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태일 /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김태일

최근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추진사업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도시디자인과 관련된 사업들이 중앙정부 각 부서별로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수년전부터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는 공공디자인사업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된다.

국가정책의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주도의 행정조직도 도시디자인본부로 명칭을 변경했고, 산하에 도시디자인단을 설치해 각종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런데 도시란 무엇인가? 이것은 도시를 바라보는 견해·태도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베로를 비롯하여 르 꼬르뷔제, 막스 웨버 등 여러 도시학자들이 정의했지만 이들 정의는 상호 대립적인 것도 있고 역사적 근거와 일치하지 않는 것도 있다. 막스 웨버는 여러 연구를 통해 특정의 도시 혹은 타입에 관해 언급할 수 있으나 도시 일반적인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도시든 지리, 자연의 영향, 그 외의 다른 요소에 의한 개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어느 도시든 그 도시만이 갖는 어느 특징적인 성격과 동시에 또 하나의 다른 성격, 즉 역사상의 어떤 특정 시대의 사회적, 경제적 조건으로부터 유래해 온 특징도 함께 갖는 것이다.

제주의 경우 어떤 특징적인 성격이 천혜의 자연환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제주의 전통마을과 현대도시형성의 기반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디자인은 원시시대부터 생존을 위한 도구개발을 통해 이뤄져 왔고, 산업혁명에 따른 비인간적인 대량생산품에 반발해 윌리암 모리스가 주도한 수공예운동(Art and Craft)은 새로운 디자인운동의 발화점이 됐다. 이처럼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경제성을 가지면서도 미적이고 기능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디자인을 굳이 정의한다면 그 지역이 갖는, 혹은 그 지역만이 갖고 있는 어떤 특징적인 것, 즉 자연요소·역사요소·문화요소·경제요소 등을 기반으로 하되 그 시대의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면서 사람들의 생활을 안전하며 쾌적하고 편리하며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생활공간을 디자인하는 것, 물리적 환경의 디자인을 통해 시민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시디자인은 세계가 인정한 천혜의 자연환경의 기반위에 어떻게 우리들의 삶이 묻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접근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그 원칙이 선보전 후개발이며 인위적인 구조물로 채우기 보다는 녹지공간과 여유공간으로 비워가는 개발사업, 지역성없는 동일한 개발적용보다는 도시와 농촌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차별화된 개발사업, 수평적인 확장보다는 자연과 조화로운 수직적 복합개발사업, 균질적인 공간을 만드는 개발보다는 감성적이고 감동적인 공간을 만드는 개발사업이 바로 도시디자인 사업인 것이다.

제주도의 자연환경은 이미 유네스코의 트리플 크라운 달성과 세계7대경관선정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제는 우리의 삶을 담는 도시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환경수도가 아니겠는가!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개발사업의 내용개선과 추진방법을 혁신해야 할 것이고 도시디자인의 조직기능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도시디자인이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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