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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한 우물만 팠습니다”당신의 오늘은...수선이야기 홍명석씨

▲ 홍명석씨
욕심 커지면 고객 만족할 수 없어
수선 방식 연구 지금도 끊임없이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열린 문틈 사이로 미싱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가게 내부로 들어서니 넓지막한 작업대가 먼저 눈에 띄고 작업대에는 수선에 필요한 가위와 줄자, 초크 등의 물건들이 올려져 있다. 그리고 작업대 위 선반에는 형형색색의 실이 정리정돈 돼 있다. 그 옆으로는 수선을 마친 옷들이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보통의 수선집이라면 청바지·면바지·니트 등 다양한 옷들이 보이기 마련인데 이 곳 수선집에는 깔끔하게 다려진 양복들만 옷걸이에 걸려 있다.

"양복 수선을 전문으로 하고 있어요. 30년 넘도록 양복만을 다뤄왔기 때문에 양복 수선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제주시 칠성통 인근에서 양복전문 수선집 '수선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는 홍명석씨(52).

어릴 적 홍씨의 집은 매우 가난했다. 친구들이 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할 때 홍씨는 동네 양복점에서 기술을 배웠다. 그렇게 기술을 배우다 보니 양복을 다룬지 벌써 30년이 넘었고 현재 홍씨는 도내에 몇 없는 양복기능사 중 한명이다.

홍씨는 수선집을 운영하기 전에는 양복점에서 옷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홍씨가 양복점을 나와 수선집을 운영한지도 5년이 넘었다.

"일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문득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양복수선을 원하는 분들은 많은데 정작 양복을 전문적으로 수선하는 곳은 없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양복전문 수선집을 운영하게 됐어요"

옷가게가 밀집해 있는 칠성통 거리. 20여개가 넘는 수선집이 있지만 양복을 전문으로 수선하는 곳은 홍씨의 가게가 유일하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자기 욕심이 커지면 고객은 만족을 할 수 없어요. 그러기에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제가 잘할 수 있는 옷만 수선을 하고 있는 거죠”

홍씨는 원단이 상해 오래입지 못하거나 수선을 해도 옷태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양복들은 수선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돈만 벌면 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죠. 수선을 맡긴다는 것은 그 옷을 자주 입겠다는 것인데 수선을 해놓고 못입게 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수선을 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죠"

과거에는 수선하면 낡은 옷에 천을 덧대어 입거나 기장을 줄이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수선은 많이 달라졌다. 기성복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디자인을 바꿔 입기 위해 수선집을 찾기 때문이다.

“양복은 자신의 몸에 딱 맞게 입는 것이 보기도 좋고 옷태도 살아나죠. 손님이 가게를 찾으면 취향이나 스타일을 먼저 파악해서 수선을 할 때 반영하고 있어요”

홍씨가 양복 한 벌을 수선하는 데는 보통 4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홍씨가 하루에 수선할 수 있는 양복은 2벌이 전부다.

“양복수선은 옷 자체를 전부 뜯어서 새로 제작하는 것과 다름 없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옷에 비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작업도 어렵죠"

홍씨의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절반 이상은 단골손님이다.

“수선 가격을 물어보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미리 다 알고 오시는 것 같더라구요. 최근 물가가 오르다 보니까 어쩔 수없이 바지 수선비가 20% 올랐지만 나머지 수선비는 처음 수선집을 시작했을 때와 같습니다”

한 우물만 파다 보니 홍씨는 지금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됐지만 앞으로도 수선 방식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씨는 “가끔은 손님이 만족하시더라도 제가 만족 못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마다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합니다. 손님도 만족하고 저도 만족할 수 있게끔 노력하자고요. 앞으로도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수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은  dongs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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