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돌괴·강정천·송악산 주변 수만그루 피해

무이파 영향 염분피해 벌겋게 말라죽어

▲ 지난 여름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염분피해를 입은 서귀포 해안가 소나무들이 말라죽고 있다. 사진은 송악산 산책로 주변 누렇게 변한 소나무들. 조성익기자 ddung35@

[제주도민일보 조성익 기자] “어, 왜 여기 소나무는 색깔이 왜이래요” 지난 4일 국토해양부로부터 애월읍 해안도로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경관도로로 뽑힌 사계리 해안도로를 따라 길을 걷던 올레꾼들의 질문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올레꾼 강모씨(42)는 “사계항에서 걷기 시작했는데 도로변 소나무들이 전부 빨갛게 말라죽고 있다”며 “꼭 재선충에 걸린 것 같아 보기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제주를 강타한 초강력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서귀포 해안 전지역을 중심으로 염분피해를 본 소나무들이 말라죽고 있지만, 소나무를 살릴 뾰족한 방법이 없어 관계당국이 애를 태우고 있다.

20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계리에서 송악산까지 이어진 해안도로 옆 모래지역에 있는 소나무들이 전부 말라죽고 있었다.

서귀포시는 소나무 고사 이유에 대해 지난 여름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인한 염분피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염분이 많은 바닷물이 소나무잎에 달라붙으면, 바닷물이 잎의 세포보다 농도가 높아 수액이 밖으로 빠져나가 말라죽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나무가 고사하는 곳이 이곳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서귀포 외돌괴·강정천·송악산은 수십년된 아름다리 소나무가 고사하고 있고, 사계리와 모슬포 해안도로 주변 키 작은 소나무들 역시 모두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

수려한 경치로 올레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송악산을 찾은 박모씨(35·여·울산)는 “송악산 올레코스가 좋다고 해 찾아왔다”며 “하지만 말라죽은 소나무가 많이 보여 좀 의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라죽어가는 소나무를 구제할 방법은 거의 없다. 무이파가 지나간 후 한달여가 지나면서 서귀포 지역 해안에 있는 소나무가 고사하기 시작하자, 국립산림과학원에서 현지 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당시에도 이미 소나무의 수세가 약해져 비료나 영양제 등을 처방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결론 났다.

조경 전문가들은 “태풍이 지나간 후에 비라도 많이 내렸으면 이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내년 새순이 올라오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태풍 이후 소나무가 말라죽기 시작하자 올레꾼 등의 ‘재선충이 아니냐’라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며 “해안도로변에 소나무 고사 이유를 적은 표지판까지 세워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년에 새순이 올라오는 것을 봐서 죽은 것은 제거하고, 대체목을 심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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