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주도예산 심의 과정에서 노출된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전쟁’이 올해 추가경정예산까지 이어지는 등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고 한다. 지역구 예산을 놓고 일부 의원들간 주먹다짐 일보직전까지 가는 추태까지 연출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싸움의 원인은 도의회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관행’이라고 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예결위원은 얼마, 일반상임위원은 얼마하는 식으로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관행’을 답습하다가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특정의원 지역구 예산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찾아내서 삭감하면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특정의원의 예산을 절반정도 삭감하는 선에서 봉합했는데, 추경예산 심의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서 서로 ‘네탓’만 하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이다.

오죽했으면 예결위 소속 방문추의원이 ‘식구’들을 질타하고 나섰겠는가. “도예산은 도민의 것으로 필수사업·예산편성지침 등을 우선으로 쓰여져야 하는데, 집행부는 예산편성 원칙을 훼손하고, 도의원들은 지역예산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으면서 누굴 탓하느냐”는 얘기다. “지역구 예산 반영이 중요할뿐 도민의 혈세가 지역발전을 위해 제대로 쓰이는지 관심이 없다”는 다른 의원의 자조섞인 푸념도 같은 맥락이다.

도의원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를 탓할수 만은 없지만, 내용이 중요하다. 총 3조763억원의 내년 제주도 예산 가운데 230개 항목에서 331억원을 삭감해서 무려 770여개 항목에 신설·증액한 ‘작품’을 들여다보면 마을 안길·농로 포장, 지역단체·체육행사 지원 등 말그대로 ‘동네예산’들이다.

이때문에 스마트그리드 및 재생에너지 부품 소재업 기술개발사업, 산업단지 계획 수립,감귤식품 클러스터 조성기반사업, FTA 대응 감귤 경쟁력 강화지원사업, 만감류 유통시설 확충사업, 농어업인 에너지 이용 효율화사업, 농수산물 산지유통센터 건립비 등 먹고살아갈 기반사업 예산들이 뭉텅이로 잘려나갔다. 여기에 지역언론사와 각종 단체 등의 이런저런 행사를 위한 민간보조금을 ‘도로증액’하는 등 도 예산을 쌈짓돈마냥 제멋대로 주무르고 있다.

‘물고기를 기르기’위한 예산이 아니라 잡아먹는 경쟁에만 혈안이 되는 도의회의 행태는 더이상 용납돼선 안된다. 이를 바로잡는 자름길은 ‘토호’노릇을 하거나 그에 기생하는 도의원들을 깨어있는 도민들이 행동을 통해 걸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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