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지난기획/분석 제주체육,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끝나지 않는 가난한 유랑훈련···또 어디로 가야해?제주체육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4-역도
낡고 좁은 훈련장에 탈의실 등 편의시설마저 없는 현실
그곳조차 허락되지 않는 역도부 “우리도 벅찬데 전진훈련 오다니…”

역도. 바벨을 들어 올려 그 무게에 따라 순위를 따지는 종목. ‘단순·무식’이란 말이 어울릴 것 같다는 고정관념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역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민감하고 세밀한 운동이다. 바벨을 들어올리기 위해선 몸의 밸런스가 맞아야 하고 훈련장의 공기상태와 습도·온도와 기압·높이·바닥의 수평까지 맞아야 한다. 선수들은 천정에 매달린 조명의 위치와 틀어진 거울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고 한다. 제주 역도의 수준은 현재 전국 중위권. 김수경·양은혜(이상 제주도청) 등이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전국체전에서 제주선수단 전체 메달 중 30%(지난해는 선수 이적 등의 이유로 9개에 그쳤다)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선수들을 위한 훈련 시설은 참담했다.

▲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4. 역도
10여년 전 제주실내수영장 체력단련실(현재 헬스장)을 사용하던 역도장은 이후 제주도체육회관(지하)과 남녕고 인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거쳐 약 4년전 제주종합경기장 남쪽 1층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비품창고와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개조, 현재 제주도청 직장운동부가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의 훈련장은 좁은 공간에 여러 종목(중·고·직장부) 선수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역도의 특성상 훈련대(선수들은 그냥 ‘다이’라고 표현한다) 간 안전거리 확보는 필수. 하지만 이곳에선 이런 요건을 지킬 수 없다. 보통의 역도전용 훈련장인 경우 2~3m정도의 간격을 두고 훈련대를 배치 하지만 이곳의 거리는 고작 20~30cm정도에 불과하다.

▲ 좁은 훈련장 모습. 훈련대와 거울 사이 거리가 좁아 선수들은 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박민호 기자
-안전 위협하는 좁은 훈련장
훈련대간 간격이 좁다보니 선수들은 훈련과정에서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 훈련중인 한 선수는 “훈련을 하다보면 바벨을 놓쳐 바닥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떨어진 바벨에 맞아 발목을 다친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바벨이 떨어질때 그 무게와 엄청난 속도 때문에 사람이 잡을 수 없어요. 잡으려다 더 다칠 수있기 때문에 그냥 서로 피하게 되는데 그때 (바벨이) 옆에 있는 기구를 넘어뜨리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요. 거울이 깨지는 경우도 있고…”. 선수들은 매일같이 부상의 위험을 안고 훈련장에서 바벨을 들고 있었다.

제주에 있는 역도 훈련장은 단 2곳. 남녕고등학교와 제주도청 역도장 뿐이다. 훈련장이 없다보니 이곳에서 남·녀 중·고등부 선수들이 제주도청 직장운동부 소속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낡고 좁은 훈련장에 훈련 기구만 있을뿐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탈의실이 없는 역도장. 여자 선수들은 훈련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인근 화장실로 달려간다. 또 샤워시설이 없어 선수들은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이끌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여름 한국역도의 ‘간판’ 장미란 등 국가대표 역도팀이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다. 당시 장미란 선수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는 공기도 맑고 환경이 좋아 자주 찾는다. 하지만 훈련장은 보시다시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열악한 훈련 시설이 좋은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장 선수는 차마 방송에서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제주도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을 앞두고 부랴부랴 역도장에 환풍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이 환풍기는 현재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소음이 너무심해 훈련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제주도청 직장운동부 소속 양은혜 선수는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많은 지역을 돌아봤는데 제주와 같은 곳은 없어요”라고 말한다. 양 선수는 “중1때부터 선수생활을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어요. 어린선수들의 기량은 정말 종이 한장 차이인데 좋은시설이 어떤건지도 모르고 운동하고 있는 후배들이 너무 안타깝고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까지 들어요”라고 말했다. 양 선수 역시 오는 4월 올림픽 대표 선발전 앞두고 이곳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훈련장 한켠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선수. 박민호 기자

-전지훈련의 ‘메카’라고?
오승우 역도감독은 “사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역도인들이 제주에서 훈련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을 받아 줄 수가 없어요. 제주가 전지훈련의 ‘메카’라고 하지만 이곳(역도장)은 우리선수들 사용하기도 벅찬데 어떻게 타 지역 선수들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오 감독은 “제주는 7~8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 4강권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 다른 지역은 중·소 도시까지 역도 전용 훈련장을 갖고 있고 지금도 투자가 계속되는데 제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원도 원주·양구(3개)를 비롯해 경남 고성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도시들까지 역도에 투자하고 있는 현실은 제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내년 4월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제주역도장에서 맹훈련중인 양은혜(제주도청) 선수. 박민호 기자
모든 종목이 그렇듯 역도의 경우도 시설에 대한 투자는 성적과 비례한다.

오는 2014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제주종합경기장을 비롯한 시설물들에 대해 올 2월부터 대대적인 보수·보강 공사가 시작된다. 경기장 한켠에 자리잡은 역도 훈련장 역시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오 감독은 “여기 선수들은 내년 4월 올림픽 최종예선과 5월 소년체전을 위해 훈련하고 있는데 또 훈련장을 옮기라고 하니 막막합니다. 아직 마땅한 장소도 없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라며 말을 흐렸다.

2014년 전국체전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도전국체전기획단 관계자는 “(시설 관리는)제주시체육회 소관업무다. 훈련장은 (역도부)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주시관계자 역시 “지난해부터 경기장 공사 때문에 올해는 재계약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오는 1월말(신구간)까지는 훈련장을 비워줘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제주도체육회 역시 뚜렸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 체육회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대안이 없다. 씨름장 인근에 훈련장을 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 감독은 “지금 제주의 시설은 타 지역 고등학교 역도 훈련장 수준도 안되는 시설이예요. 그래도 우리가 제주에선 효자 종목인데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은 만들어 줘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다시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달라진건 아무것도 없다. 선수들은 오늘도 좁은 역도장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민호  mino@jejudomin.co.kr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최호동 2012-04-27 09:13:02

    저는 현재 도역도연맹 실무책임자 전무이사 최호동입니다.
    먼저 경기인으로서 그리고 실무자로서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보니 정말 속이 후련하네요 경기인으로서 제주역도를 짊어지고 가야하는 후배선수들의 훈련환경에 대해 너무나도 비참함을 감출 수 가 없어요 도체육회는 해마다 열악한 훈련환경임을 알면서도 말로만 검토하겠다 그러니 좋은성적을 올려달라 요구하며, 역도니까 당연히 또 성적이 잘 나오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에 훈련장 개선은 자체적으로 하라 하면 과연 언제까지 효자종목의 역활을 다할 수 있을까..   삭제

      답글 입력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