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소행·적 명시···일방적 주장 강제교육은 불합리

예비군 교육 훈련시간에 북한군을 ‘적(敵)’으로 명시하고 ‘천안함 침몰은 북한군의 소행이다’라는 주장이 담긴 영상이 방영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에 참여한 일부 예비군들은 아직 천안함 사건이 북한군의 소행인지 명확한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난 16일 삼도동, 연동동대 등에 소속된 예비군 260여명을 대상으로 92대대에서 2차보충교육 훈련이 실시됐다.

8시간에 걸쳐 이뤄진 이날 훈련은 안보교육과 사격훈련 등으로 진행됐다.

오전 10시반 실시된 안보교육 훈련시간에는 국방부 지침에 따라 ‘천암함 사건’을 주제로 약 15분 분량의 영상물이 방영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영상물의 내용.

영상물에는 6·25 전쟁을 언급하면서 자막에 북한군을 ‘적’으로 명시한 문장이 자주 등장했다.
‘적의 침공을 맞아’ ‘적과 맞서’ 등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영상을 본 일부 예비군은 북한군 개념을 두고 학계, 사회단체, 군 등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군이 ‘적’이라고 명시한 영상물을 방영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북한군의 소행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내용도 논란거리다.

진위를 떠나 강제성을 띤 교육훈련시간에 정부의 주장만을 홍보하는 것은 일방적인 처사라는 것이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김모씨(28)는 “예비군 훈련에 참가한 이상 우리는 군에서 영상을 틀어주는대로 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아무리 그래도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논리만을 담은 영상을 방영하는 것은 개인의 생각을 배제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제주방어사령부는 현재 안보여건 상 북한군을 ‘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제방사 정훈과 관계자는 “군대 통념상 북한주민이 적이 아니란 얘기지 북한군은 적이 맞다”며 “적 개념에 대해 일부 예비군들의 괴리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훈련에 소집된 이상 군이 이같은 안보교육 실시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천안함 진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부의 발표가 이미 나왔고, 군이 정부에 소속돼 있으므로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훈련에서는 예비군들의 휴대폰 반납조치를 놓고 조교들과 예비군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사전 통보없이 급작스레 휴대폰을 반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예비군들과 강화된 조치로 휴대폰 반납은 어쩔 수 없다는 조교들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이에 대해 제방사 관계자는 “그동안은 휴대폰 보관 장소가 마땅치 않아 소지가 허용됐지만 이번 훈련부터 보관장소가 마련돼 반납조치를 취한 것”이라면서도 “사전고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채 반납을 강행한 것은 잘못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상민 기자 ghost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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