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전에서 기분좋게 첫 승리를 거둔 한국월드컵축구대표팀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후회 없는 일전을 치른다.

한국은 17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B조 2차전을 치른다.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한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1골을 얻는데 그친 아르헨티나를 1골 차로 제치고 B조 1위에 올라 있다.

이번 경기는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에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5월 26일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에서 7위. 한국(47위)과의 랭킹 차이는 무려 40계단이다.

지난 1978년과 1986년 두 차례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렸고(준우승 2회), 브라질(19회), 독일(17회), 이탈리아(17회)에 이은 15회 본선 참가 기록을 갖고 있는 월드컵의 ‘만년 우승후보’다.

아르헨티나는 남아공월드컵 남미예선에서는 감독 교체의 내흥 끝에 자국 출신의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1)를 사령탑에 앉혔다. 8승4무6패로 부진했지만, 4.5장의 본선티켓이 주어지는 남미예선에서 4위를 차지, 턱걸이에 성공했다.

지난 해까지 흔들렸던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 감독 체제가 자리를 잡은 올해부터 제 기량을 되찾아가고 있다.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가진 평가전 전적은 5전 전승이었다.

본선에 나선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23. 바르셀로나), 곤잘로 이과인(24. 레알 마드리드), 카를로스 테베스(26. 맨체스터시티) 등 황금 공격편대를 앞세워 우승을 노리고 있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골키퍼 빈센트 엔예마(27. 텔 아비브)의 선방에 막혀 1득점에 그쳤지만, 경기 내용상 3골 이상은 충분히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아르헨티나는 4-3-3을 기본 전형으로 사용하면서 메시와 이과인, 테베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공격지향적인 축구를 펼친다. 무엇보다 빠른 스피드와 탄력을 이용한 개인기가 돋보이며, 전형에 구애받지 않는 활동 및 공격력이 강점이다.

화려한 공격에 비해 수비는 빈틈이 있다는 분석이며 후반 중반 이후의 체력저하도 약점으로 꼽힌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 선수시절과 같은 면모를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잇는 마라도나 감독이 전체 팀 전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도 있다.

한국은 그동안 아르헨티나와 두 차례 맞붙어 모두 패했다. 첫 대결이었던 1986년 멕시코월드컵 A조 1차전에서는 호르헤 발다노에게 2골을 내주는 등 1-3으로 완패했고, 2003년 평가전에서는 0-1로 졌다.

이번 맞대결에서도 한국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스전에서 토털사커를 펼치며 2-0 쾌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창과 창 간의 대결에서 열세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허정무 감독(55)은 지난 5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가능성을 보였던 4-2-3-1 전형으로 변신, 아르헨티나의 강력한 공격과 허리를 막아낸다는 계획이다.

강한 압박과 몸싸움을 앞세운 심리전도 염두에 두고 있다. 허 감독은 “남미 선수들의 다혈질적인 특성을 감안, 초반부터 거칠면서도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간다면, 오히려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조급해질 수 있다”며 고도의 심리전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허 감독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는 힘이 약한 다윗이 승리를 거둔 바 있다”며 “아르헨티나전에서 세계를 놀라게 할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이번 아르헨티나전에서 최소 승점 1점 확보를 목표로 물러서지 않는다는 경기를 펼친다는 생각이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승점 확보에 성공할 경우, 나이지리아와의 최종전에서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그리스를 격파하며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기억을 되살려낸 허정무호가 과연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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