 공부 말고 아주 특별하게 잘 하는 것을 찾고 길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어쩌면 돈을 포함해 더 많은 것들을 투자해야죠. 그러니 그냥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고 쉬운 방법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해야 해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찾는 작업을 아이와 부모가, 그리고 사회가 함께.

△강: 기성세대들의 ‘열심히 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거야’ 라는 인식이 그대로 교육에도 반영되고 있어요. 참고 열심히 살다 보면 적당히 안정된 삶을 살수 있다고. 그게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죠. 아이들에게 오늘을 저당 잡힌 행복을 강요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직업의 귀천이 아니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작업이에요.

△김2: 맞아요.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 한 교육문제는 계속 불거질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아이들을 기르려고 하니까요. 남보다 뒤떨어져도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자존감을 길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사회 속 틀을 스스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강: 하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들의, 기성세대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하지만 한계가 있어요. 틀, 제도가 바뀌어야 해요. 인식과 함께 사회가 같이 변화해야만 해요. 엄마들도 하기 싫은데, 아이들도 하기 싫은데 제도가, 현실이 그러니까 따라 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아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의 개념을 만들어야죠. 우리 모두 아이들에게 뭘 줄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들이 뭘 원하는가를 고민하기 바라요. 그래야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알림] <생생 제주교육>은 아이와 학부모가 중심이 되는 교육을 지향합니다. 좋은 의견과 제안이 있으시면 연락주십시오. 전화 749-3535, 이메일 noke342@
/오경희 기자 noke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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