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교육> 60. 초등음악연구회

‘음다리’로 동요 열정 시작돼 순수함 바탕으로 보고 듣는것에 중점

제주어로 쓴 ‘코생이’ 국악동요제서 대상
‘맑은’ 에너지 아이들에게 전하고파

전문>>초등학교 5학년 김모 어린이의 금요일 집안 풍경은 대충 이렇다.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텔레비전 앞에 모여 요즘 잘 나간다는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 삼매경에 빠진다. 순위가 어찌 바뀔지 서로 응원하는 가수를 두고 말을 나눈다. 김모 어린이는 이제 제법 어른들 노래가 익숙하다. 슬픈 이별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절절한 가수 언니 오빠의 가창력에 푹 빠진다. 동요? 엊저녁 모 여가수와 스캔들 난 삐리리 가수 오빠 걱정에 잠 못 드는 하루다. 1,2학년도 아니고 애들(?)이나 부른다는 동요 따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제주도민일보 변상희 기자]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이 점점 줄고 있다. 대신 ‘끼’있는 아이들은 나날이 늘고 있다. 열 몇 살도 되지 않은 아이가 텔레비전에 나와 애절한 발라드를 눈물 쏟아낼 듯 부르는 건 이슈도 아니다. 좀 더 그럴듯하게, 완벽하게, 어른들 눈높이에 맞춰 감수성이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두고 ‘끼’있다 한다. 그사이 어른들의 노래, 가요는 동요를 누르고 아이들 세상 깊숙이 침투중이다. 부모님 사랑과 친구들 우정, 세상 재미난 이야기를 노래로 재잘거리는 풍경은 골목 어디서도 구경하기 어렵다. 깨끗하고 또랑또랑한 동요 대신, 당김음과 후크송이 대세인 어른들만의 세상에서 동요의 설 자리는 자꾸 좁혀지고 있다. 아이들의 청아한 노랫소리도 함께.

그런 요즘 같은 세상에 동요의 부활을 꿈꾸는 선생님들이 있다. 제 아이의 어제 낀 빵구 이야기가 재미났다며 동요를 만드는 선생님. 엄마와 아이가 영어 단어 공부를 하다 나눈 대화를 가사로 옮기고, 여덟 마디 안에서 소화해내야 하는 고심찬 작곡 작업에 모차르트 열정을 불사른다는 선생님. 그들은 벌써 3집 앨범을 낸 베테랑급 작사, 작곡가 들이다. 처음 시작은 1991년도였다니, 사실 숨겨진 열정의 시간이 더 오래된 그들이다. 초등음악연구회 박수남 회장(흥산초등학교 교사), 오남훈 부회장(백록초등학교 교사)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언제부터 동요 만들기를 시작했나
대학 때(제주교대 재학생 시절) 해마다 4학년이 되면 동요 작곡 발표회를 했다. 발표회 하면서 작곡집을 냈는데, 그때 당시엔 악보작업 프로그램이 지금처럼 잘 돼 있질 않아서 직접 오선지에 다 그려서 냈었다. 가사도 타자기로 쓰고서 오려 붙였던 때였다. 그렇게 작업하던 것을 선후배들이 마음을 뭉쳤다. 졸업하고서도 계속 해보자 하고서. 그때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91년도 졸업하면서는 창작동요발표회(KBS 93년)도 했다.

△1983년도 창작동요제 대상인 ‘새싹들이다’를 작곡하신 좌승원 선생님도 이 모임의 일원이었다고
강수남 선생님(現 도교육청 장학사), 좌승원 선생님, 故 이규홍 선생님 등 선배 선생님들이 모임을 처음 이끄셨다. 그리고 조영배 교수님(자문위원)이 작곡법을 가르치신 84학번 등이 함께 했다. 지금 대학에서는 당시의 작곡 발표회가 없어졌지만, 그때 당시엔 한 사람당 3곡 이상씩 직접 작곡할 만큼 열정들이 대단했다. 그 열정을 모아 책자를 만든 것도 꽤 됐다. 그렇게 만든 모임의 첫 이름은 ‘음다리’였다. 음을 통해 하나가 되자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 이후 1995년도에 도교육청 산하에 교과연구회로 등록했다. 그때부터는 작곡집을 많이 냈다. 그런데 책으로 많이 내봐야 불리워지질 않더라. 그래서 2009년 CD로 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정규 1집이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앨범이던데
어린이 노래마을이라고 해서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동요 모음집’을 만들었다. 그때는 일부러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모음집이라 해서 만들었다. 실제로 동요를 많이 부르고 좋아하는 층은 저학년 아이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동요들은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곡들이 많다. 창작동요제에 나오는 곡들도 고학년 노래들이 대부분. 고학년의 곡은 저학년 애들이 부르기가 어렵다. 동요제에 나오는 아이들은 훈련을 많이 받아서 쉽게 부르지만 교실에 있는 아이들에겐 어렵다.

