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없다? 옆에선 선심예산 '펑펑'


[제주도민일보 박민호 기자]춥다.연일 계속되는 강추위에 옷을 점점 두터워지고 자연스레 몸은 움추려진다. 다이빙 선수들의 동계훈련이 한창인 제주실내수영장을 찾았다.

낡은 매트에서 기본훈련을 마치고 수영장내 사우나에서 잠시 몸을 녹인 아이들은 곧바로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드는 입수 훈련을 시작했다.
 

▲ 입수훈련을 하는 아이들이 따뜻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추위를 달래며 자기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박민호 기자


추워 죽을것 같아요...

수영장 밖은 이마 영하권. 수영장 내부도 선선한 바람이 새어들고 있었다.

아이들의 몸을 녹일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프라스틱통을 잘라만든 조그만 물통. 여러명의 아이들이 이 조그만 물통에 쪼그리고 않아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있었다. 수영장내 샤워시설은 고장난지 이미 오래돼 아이들은 고장난 샤워기에 고무 호스를 끼워 이 낡은 물통으로 온수를 끌어쓰고 있었다.

한쪽에선 아이들의 입수 훈련이 계속되고 있다. 물밖으로 나온 아이들. 온몸을 떨며 따뜻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한기를 달래고 다시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들기를 반복한다.

“으~추워 죽을것 같아...”
 

▲ 입수훈련을 하는 아이들이 따뜻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추위를 달래며 자기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박민호 기자

물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은 온몸을 떨며 외마디 비명같은 말을 남긴다. 다이빙 선수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훈련을 하는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이들의 지도를 맡은 한 코치는 “제가 16년정도 다이빙을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거의 없어요. 지금은 저 물통이라고 있으니...”라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이들이 추위에 몸을 움추려 자세가 흐트러질때 마다 선생님들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어쩔 수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무섭게 대할 수 밝에 없어요” 십수년째 변하지 않는 현실에 담당 코치는 답답하기만 하다.

“대회가 있을때를 제외하고 단 한번도 난방을 해준적이 없습니다. 단 한번도” 그렇다고 아이들의 훈련은 멈출 수 없단다. “어차피 선수는 결과로 말하는거 잖아요. 만약 성적이 안나오면 이 아이들은 누가 책임짐니까? (물이)차가워도 어쩔 수 없어요 아이들의 경기력을 위해선 훈련을 계속해야 합니다. 성적을 위해선 어쩔 수 없어요”

▲ 입수훈련을 하는 아이들이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시고 있다. 박민호 기자

전지훈련의 메카?

‘전지훈련의 메카 제주’라는 말이 부끄럽다.

아이들을 매일같이 찬물에 뛰어들게 할 수 없으니 매년 동계훈련 기간 훈련시설이 잘 가춰진 다른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야 한다. 그곳에서 하루라도 더 머물기 위해 주어진 예산을 아껴 체류기간을 몇일 더 늘려주는 것이 코치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실 다이빙인 경우 타 지역에서 전지훈련은 오지 않습니다. 누가 여기서 연습을 하겠습니까. 대회때도 춥다고 난리를 치는데···”
 

▲ 제주다이빙대표 선수들이 낡은 메트 위에서 기본훈련을 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몇해전 제주로 전지훈련 온 다이빙서수들이 훈련은 포기한체 한라산 등반만하다. 훈련 마지막 날 (극기훈련 차원에서)입수훈련을 했다는 얘기에 쓴웃음만 나온다.

수영장 관리를 맡은 제주시 관계자는 “선수들의 훈련 여건에 대해선 우리도 안탁갑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다이빙장 물 온도를 높이기 위해선 많은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제주실내수영장인 경우 현재(동절기) 매일 700㎥ 정도의 가스를 경영장과 사우나시설, 수영장 난방 및 샤워실 온수 등을 위해 연간 약 2억원 이상의 난방비를 사용하고 있다. 동호인 등이 사용하고 있는 경영장 수온은 28~9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온수공급이 안되는 다이빙장의 경우 22~3도로 경영장보다 6도정도 낮다 그마저도 수면 1~2m 정도만 이 수온을 유지 할 뿐 그 아래 수온은 17~8도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다이빙 선수들이 입수 시 약 3m 이상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경영장과의 온도차는 10도를 넘는 것이다.

제주시는 다이빙장 난방을 위해 매일 2시간씩 보일러를 가동할 경우 매월 1800만원(시간당 200㎥*25일 기준) 정도의 난방비가 추가 발생하기 때문에 훈련을 위해 난방을 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체육회 관계자는 “난방비가 워낙 많이 나오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전지 훈련을 유도하고 있다”며 “제주에도 겨울철을 대비한 훈련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입수 훈련을 앞둔 다이빙 선수들이 플라스틱 물탱크를 반으로 잘라 만든 물통에 쪼그리고 앉아 몸을 녹이고 있다. 박민호 기자


지상훈련장 지금 만들어야

이같은 이유로 다이빙 선수들을 위한 지상훈련장 건설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다이빙대에서 물속으로 떨어지면서 난이도가 높은 동작 연습을 도와주기 위한 시설인 지상훈련장은 스프링보드 점프 매트와 공중회전 연습을 위한 트램플린, 스펀지가 깔린 비트, 드라이보드 등을 갖춰 선수들이 고난위도 동작을 도와주는 훈련시설이다. 

지상훈련장은 안전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도와주기 때문에 어린선수들이 물에대한 공포감을 줄이고 즐겁게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훈련과정에서 미세한 동작까지 자세를 교정할 수 있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여 겨울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이다.

‘스포츠 산업도시’를 표방한 경북 김천시는 지난해 총 23억원을 들여 지상훈련장을 조성했다. 국내 처음이자 최대 규모(지상 2층, 1천159㎡)로 조성된 김천 지상훈련장은 매년 제주선수들이 전지훈련을 떠나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다이빙팀은 이곳을 전용 훈련캠프로 지정했고 타 시도 대표팀들도 이곳에서 훈련을 하기 위해 줄을 잇고 있다.

▲ 실내수영장 내 녹슨 트램플린이 방치돼 있다. 박민호 기자

지난주 제주도의회는 제288회 제2차 정례회 4차 본회의를 열고 제주도의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가결했다. 올해 보다 7.8%나 늘었다. 자신들 의 입맛에 맞춰 수백 수천만원의 예산을 제돈쓰듯 펑펑 지원하는 의원들 덕에 내년에도 이 어린 선수들은 차가운물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이빙 관계자는 “차가운 물은 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관심에서 멀어지는 건 참을 수 없어요. 이아이들 모두 제주도대표선수 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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