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뒤흔든 ‘안철수 현상’의 첫번째 ‘키워드’는 소통과 공감이다. 기업경영을 통한 참여·분배의 균등과 이익의 사회환원 실천 등 공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삶에 대한 공감과 ‘국민멘토’로 자리매김한 진정성어린 소통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갈망과 맞닿은 것이다.
삶의 현장에서 기회와 경쟁의 공정성, 분배와 재분배의 공평성, 폭넓은 참여민주주의 등의 가치들을 작동하게해서 1% 기득권층이 아닌 99%의 국민들이 살맛나게 해달라는 생활정치에 대한 요구도 제주도민들의 바람과 다르지 않다. 특정세력이 아니라 주민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실질적인 주민참여자치 시대에 대한 열망도 그러하다.

‘불통’의 흔적들
본보는 지난해 신년사설을 통해 ‘소통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했다. 전임 김태환 도정의 극심한 ‘불통’에 등돌린 민심을 업고 6년만에 귀환한 ‘우근민 도정’이 소통을 통한 사회통합의 위기 극복과 공정성·투명성을 내세운데도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5년째 지역사회 최대 갈등요인으로 자리잡은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우 도정의 ‘소통법’은 전임 도정과 별반 달라진게 없다. 국회가 예산승인 부대조건으로 의결한 민군복합형 기항지도, 국가정책조정위에서 결정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도 아닌 엉터리 항만설계 문제로 잠시 해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전부다.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과 평화와 인권, 환경의 가치를 지키고자 싸우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해군기지 주변지역 발전계획이라는 ‘당근’만 내미는 ‘불통’속에 정부와 해군은 4·3이후 처음으로 육지 경찰력을 동원해 강정마을을 짓밟았다. 제주도 지방정부와 도의회, 지역출신 국회의원 등 그 누구도국가안보사업을 내세운 정부의 ‘폭력’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도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

묻지마식 세계 7대자연경과 투표 ‘올 인’도 ‘불통’의 흔적이다. 공신력이 의심스러운 정체모를 재단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없는 상업적 이벤트에 투표성금 기탁이라는 이름으로 도민들에게 ‘준조세’까지 거둬들이면서 맹목적으로 덤볐고, 공식 인증서 수여식 개최를 전제조건으로 이메일로 확정사실을 귀띔해 주는 아리송한 시추에이션속에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1조몇천억원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경제효과가 ‘약발’이 없는 것으로 판명날 경우 도민적 상실감이며 제반 문제들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할것인지도

도정의 신뢰성 차원에서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세계 7대경관 선정 투표에 도정과 호흡을 같이한 도의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도민들이 먹고살아갈 기반사업비를 삭감해서 ‘동네예산’로 나눠먹고, 지역언론사를 비롯해 지방권력에 기생하는 토호(土豪)들고 ‘짬짜미’해서 제주도의 살림살이를 쌈짓돈마냥 제멋대로 주무르는 도의원들의 ‘행실머리’도 그대로다. 지방권력에 줄대기에 바쁜 일부 정치교수를 비롯한 지식인집단도 지역사회의 건강한 소통을 막는 장애물이다.

제주공동체를 회복하려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식 도지사 선거와 해군기지를 비롯한 갈등 현안들로 갈기갈기 찢어진 제주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시작은 깨어있는 의식과 그것을 토대로 한 실천이다. 본보가 제주사회에 새해 화두로 ‘리뉴얼 제주’를 던지는 이유다.

자치의 파라다이스이자 동북아 최고의 친환경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특별자치도 제주의 ‘주인’으로서 빌려준 권력을 행사하는 지방권력을 감시하고 정책결정과 예산편성 과정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와 실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제도나 여건이 미흡하다면 보완을 요구하고 관철하는 것도 지역사회 주체로서의 도민의 역할이다.

이를 통해 도지사를 정점으로 피라미드처럼 얽힌 지역사회 구조를 갈아엎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그 시작은 도정과 도의회에서부터 지역사회 각계각층의 제자리 찾기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에 기반한 진정성있는 열린 소통이다.

혈연·지연·학연에서부터 이런저런 연줄로 촘촘하게 얽혀 지역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짓누르는 배타적인 ‘괜당문화’와 패거리 행태의 고리도 철저하게 끊어내야 한다. 지역언론이 사주나 자사이기주의가 아닌 오로진 ‘공공의 선’을 위한 생산적인 비판과 지역사회 공론의 장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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