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5가지 대안이 도출되면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행정학회가 지난 20일 제주도의회 중간보고를 통해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포함한 5가지 대안을 내놓았고, 도는 오는 28일 도민보고회를 거쳐 내년 1월 2~3개 대안으로 압축한후 6월쯤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분명한 것은, 이번 행정체제 개편은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는 도지사 공약 이행 등 특정 목적이 아니라 제주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틀을 짜는데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왕적 도정’ 체제 개선과 주민참여자치 확대, 행정의 실효성 확보 등 행정체제 개편의 본질에서 벗어나 특정 명분이나 이해관계에 휘둘릴 경우 문제가 드러나고, 재개편 요구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경험했다.

논의의 전제조건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5가지 대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시행된 현 행정체제의 논의·결정과정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당시 행정체제 개편의 핵심 취지는 국제자유도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수 있게 특별자치도 행정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주민자치를 확대시키자는 것이었다. 여기엔 제주시의회가 각종 비리와 부조리 등으로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사망선고를 받는 등 시·군의회 무용론도 작용했다.

이를 위해 제주도와 4개 시·군 2단계 자치계층에 읍·면·동을 포함한 3단계 행정계층 구조를 도 단일 광역자치에 읍·면·동을 광역화, 2단계 행정계층으로 단순화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주민자치위원회 활성화 등을 통해 주민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선 권한과 재정·인력 등을 광역 읍·면·동으로 대거 이양하고 주민들의 행정 참여 폭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둔 당시 ‘김태환 도정’은 자치시·군 폐지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제주시와 북제주군을 제주시,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서귀포시로 한 2개 행정시 체제를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도 단일 광역자치에 2개 행정시와 읍·면·동 3단계 행정계층이라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때문에 모든 권한이 도지사로 집중된 ‘제왕적 도정’이 탄생되고, 행정시의 미약한 권한으로 지역주민들의 참여욕구를 봉쇄하고 의견수렴도 차단되는 한편 행정의 효율성도 오히려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제왕적 도정’의 해체와 자치시·군 부활 요구가 터져나온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주민 중심 개편을
한국행정학회가 내놓은 5가지 대안은 △기초자치단체 부활 △기초의회를 둔 시장 임명제 △기초의회 없는 시장 직선제 △행정시를 둔 읍·면·동 준자치제 △행정시를 두지 않은 읍·면·동 준자치제로 정리해볼수 있다. 논의의 중심은 시민권력의 시대에 부합하는 주민 참여자치 확대를 위해 어떤 대안이 가장 바람직한가에 둬야 할것이다.

제주시·서귀포시 행정시를 법인격이 있는 기초자치단체로 하는 방안은 기초자치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고 ‘제왕적’ 도지사를 일정부분 견제할수는 있지만 행정 효율성 등을 기조로한 특별자치도 출범 명분에 어긋나고 3단계 행정계층이 유지된다는 점이 단점이다. 기초의회를 두고 시장을 임명하거나 기초의회 없이 시장을 직선하는 방안은 의회의 효용성, 직선시장에 대한 견제장치 부재, 3단계 행정계층의 비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재고의 여지가 많다.

행정시를 둔 광역 읍·면·동 준자치제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본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행정시를 두지 않은 광역 읍·면·동 준자치제를 통해 행정계층을 도-광역 읍·면·동으로 단순화해 효율성을 확보하고 현 행정시 이상의 역할을 할수 있게 도의 권한과 인력·재정을 최대한 이양하되 과다한 공무원 인력을 감축하는 한편 주민자치위원회를 준 의회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등 주민들의 행정참여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본다.

행정구역 재조정은 행정체제 개편안과 연계하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당위성에 매몰돼 행정체제 개편을 서둘다 본질을 망치게 된다는 것도 제주도정과 제주사회가 경계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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