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창희 / ETRI 연구위원

정보통신분야는 지난해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은 금년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데, 그 징후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스마트화는 스마트폰에 이어 PC·TV 등 여타 기기들로 확장되면서 기기분야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둘째, 스마트폰에 탑재돼 이용자들을 열광하게 했던 이용자와 기기간의 인터페이스 즉, 이용의 편리성에 대한 기술적 진보의 모색으로 당분간 하드웨어 측면에서 추구하는 성능보다는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편리성과 감성 등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산업 전반의 성장이 기대된다. 셋째, 정보통신서비스의 단순 이용자인 소비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생산자로 재탄생 되면서 새롭게 개척된 앱 시장은 스마트 기기의 확산과 함께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정보통신분야의 산업적 성과와 함께 스마트기기 등장에 따른 생태계 전반의 동기화 촉진으로 경쟁환경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동기화에 따른 경쟁전선의 확대로 연결되는 지식자산 경쟁, 모바일 인터넷의 보편화에 따른 big data의 등장과 정보보호의 중요성 증대, 집단지능을 활용하는 상생의 생태계 조성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동기화란 정보통신을 구성하는 네가지 기본요소인 네트워크-기기-플랫폼-정보/서비스 등이 하나의 가치사슬(value chain)로 연결돼 하나의 성장이 타분야의 성장을 견인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애플이 아이튠즈로 애플의 모든 기기에서 다양한 콘텐츠 이용을 동일하게 처리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기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지위를 확보했던 노키아는 동기화에 따른 경쟁전선의 확대로 몰락한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경쟁전선이 동기화를 통한 제품과 서비스에서 지식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과 애플이 약 2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송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힘겨운 특허소송을 벌이는 이유는 지식자산 경쟁에서의 선도적 지위확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금년 구글이 6천명의 신규 채용인력중 5천명을 인문학 전공자로 충원하겠다는 발표도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반한 지식자산 확충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향후의 정보통신 생태계는 동기화 촉진 및 지식자산 확보경쟁이 가속화 될 것이다.

스마트기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 되면서 무선망에 대한 데이터 통화량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이제 시작단계에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클라우드 속에 존재하는 이용자 소유의 컨텐츠나 정보자원에 접속하는 것은 물론 이의 가공 및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데이터 이용량의 증가는 명약관화하다. 특히, 이전과는 달리 다양한 서비스의 확대에 따른 비디오 통화량의 증대가 불가피하며, 이는 기존의 음성이나 검색을 통한 데이터 통화량과는 비교할 수 없는 big data의 출현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제는 정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 속에서 각각의 이용목적에 맞는 유용한 데이터를 찾아내는 것이 더욱 필요하게 되며, 이를 위한 데이터 마이닝 기술이나 데이터의 지능적 처리를 위한 인공지능기술들의 진보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들이 상당부분 무선망을 통해 가공·유통됨으로써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한 무선망에 대한 정보보호대책 마련이 향후의 이슈가 될 것이다.

한편,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던 창의적 아이디어의 발현이 한계에 다다르고, App 마켓을 통한 집단지능의 위력이 확인되면서 구글과 애플 등 선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의 강점을 갖는 전문 중소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개발자회의를 통해 중소기업 협력사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들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의 창의력 발현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아이디어의 적극적인 채택을 통해 서비스 및 제품의 차별화를 도모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중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그동안 대기업 일변도의 정부의 성장정책들이 시장의 힘에 의해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유인하는 정책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전 역사는 기술수명주기를 지속적으로 단축시키면서 성공을 일구어 온 기술진화의 역사였다고 하겠다. 이러한 기술 중심의 진화는 이제 기술과 환경을 조합하는 생태계 중심의 진화로 전환되는 중이며, 그 서막을 연 것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에 이러한 생태계의 혁신적 진화가 계속될 것인지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으나, 과거 인류의 발전 역사를 돌이켜 보면 그 대답은 ‘계속될 것이다’이다. 지속되는 진화의 역사 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성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또한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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