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개념이 없지 않고선 못할 짓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주관으로 열린 한미FTA 보완대책 제주지역 설명회에 ‘주인’인 농민들의 참여를 봉쇄한 제주도와 경찰의 행태를 두고 하는 얘기다.

지난 9일 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린 한미FTA 설명회장 주변은 전경 등 300여명의 경찰병력이 동원돼 한미FTA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인후 입장하려던 농민들을 차단했다. 격렬한 실랑이끝에 5명의 농민들이 설명회장에 들어갔지만, 다른 농민들의 입장을 요구하며 항의하다 모두 쫓겨났고, 7명이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농민들이 쫓겨난 설명회장은 공무원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메웠고, 곳곳에서 졸고 있는 모습들이 목격돼 농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행태를 연출했다. 도 관계자는 농민들의 참여를 봉쇄한데 대해 “설명회 진행에 방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설명회에 참석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나리’가 불편해 하실까봐 이런 일을 벌였다는 얘기다.

설명회는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의 설명 20분과 제2차관 추가설명 10분, 질의·응답 10분 정도로 끝났다고 한다. 그 내용이 한미FTA의 당위성에 대한 홍보와 이미 발표된 대책을 재탕하는데 그쳤음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도대체 이런 설명회를 왜 하는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 올바른 대책을 세우고 한미FTA로 생계가 불안한 농민들의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할 망정 설명회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막는 발상법이 궁금해진다.

농민단체들이 “행정당국이 농민들의 외침을 무시하고 기만적인 한미FTA 설명회를 강행했다”고 규탄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정부와 제주도정이 말하는 농업피해대책이 어느것 하나 현실화되는 것이 없는 상태에서 공무원과 농협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한 것은 농민은 없고 행정처리만을 하겠다는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 또한 타당하다.

농민들의 분노는 오는 4·11 국회의원 총선과 12월 대통령선거를 통해 ‘표’로 나타나게 될것이다. 그에 앞서 이번 ‘사태’에 대해 농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등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제주도정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본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