△요즘 동요는 옛날과 다른 것 같다.
더 이상 ‘노래하는’ 동요가 아니다. 노래하는 것 보다 ‘듣기’가 중요해지고, 또 ‘보는’ 게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가요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 몇몇 동요대회도 보면 예전과 달리 그들만의 잔치로 변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순수함이 기본 바탕이어야 하는 게 동요인데, 갈수록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서 우리 모임은 실질적인 수요자를 위한 동요를 만들자는데 목적을 뒀다. 그래서 첫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을 저학년을 위한 동요들로 채웠다.

△학교현장에서 보는 아이들의 동요문화는?
학교 운동회 때 응원가가 대중가요 메들리이다. 고학년은 일단 동요보다는 대중가요다. 예전에는 6학년 애들이 동요를 안 불렀지만 이젠 점점 그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 5학년 애들도 동요문화가 형성돼 있질 않다. 대신 저학년 아이들, 특히 어린이집 아이들이 동요를 부른다. 실제로 오남훈 선생님이 작사, 작곡하신 <모두 모두 사랑해>는 어린이집에서 나름 인기를 얻었다. 앨범 구하기가 어려우니 도교육청으로 문의가 이어졌을 정도다.

*모두 모두 사랑해 (2집, 모두 모두 사랑해)
(5살 아들 오연준 어린이가 차 안에서 흥얼거린 말과 멜로디를 오남훈 선생님이 노래로 정리)

1.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형아 사랑해 모두 모두 사랑해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형아 사랑해 모두 모두 사랑해

2.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연준이 사랑해 모두 모두 사랑해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연준이 사랑해 모두 모두 사랑해

△매해 여러 곡을 쓰는 데, 작곡과 작사, 어렵지 않나?
사실,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동요쓰기는 만만찮다. 8마디 정도 안에서 정리를 해야 하니까 차라리 가곡 쓰기가 편한 편. 동요는, 특히 저학년 동요는 정해진 음계 안에서 곡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박자와 리듬, 선율로 한정된 선 안에서 지루하지 않게 변화를 주면서 클라이막스까지... 그 표현을 매번 새롭게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아이들과 늘 함께 있으니 곡에 대한 생각은  끊임없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많은 것들이 동요가 된다. 하루는, 식구들과 고깃집에 갔는데 막둥이 녀석이 빵구를 신나게 꼈다. 그 일이 재미있었는지 다음날 잠자리에 들기 전 막둥이가 빵구 낀 얘길 하더라. 그 대화를 동요로 옮기기도 했다.

*어제 낀 빵구 (2집 모두 모두 사랑해)
(6살 아들 박영주 어린이가 고깃집에서 빵구 낀 일을 떠올리며 한 이야기를 박수남 선생님이 곡으로 만듦)
1. 어제 내가 낀 빵구 뿡뿡 뿡 뿡뿡뿡뿡 뿡뿡뿡뿡뿡
우리 누나 웃었죠 우리 형아 웃었죠 만백번 더 꼈지요

2. 고기 먹다 낀 빵구 뿡뿡 뿡 뿡뿡뿡뿡 뿡뿡뿡뿡뿡
우리 엄마 웃었죠 우리 아빠 웃었죠 만백번 더 꼈지요

△2집부터는 제주에서 작업을 했던데, 그 이유는?
서울 등지의 앨범 제작자에게 곡을 메일로 보내면 후딱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제주에서 하는 것은 제주 동요문화의 정착을 위한 투자인 셈. 여러 면에서 작업 환경은 수도권이 낫지만 제주의 가창문화도 창작문화도 한 해 한 해 바뀌어 가고 있다. 동요대회도 함께 꾸려나가면서, 입상자에게 작곡한 곡을 주고 있다. 그 입상자들이 앨범을 녹음하고, 다음해에는 또 곡을 만들어 동요대회 입상자에게 곡을 주고, 녹음하고, 이런 체계가 조금씩 잡혀가니 예전보다는 동요 만들기가 수월해졌다.

△그래도 힘든 부분이 있다면
동요문화가 정착되려면 창작에서부터 가창지도, 작곡 등 역할이 세분화 되어야 한다. 아직은 그런 환경이 잡혀있지 않다. 학교 일을 마치고 앨범작업을 하느라 밤새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람 있는 작업이지만, 육체적으로 힘들 때가 있다. 그래서 올해 작업할 4집부터는 좀 더 체계를 갖추려 한다. 참여하실 선생님들에게서 미리 곡을 받고, 후반 작업과 녹음 등의 일정을 넉넉히 잡고 있다. 예전보다 더 완성도 있는 앨범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제주어로 만든 동요도 있나
2006년도에 쓴 ‘코생이(박수남 작사, 곡)’가 국악동요제(국립국악원 주최)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때를 계기로 제주어 동요대회(2007년 KBS 제주)가 만들어졌다. 이후 창작에 초점을 맞춰 지난해 10월 제 1회 제주어 창작 동요제가 나오게 됐다. 이외에도 앨범 제작때마다 참여해주시는 선생님들이 제주어 동요를 만드신다. 사라지는 제주어를 되살리는 데에는 동요를 통한 교육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쭉 제주어 동요를 만들 생각이다.

