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태만 등 이유 복직자 4명 해고…지노위·중노위 잇따라 사측 손들어

“임금 싼 비정규직으로 바꾸겠다는 것”…4년 투쟁 “이젠 지쳤다” 호소도

      <위기의 노조> ③여미지식물원(하)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여미지식물원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대규모 정리해고를 당한 뒤 2년여의 법적투쟁 끝에 복직했다. 하지만 이들은 사라진 원직을 두고 또다시 투쟁을 벌여였다. 그러다 결국 노조가 백기를 들었다. 원직이었던 판매점이 아닌 식물팀 근무를 시작하게 된 것.

김연자 여미지식물원노조 분회장은 “두달정도 지났더니 업무거부에 대한 징계위협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일단 일하면서 투쟁하는 방법을 찾기로 의견이 모아졌고, 회사의 인사명령대로 업무에 복귀했다”고 말했다.

회사와 교섭을 진행할 4명의 교섭위원은 파업을 이어갔다. 2007년부터 끌어오던 임금협상과 원직복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정리해고 뒤 복직됐던 김동도·양창하 조합원도 교섭위원으로 참여했다. 11월부터 진행된 두달간의 교섭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김동도·양창하 조합원은 지난 1월1일자로 대기발령 명령을 받았다.

이들은 매일 아침 출근해서 근무시간 동안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회사는 이들에게 신문·책도 보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김동도 지부장은 이 과정에서 회사 측 관계자와 충돌을 빚기도 했다. 김동도 조합원은 “왜 신문도 못보게 하냐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며 “나중에 보니 그게 다 녹취가 됐고, 징계해고를 당하는 빌미가 됐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들이 대기발령 명령을 받고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이에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그리고 원직복귀 문제로 복직 후 두달간 업무를 거부했던 여성조합원 12명에게 1개월 정직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어서 김동도·양창하 두 조합원에게는 ‘해고’라는 징계가 내려졌다. 회사의 업무·교육 거부를 주동하고, 상사 명령 불복종, 폭언 등의 사유였다.

이들은 즉각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노위는 회사의 징계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도 다르지 않았다. 결국 서울행정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또다시 법정싸움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 10월에는 복직된 노동자 2명도 업무태만 등의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업무에 복귀해 창천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근무하던 이들이 5분 일찍 퇴근하는 것을 회사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회사에서 지급한 교통카드의 사용내역은 이들의 퇴근시간을 증명하고 있었다.

인사위원회에 회부되기 전까지 이들도 15일간 대기발령 명령을 받았다. 앞서 해고된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사무실에서 가만히 앉아있어야 했다. 회사를 위해 일해왔다고 생각했던 그들에게 업무태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벌을 서듯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견디기 힘든 수모였다. 결국 그들은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내는 것도 망설이고 있다. 이제는 지칠때도 지쳤다고 한다.

김연자 분회장은 “해고된 여성노동자 2명은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며 “지난 겨울에는 수도가 얼어 눈으로 라면을 끓여먹으면서 일할 정도였는데 회사는 가차없이 해고해 버렸다”고 성토했다.

김동도 조합원은 “노조탄압의 근복적인 이유는 임금이 비싼 정규직을 자르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려는 의도”라며 “여미지식물원은 비정규직 비율이 20% 이하였지만 지금은 5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직된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20%도 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도 조합원은 또 “여미지식물원의 투쟁과정은 제주도 노조의 실태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우리는 그나마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부당해고 등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다른 사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해도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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