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많았던 판타스틱 아트시티 조성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12월말까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지 못해 제주도가 당초 공언대로 업무협약 효력 상실을 선언한 것이다.

이 사업은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일대 510만㎡ 부지에 1조6000억원을 들여 드라마 환상체험장과 6개 대륙을 상징하는 테마호텔, 휴양·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10여년전 ‘우근민 도정’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메가리조트를 연상케 한다.

사업을 제안한 ㈜인터랜드는 대우건설·삼부토건·두산건설 등이 건설을 맡고 한국외환은행·한국산업은행과 제주지역 은행들이 투자자로 참여하며, 현대엠코·초록뱀미디어·KT 등이 SPC를 설립,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는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2월 인터랜드와 업무협약을 맺고 1차적으로 비축토지 5만㎡를 임대해주기로 하면서 특혜논란을 빚었다.

자본금이 5억원에 불과하고 자금 조달력 등 사업수행능력이 의심스러운 업체에 토지를 임대해주는 등 제반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업제안자측 핵심 인사들과 우근민 도지사와의 관계도 구설수에 올랐다.

도는 판타스틱 아트시티 사업 무산이 토지담보를 전제로 하는 낡은 금융거래관행 때문이라고 한다. 토지를 매각이 아닌 임대형태로 제공하며,특정 사업자가 사업을 주도하지 않고 건설·금융사 등이 수익성을 보고 참여해 SPC를 설립해 추진하는 이른바 ‘선진국형’ 개발방식에 대한 이해와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도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 선진국형 개발방식이라며 판타스틱 아트시티 사업을 밀어붙였던 우 도정의 호기가 무색해지고 신뢰성에 흠집이 난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사업제안자의 수행능력에 대한 검증이 미흡했고, SPC 설립에 따른 금융제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도는 판타스틱 아트시티 사업은 무산됐지만, 유사한 형태의 개발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도가 토지를 빌려주고 금융·건설사 등이 투자해 개발하는 방식도 제대로 성사된다면 새로운 모델이 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네스코 3관왕에 제주 올레 등 ‘자연이 돈이 되는’ 자연자본주의 시대에 외부자본에 의한 대규모 개발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천혜의 경관과 향토자원을 토대로 도민들이 주체가 되는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개발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내놓을 것을 제주도정에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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