*코생이 (박수남 작사, 곡)
톡톡 톡톡 톳기만 허곡
고놈의 궤기 첨 고놈의 궤기
이래 화륵 저래 화륵
잘도 돌아 댕겸져 첨
어떵 허코 어떵 허코
그냥 확
동겨 보아신디
요놈 보라 요놈 보라
옆댕이에 걸려 부렀져

톡톡 톡톡 톳기만 허곡
고놈의 궤기 첨 고놈의 궤기
불쌍허다 안돼 부렀져
고놈 안돼 부렀져

△동요 만들기에 열정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마음이 항상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다. 동요를 작업해서인지 그렇다. 마법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동요는 아이들 동심인데, 그 동심을 항상 연구하니 스스로 젊어지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 그리고 동요에 대한 생각이 늘 마음에 가득하다. 동요는 가장 맑은 생각이다. 아이들의 동심이 함께 어우러지면, 에너지가 더해진다.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고, 아이들에게서 나온 에너지로 지금보다 세상이 더 맑아졌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쭉 동요 만들기를 멈추지 않을 이유다.

*초등음악연구회, 음반 곡 리스트

1집(저학년어린이들을 위한 노래모음)

1.메롱 (김희정 작사,곡)
2.무지개 물고기(김명희 작사,곡)
3.심심한 내 동생(박수남 작사,곡)
4.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박수남 작사,곡)
5.왕빵구(박수남 작사,곡)
6.지렁이(강태규 작사,곡)
7.컴퓨터(김성지 작사,곡)
8.강생이(오남훈 작사,곡)
9.거미줄 그네타기(김명숙 작사/김춘남 작곡)
10.나처럼(김명진 작사,곡)
11.눈 내린 아침(오혜란 작사,곡)
12.똥도새기(오륜구 작사/오남훈 작곡)
13.비(전래노랫말/진성호 작곡)
14.새로 산 내 필통(양효선 작사,곡)
15.소리 질러요(김성지 작사,곡)
16.심방말축(진성호 작사,곡)
17.우리 아기 솜사탕(한미숙 작사,곡)
18.가을소풍(차지연 작사,곡)
19.비누방울(김명진 작사,곡)
20.엄마 마음 내 마음(김유리 작사,곡)

2집 (모두 모두 사랑해)

1.어제 낀 빵구(박영주 말/박수남 작곡)
2.쑥떡(김명진 작사,곡)
3.텃밭에 나가 보아요(오승희 작사,곡)
4.빗방울 음악회 (이성관 작사/김춘남 작곡)
5.우리 아기(작자미상/고현민 작곡)
6.형광등(조영랑 작사/강시남 작곡)
7.도개비(김태윤 작사,곡)
8.부채선풍기(오혜란 작사,곡)
9.비야 비야 그쳐라(한미숙 작사,곡)
10.반디야 왜 왔니(장승련 작사/김희정 작곡)
11.꽃잠(이성관 작사/김성지 작곡)
12.Butterflies fly(한승희 작사,곡)
13.동무(고도연 작사/진성호 작곡)
14.빛이 되는 말(강태규 작사,곡)
15.왓수과(박상현 작사,곡)
16.신나게 놀아요(오민정 작사,곡)
17.고사리 찾기(강태규 작사,곡)
18.아빠(현경원 작사,곡)
19.Raindrops(김명진 작사,곡)
20.모두 모두 사랑해(오연준 작사,곡)


3집(무지개의 꿈)

1.맑게 개인 날(김윤정 작사/오남훈 작곡)
2.골키퍼 (김명진 작사,곡)
3.맹꽁이 (최정웅 작사/박수남 박곡)
4.담벼락 (송명호 작사/한승희 작곡)
5.꿀벌이 전해준 선물(김춘남 작사,곡)
6.꿀꺽! 바람 삼키기(김경구 작사/김명희 작곡)
7.비맞이(오남훈 작사/오승희 작곡)
8.고구마(김경구 작사/박수남 작곡)
9.오름 (김수민 작사/ 강태규 작곡)
10.새들을 봐 (박희순 작사/김명진 작곡)
11.나 먼저 귀기울영 (오남훈 작사,곡)
12.봄비 오는 날(한미숙 작사,곡)
13.고마워 사랑해 행복해 (김혜영 작사,곡)
14.놀이터(김종두 작사/김희정 작곡)
15.자장가 (김춘남 작사,곡)
16.욕심쟁이 배추벌레야(박희순 작사/강태규 작곡)
17.곶자왈 (박희순 작사/박상현 작곡)
18.졸업 (2007년 제주서초 6학년 5반 졸업생 작사/김성지 작곡)
19.우리의 꽃(김태윤 작사,곡)
20.무지개의 꿈(오례란 작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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