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외지인 등으로 아파트시장 활황기 맞아

떴다방, 도내에선 아직 자리잡지 못해

제도 뒷받침되는 중개업자 통한 거래 정착돼야

[월요일에 만난 사람-5] 이승익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도지부장
[제주도민일보 김성진 기자] 올해 도내 부동산시장은 전국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거품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큰 활기를 띠었다. 특히 최근에 분양을 마감한 (주)현대산업개발의 ‘제주아라 아이파크’는 도내 유래 없는 최고 분양가를 기록하며 도민들의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여기에다 원정 투기세력인 일명 ‘떴다방’이 제주 부동산시장을 흔들면서 아파트가격 거품 논란을 부추기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올해 도내 부동산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쟁점의 한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한해를 마감하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 도내 부동산시장을 되돌아보고 내년 경기를 예측해 보고자 이승익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도지부장을 만났다.

▲ 이승익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도지부장 김성진기자 ksj@
올 한해 제주지역 부동산 경기를 예년과 비교해서 평가해 본다면.
“과거 제주지역 부동산시장은 주로 토지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졌으나, 3~5년 전부터 아파트가 재테크수단으로 인식되면서 도내에서도 아파트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10년 전 연·노형동 신시가지가 미분양사태로 곤욕을 치른바 있다. 그런 과정에서 신혼살림을 차리는 젊은 세대와 외지에서 살다가 지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보다는 단지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도내 신규 아파트에도 프리미엄이 붙은 현상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면서 미분양사태가 완전히 해소됐고,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올해가 도내 아파트시장의 최고 활황기를 맞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아라 아이파크가 도내 아파트 분양 최고가 및 프리미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이파크가 분양가 면에서나 사람들의 관심도 면에서 한일베라체와 KCC스위첸 보다는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부분에 있어서는 베라체나 KCC스위첸에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도내 아파트가격 상승 폭은.
“올해 상승폭은 작년보다 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작년의 경우는 큰 폭으로 오름세가 나타났다. 한일베라체에서 KCC스위첸으로 넘어오면서 분양가가 급격히 올랐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노형지구 뜨란채나 대림e편한세상, 중흥S클레스 이후 고가 단지로 가장 먼저 등장한 게 한일베라체다. 베라체의 분양가는 이들 고가 단지형 아파트의 거래가 반영돼 책정된 것이다. 이미 프리미엄도 상당부분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분양가가 상승했고, 기존 아파트들도 동반 상승효과를 누렸다. 이러한 현상이 올해도 계속 이어지기는 했지만 작년 만큼은 못했다.”

아라 아이파크 분양과 관련해서 상당수의 떴다방이 부동산거래질서를 문란케 했다는데.
“이번에 떴다방들이 전보다는 많이 온 것은 아니다. 떴다방은 도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었을 뿐 연동·노형지구 분양 당시부터 이미 제주에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알려지고 활동했던 때가 노형지구 아파트(뜨란채, 대림e편한세상, 중흥S클레스)분양 당시다. 실질적으로 도내 아파트에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생기기 시작한 때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에는 도내 중개업소들도 떴다방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떴다방 측에 중개업소를 빌려줘 같이 영업을 하기도 했었다. 한일베라체 분양 당시까지도 이러한 경우가 좀 있었다. 하지만 작년 KCC스위첸과 올해 아이파크 분양 때에는 도내 중개업소가 이를 다 끊었다. 이들이 프리미엄을 너무 높게 형성해서 가버리고 나면 그 이후 후유증이 도내 중개업계에 고스란히 남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번 아이파크 분양과 관련해서는 실질적으로 프리미엄이 시중에서 얘기되는 것보다 굉장히 낮은 걸로 알고 있다. 거래도 안 이루어지고 있고... 주변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요즘 떴다방들이 상당히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떴다방에 대한 행정의 단속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건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행정이 나서서 단속을 해야 하는데, 행정은 민원제기가 없으면 나서질 않는다. 이번에 협회가 행정 담당자와 함께 아이파크 분양하는 곳에 3번을 갔다 왔다. 가건물 콘테이너(떴다방)가 있어서 계고장을 통해 철거명령을 했음에도 철거하지 않는 것을 보며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불법영업 시설물에 대해서는 계고나 경고장 없이 바로 철거할 수 있어야 하는데...행정이 절차에 의해 진행하다보면 그들은 그사이 일을 끝내고 가버려 아무런 행정처분을 가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아이파크의 경우 순식간에 고액의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한일베라체의 경우 처음에 프리미엄이 200만원에서 출발했고, KCC스위첸이 500만원에서 출발했던 걸로 알고 있다. 아이파크는 800만원 정도에서 출발했다. 프리미엄 2000만~3000만원이란 얘기는 가격을 부풀리기 위해 떴다방에서 흘린 소문일 뿐이다. 심지어는 떴다방끼리도 거래를 하는데, 이는 프리미엄을 키우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다. 이것은 실매도인과 실매수인을 알 수 없는 위험한 거래다. 현재 2000만~3000만원이라고 얘기되고 있지만 실제 거래되는 것은 1~2건에 불과할 것이다. 아무리 많아야 1000만~1500만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도내 주택건설이 원룸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원룸 포화로 미분양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도시형생활주택 건설이 전국적 붐을 일으키고 있다. 제주의 경우 과거에는 원룸이라는 게 신제주지역 한라대를 중심으로 소규모 원룸 형태로 활성화 됐었는데, 올해 원룸 건설 붐으로 내년 상반기에 굉장한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수요가 이를 따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건설돼야 하는데, 현재 시내에는 건설 가능한 상업지마다 거의 원룸으로 채워지고 있다. 미분양사태 및 대출 부담에 따른 소규모 건설업체 부도사태가 우려된다.”

도내에는 부동산거래가 직거래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 등 대도시처럼 중개업자를 통한 중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가.
“중개업자를 통한 거래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지만 중개업자들의 노력이 가장 우선이다. 도내에 사거래(직거래)가 많은 이유는 무자격·무등록자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는 지역이 좁다보니 학연·지연·혈연에 의한 사거래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고, 그로 인해 피해도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생활정보지상의 부동산 광고행위도 넓게 보면 중개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 무자격자의 이 같은 행위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 그렇다 보니 아직도 무자격자를 통한 거래가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개업자들이 영세하다보니 무등록자와 공동으로 중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 편이다. 외지에서 도내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거의 중개업자를 찾고 있어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

중개업자로서 행정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도내에서 중개업을 영위하는 회원업소는 560곳인데 반해 도 담당자는 1명뿐이다. 건전한 부동산 중개 및 거래질서를 위한 홍보를 도 차원에서 해 줬으면 한다. 지난 2009년에는 시내 현수막 거치대 사용료를 도에서 지원해 줘 홍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에도 이 부분에 대한 꾸준한 지원을 도에 요청한 바가 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건전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계도 및 홍보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 차원의 지원이 있었음 하는 바람이다.”

내년 도내 부동산 경기를 예측한다면.
“탐라도서관 인근 노형2지구가 제주시내 대단위 아파트 단지사업으로는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이후에는 삼화지구 등이 있긴 하지만 당분간 아파트 공급이 없을 걸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큰 상승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도내에 이미 주택이 상당히 많이 보급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규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계속 해왔다. 이러다 보니 중고주택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리모델링하는 비용이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에는 나홀로 아파트들이 많이 공급될 것으로 보여 아파트시장은 숨고르기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단지형 아파트들은 거의 보합세로 가지만, 다세대주택이나 나홀로 아파트들은 단지형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유형의 주택들이 아직까지는 단지형 아파트에 비해 너무 저평가돼 있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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